NYT “경합 6곳중 5곳 바이든 열세”
美 물가상승률 카터 때 이후 최고치
4월 생산자물가도 예상치 웃돌아
美 정치硏 “물가 못잡으면 선거 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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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 전망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지속적인 두려움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실시한 미국 유권자 여론조사 결과를 이렇게 전했다. 조사 결과 ‘경제 정책에 반대한다’(58%), ‘바이든 정책이 경제를 해친다’(49%) 등 경제에 대한 나쁜 평가가 많았는데, 가장 큰 불만은 역시 인플레이션이었다. ‘현재 경제적으로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것’에 대한 답변으로 ‘물가 상승’이 80%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요즘 미국 경제는 ‘나 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 탓에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분석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단속 못 해 정권이 흔들리는 사례가 지금 미국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14일 발표된 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PPI) 상승률은 월가 예상치보다 높은 0.5%(전월 대비)로 집계됐다.
● 바이든 인플레, 카터 이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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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수치만 보면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된 상황이다. 2022년 한때 9%를 웃돌던 물가상승률이 최근엔 3%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물가상승률’이 아니라 ‘물가 수준’에 더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물가 상승 속도보다는 ‘절대 가격이 높냐 낮냐’가 소비자 입장에선 훨씬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실제 현재 미국 물가 수준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전인 2020년보다 훨씬 높은 상태다. 그가 취임한 2021년 1월 이후 3년 동안 가격 변화를 보면 △임대료 19.5% △중고차·트럭·육류 20% △레스토랑·식료품 21% △항공료 23.5% △전기료 28% △가스 34.6% △계란 37.4% △자동차보험료 44% 등 생활물가의 폭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8명의 미국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물가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이 연평균 5.5%로, 지미 카터(10.3%) 다음으로 2위에 올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1.2%),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1.9%) 때는 저물가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현 정부 들어서 물가가 용수철처럼 크게 튀어 오른 것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악명이 높았던 카터 대통령은 결국 재선에 실패했다. WSJ는 “유권자들은 로널드 레이건부터 트럼프까지 6번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것에 익숙해졌다가 바이든 정권하에서 갑자기 물가가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비록 지금은 물가상승률이 다소 내려왔지만 국민들 사이에 고물가에 대한 잔상이 워낙 강렬히 남아 있다는 해석도 있다. 경제가 다시 회복되더라도 이를 국민이 인식하게 되는 데는 시차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에서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라는 구호를 앞세워 조지 부시를 꺾고 승리했는데, 실제로는 선거 1년 전부터 이미 미국 경기는 바닥을 치고 살아나는 중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물가 잡기 실패하면 선거 필패”
인플레이션이 정권에 치명적으로 작용한 사례는 다른 나라에도 많다. 미국 정치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 분석에 따르면 1970년부터 전 세계에서 발생한 57건의 인플레이션 충격 이후 선거에서 정권이 교체된 비율은 58%로 나타났다. 특히 인플레이션 충격이 일어난 지 2년 안에 선거가 일어났을 땐 4번 중 3번꼴로 정권 교체가 일어났다. 유라시아그룹의 로버트 칸 이사는 “인플레이션은 (현 정권이) 좌파냐 우파냐와 상관없이 현재 권력을 잡은 사람을 벌한다”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윌리엄 골스턴 선임연구원도 “일시적이든 구조적이든 인플레이션은 ‘나쁜 정치’”라며 “대중은 자신의 최고 관심사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대통령을 용서하지 못한다”고 했다.
미국의 물가 흐름은 앞으로도 안심하기 이르다는 분석이 대세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계속 고조되면 언제든지 휘발유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고,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관세 폭탄 역시 저가 중국산의 수입을 막아 인플레이션만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대선의 승부를 가를 접전지에서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애리조나와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6개 경합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위스콘신을 제외한 5개 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뒤졌다.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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