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 통상이슈까지 감안해 합리적 방안 도출…'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제도' 포함 다양한 대안 검토"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윤석열정부 출범 2년간 공정위 주요 성과 및 향후 정책방향'을 주제로 출입기자단 차담회를 갖고 있다./사진제공=공정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갈라파고스 규제'로 불리는 대기업집단··동일인 지정 제도와 관련 "당장 폐지해야 할 정도로 기존 문제점이 해소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잠정 보류했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의 경우 통상 이슈까지 감안해 합리적 방안을 도출해내겠다며 재추진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의 핵심으로 꼽히는 '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 제도'와 관련해선 사전지정제도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비슷한 취지의 법을 시행 중인 EU(유럽연합)·독일과 입법을 추진 중인 일본도 사전지정제도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소수의 독점적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지정 하는 내용이 여전히 유효한 카드임을 시사했다.
한 위원장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윤석열정부 출범 2년간 공정위 주요 성과 및 향후 정책방향'을 주제로 출입기자단 차담회를 갖고 "대기업집단·동일인 지정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로 (우리나라) 대기업집단 성장 과정의 특수성이 반영된 제도"라며 "그 취지는 대기업집단의 지배력이 무분별하게 또는 편법적으로 확장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원배분 효율성과 계열사 동반부실 방지 등 취지가 묻어 있는 제도"라며 "그 제도가 당장 폐지돼야 할 정도로 기존 문제점이 해소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전날 올해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쿠팡의 동일인을 김범석 의장이 아닌 법인 ㈜쿠팡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외국인도 대기업집단 총수(동일인)로 지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지만 정작 제도 개선 논의에 불을 지폈던 미국 국적의 김 의장은 동일인 지정을 또다시 피해간 것이다. 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예외조건을 충족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이날 대기업 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하이브·파라다이스·영원 등 7개 그룹은 모두 오너(대주주)가 동일인으로 지정돼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한 위원장은 "특정기업을 봐주기 위해 시행령을 개정했단 견해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며 "(동일인을) 법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예외요건을 엄격하게 설계했고 (쿠팡이 예외조건을) 실질적으로 제대로 충족했는지 여부는 계속 모니터링 해 충족 못하는 상황이 오면 법인이 아닌 자연인으로 동일인 지정 절차를 밟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공정위가 미국 상무부 등과의 통상 마찰을 우려해 쿠팡이 예외조건을 충족하도록 시행령을 고쳤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미국은 한국에서만 운영 중인 대기업집단 규제를 미국인에 적용하는 건 무리라고 주장해왔다.
이 같은 통상 이슈는 공정위가 추진 중인 플랫폼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은 공정위의 플랫폼법 추진에 대해 기업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한 위원장은 "(플랫폼법 이슈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세계적 이슈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통상이슈와 관련해 당연히 공정위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동일인지정도 결국 통상이슈가 불거지면서 시행령 개정안을 만든 계기가 된 게 사실"이라며 "(플랫폼법도) 통상이슈가 제기되면 필요한 범위 내에서 관련부처와 논의해 합리적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플랫폼법의 핵심으로 꼽히는 '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 제도와 관련해선 비슷한 취지의 법안이 통과된 EU·독일과 입법을 추진 중인 일본도 사전지정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사전지정제도뿐 아니라 다양한 대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각 제도의 장단점과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국회와도 심도있는 논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 행위 제재와 관련해 이통3사가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지도를 따랐을뿐이라고 반발하는 데 대해선 "조사단계에서부터 (방통위와) 협의를 많이 했고 실장급, 국장급, 과장급 면담도 했다"며 "향후 심의과정에서도 방통위가 의견서를 보냈고 심의 절차에서도 의견 제출이나 진술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 위원장은 지난해 조사와 정책 부서를 분리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한 만큼 정책 부서가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책부서의 대외접촉 관리규정을 완화하는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