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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R&D 예타 '전면 폐지'…과기계 '환영' 하면서도 건전재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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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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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핵심 과학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국가연구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R&D 예타) 기준을 폐지한다. 과학기술계에서는 긴 시간이 소요되는 예타 조사에 발목 잡혔던 첨단기술 R&D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기준 완화에 따른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재정전략회의에서 R&D 예타를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건전재정 기조는 고수하겠다는 방침이다. R&D 예타는 대규모 국가 신규 R&D 사업에 대한 예산 편성과 기금 운용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실시하는 사전적 타당성 검증·평가다.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국가 재정 지원 300억원 이상)인 대형 국가 R&D 사업에 대해 적용한다.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과학기술혁신 정책 보고서 'STEPI 아웃룩(Outlook) 2024'에 따르면, 2008년 2월 과학기술 R&D에 예타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22년 9월 기준 312개 사업에 대해 R&D 예타가 실시됐고, 그중 173개 사업이 시행됐다. 이를 통해 타당성이 부족한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예타 수행 기간은 원칙상 7개월이다. 사업 유형을 분류하는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부터 사업 결과를 확정하는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가 열리기까지의 기간을 수행 기간으로 본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복합적인 쟁점이 발생하거나 추가 공모 절차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조사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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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과기정통부 예타 대상선정 접수 사업/그래픽=조수아



문제는 국가적으로 개발이 시급한 과학기술 R&D의 경우에도 같은 규정이 적용돼, 과제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만 1년여 이상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4월 예타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과기정통부의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쉽 프로젝트'의 결과가 1년여가 지났음에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예타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도 당초 4월 말~5월 초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또 국내 경제 및 재정 규모가 예타 첫 도입 당시보다 크게 증가했음에도 500억원이라는 예타 기준이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 중 하나로 꼽혔다. 예타 제도가 첫 도입된 1999년에 비해 2022년 정부의 재정규모는 5.2배(131조원→679조원) 늘었다. 이에 따라 국가경제규모 및 재정규모의 추세를 예타 조사 대상 사업의 기준 금액에 반영해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지속적으로 제시됐다.

구본태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능형반도체연구본부 본부장은 "R&D 예타는 다각도적인 시각에서 봐야한다"면서도 "전세계적으로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빠른 양자, AI(인공지능), 반도체 등 핵심 기술에 대해선 우리도 빠르게 속도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다만 R&D 예타 제도가 폐지될 경우 재정건전성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예타조사 제도가 도입된 후 예타 면제 사업의 수와 규모도 꾸준히 확대됐다"며 "경제성 측면에서 볼 때, 예타 면제 기준을 넘지 못한 사업이 예타 본조사의 장벽을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 개발의 시급성을 고려하되, 잇따를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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