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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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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명심’ 눌렀다…국회의장 후보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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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총회에서 우원식 의원(왼쪽 셋째)이 추미애 당선인(왼쪽)을 누르고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추미애 대세론을 뒤집은 이변이다. 결과 발표 뒤 이재명 대표(오른쪽)가 우 의원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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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후보를 뽑기 위해 16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당선인을 꺾었다. 경선 결과 발표 직후 민주당 의원들이 “오”라고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의 이변이었다. 우 의원은 국회의장이 되려면 본회의 투표까지 거쳐야 하지만 민주당이 과반 의석(171석)을 차지하고 있어 우 의원은 22대 국회 상반기 국회의장으로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우 의원은 “앞의 국회와는 완전히 다른 국회가 될 것”이라며 “여야 협의를 중시하지만, 민심에 어긋나는 퇴보나 지체가 생긴다면 국회법에 따라 처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선이 열렸던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을 빠져나오던 당선인들은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경선 직전까지 “추 당선인이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명심(明心·이재명 대표 의중)’ 경쟁을 하던 정성호 의원과 조정식 의원이 12일 각각 자진사퇴와 후보 단일화로 추 당선인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용민·김민석 등 친명계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추 당선인 지지를 선언하고, 친명계 핵심인 박찬대 원내대표가 정 의원(6일)과 조 의원(5일)에게 사퇴를 요구한 사실도 알려졌다. 우 의원을 돕던 의원들에게서 “너무 큰 표 차로 지지 않게 해달라고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찐명·개딸 ‘어의추’ 몰고가자“선넘었다” 역풍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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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6일 국회에서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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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이었다. 노골적 교통정리에 의원들의 반감이 커졌다. 특히 원내대표가 대놓고 국회의장 후보 교통정리에 나서는 일은 중진들의 반감을 키웠다. 한 중진 의원은 “3선이 5선과 6선을 정리하러 다니는 게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22대 총선에 불출마한 우상호 의원이 “후보들이 어떤 권유를 받고 중단한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대한민국 권력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을 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결정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한 것도 파장을 일으켰다. 한 재선 의원은 “선 넘은 교통정리가 오히려 반감을 키운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추 당선인으로 분위기를 몰아간 이른바 개딸 등 강성 친명 지지자들의 팬덤도 독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일부 당원들은 ‘미애로합의봐’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추 당선인을 지지한다는 2만여 명의 서명을 들고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했다. 당선인들에게는 “추미애를 뽑으라”는 문자폭탄도 배달됐다고 한다. 그러나 “문자폭탄을 받아 보니 공포감보단 오히려 반감이 들었다”(초선 당선인)는 반응이었다. 한 중진 의원은 중앙일보에 “몇몇 원외 스피커들이 유튜브에 나와 당원들에게 바람을 넣고, 당 지도부가 그렇게 만들어진 당원 여론을 무기로 의원들에게 하명하는 식의 정치가 지금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우 의원과 추 당선인의 서로 다른 접근법과 캐릭터도 표심을 가른 이유였다. 우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은 물론 개별 당선인들 집과 지역 사무실까지 샅샅이 훑었다. 우 의원 측은 “초선 당선인들도 이런 우 의원의 모습에 마음을 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문재인계나 당의 주변부 인사들이 우 의원에게 결집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우 의원이 을지로위원회, 더좋은미래, 민주평화국민연대 등 당내 모임에서 오래 활동한 것도 우군 결집의 배경이 됐다.

반면에 추 당선인은 개별 의원 접촉보단 대중을 상대로 명심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데 힘을 썼다. “이 대표가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연히 과열이 되다 보니 우려가 큰 것 같다’는 말씀을 주셨다” “당심이 곧 명심이고 명심이 곧 민심”이라는 식이었다.

한 재선 의원은 “추 당선인이 과거 환노위원장을 하면서 당 방침을 거슬렀다는 건 중진 정도만 기억하겠지만, 법무부 장관을 하면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를 무리하게 밀어붙였다가 여론의 역풍을 불러일으켰단 건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며 “이런 식의 돌출행동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을 거로 본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한 측근도 “추 전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뒤통수를 친 전례가 있다”며 “국회의장이 된 다음에 또 어떤 일을 할지 알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친명계는 혼란스러운 상태다. 정청래 의원은 경선 직후 페이스북에 “당원이 주인인 정당,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상처받은 당원과 지지자들께 미안하다”고 썼다. 여당에선 “상대적으로 온건한 우원식 의원을 선택한 민주당이 무섭다”는 반대의 평가가 나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중도층을 향한 민주당의 변화가 두렵다”며 “선택의 기준은 대선 승리에 누가 더 도움될까 하나였다”고 썼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어떤 후보도 의장 역할을 훌륭하게 국민의 뜻에 맞게 잘 수행할 것”이라며 “당선자들의 판단이기 때문에 그게 당심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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