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심사 지연 이유가 MBK파트너스 때문이라고 본다. 에어프레미아와 급하게 손잡은 MBK는 다른 세 후보와 달리 투자확약서(LOC)가 아닌 투자의향서(LOI)를 내는 데 그쳤는데, 그만큼 실사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천국제공항 아시아나항공 화물터미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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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을 주관하는 UBS는 당초 5월 초까지 두 곳의 우협을 선정할 계획이었다. 우협 두 곳에만 추가 실사 자료를 제공한 뒤, 6월 말까지 한 곳과 법적 구속력 있는(바인딩) 계약을 체결한다는 게 원래 계획이었다. 그래야 예정대로 7월 중 화물사업부를 어디에 팔지 유럽연합(EU)에 보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사업부 매각 등의 조건을 내걸고 EU 경쟁당국으로부터 합병을 승인받은 상태다. 11월까지 화물사업부 매각을 포함한 합병 조건을 충족하고, EU 외에 미국 등으로부터도 합병 승인을 받아야 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KDB산업은행이 개입해 있는 딜은 일정을 기계적으로 맞춰서 진행하는데, 이번엔 이례적으로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단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매각 측이 당초 계획과 다르게 우협을 한 곳만 선정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예정대로 6월 말까지 계약을 체결하고 7월 중 EU에 결과를 보고하려면, 우협 두 곳에 실사 자료를 제공하고 다시 한 곳만 추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예비입찰도 아닌 본입찰 이후 우협을 두 곳이나 선정한다는 게 애초에 말이 안 되긴 했다”며 “그걸 선뜻 받아들일 원매자는 한 곳도 없겠지만, 그래도 매각 측에 뭘 항의하거나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다들 별 얘길 안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매각 일정 지연이 MBK 때문이라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MBK는 에어프레미아에 우군으로 참여하기로 하고 LOI를 냈는데, 이 결정이 지난달 25일 예비입찰 마감 직전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본입찰에서 LOI를 제출하고 난 뒤에야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삼정KPMG를 자문사로 선정했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4000억~5000억원을 적어낸 세 후보 중 에어프레미아와 MBK가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고 알고 있는데, 이 때문에 에어프레미아-MBK를 선정하기 위해 (매각 측이) 그들에게 실사를 할 만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진행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본입찰에는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3곳의 저가항공사(LCC)가 참여했다. 에어프레미아는 2조원이 넘는 MBK파트너스 스페셜시츄에이션(SS) 2호 펀드와 손을 잡고 뛰어들었다. SS 2호 펀드가 전환사채(CB)로 에어프레미아에 투자하는 식이다. 에어인천은 한국투자파트너스 PE본부와 손잡았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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