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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하루천자]조원재 작가의 ‘삶은 예술로 빛난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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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비범한 예술 세계를 창조해 낸 모든 예술가의 초기 작품은 늘 허접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허접함을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숱하게 반복되는 실패, 실수, 시행착오를 자신이 꿈꾸는 바를 실현하기 위해 당연히 필요한 과정으로 보았다. 거기서 무언가를 배워 ‘자신이 꿈꾸는 미지의 어느 지점’을 향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매일 매일 반의반 걸음이라도 나아갔다. 처음부터 완벽을 기대하지도, 성공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계속 반복하면서 완성해 나갈 뿐이다. 그 과정이 충분히 숙성된 어느 시점에 비범한 무언가가 자연스레 내면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글자 수 1074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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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돌아보면 자신의 허접함을 마주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들에게 그것은 실패와 좌절을 의미하며, 남에게 자신의 빈약함을 내보이는 일이자 스스로 자존감에 커다란 상처를 입히는 일이다. 그래서 그들은 새로운 어떤 것도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것이 허접할까 봐, 실패로 끝날까 봐. 그렇게 되면 너무 부끄럽고 아프니까. 그러나 허접한 것들이 반복적으로 지속되어 경이로울 정도로 쌓이고 쌓여야지만, 비범한 무언가가 내면에서부터 밖으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우리는 비범한 작품을 창조한 예술가들에게 흔히 ‘천재’라는 칭호를 붙인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과는 태생부터 달랐을 것이라 여긴다. 때때로 누군가를 영웅 혹은 위인으로 만들기 위해 ‘천재’라는 칭호를 마케팅적 수사로 애용하기도 한다. 피카소에게 천재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처럼. 그러나 피카소가 어릴 적부터 얼마나 많은 허접한 그림을 경이로울 정도로 그려 왔는지에 대해서는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피카소의 허접한 노력이 쌓이고 쌓여 그만의 독창적인 내공이 되었고, 그의 작품 또한 자연스레 비범한 무언가로 진화할 수밖에 없었다. 허접은 비범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일만 그러할까?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처음에는 허접하기 마련이다. 나의 요리처럼 말이다. 이것이 예술과 삶이 통하는 지점이며, 삶의 모든 행위가 예술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처음부터 완벽해야만 한다는, 성공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은 인간을 미지의 세계를 향해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정신적 족쇄가 된다. 모든 일의 시작은 당연히 허접하다. 실수와 시행착오가 숱하게 이어진다. 거기서 배우고 깨달음과 영감을 얻는다. 다음 차례에 그것을 반영해 조금씩 개선해 나간다. 그렇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성숙을 거듭해 가다 보면, 끝에 누가 봐도 비범하다 말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 즉 예술이 허접했던 이에게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허접에서 비범으로 향하는 길, 그 길이 우리가 삶에서 예술을 행하는 길이 된다. 세잔이 그 길을 걸으며 예술을 일군 것처럼. 우리가 그 길을 걷기로 택한다면 우리는 예술가가 되고, 우리의 삶은 예술이 된다.

-조원재, <삶은 예술로 빛난다>, 다산초당, 1만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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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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