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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김여정 "군사기술 어디에도 수출 안 해… 대남용" 속내는 [오늘의 안보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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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북한이 최근 개발 중인 각종 무기체계가 러시아 수출용이라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 발끈하고 나섰다. 타이밍상 즉각적인 데다 담화와 논평 등 3개의 글이 동시에 발표될 정도의 반응이라 그 배경이 주목된다.

◆김여정 “전술무기 사명은 ‘서울이 허튼 궁리 못하게’…군사기술력 수출·공개 의향 없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달 들어 연일 군수 부문을 현지지도하며 무기체계 개발 현황을 챙겼다. 이에 러시아 수출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무기 양산·공급능력을 알리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 참이었다.

그러나 1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담화에서 김정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북한의 무기체계가 ‘대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적대세력들이 우리가 생산하는 무기체계들이 '대 러시아 수출용'이라는 낭설로 여론을 어지럽히고 있는 데 대해서는 한번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며 북러간 무기거래설은 “가장 황당한 억설”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어 군사기술력을 어디에도 수출 또는 공개할 의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에 우리가 공개한 방사포들과 미사일 등의 전술무기들은 오직 한가지 사명을 위하여 빚어진 것”이라며 “서울이 허튼 궁리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데 쓰이게 된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고 김 부부장은 강조했다.

또한 자신들에게 가장 급선무는 “광고나 수출이 아니라 군대의 전쟁준비, 전쟁억제력을 더 완벽하게 질량적으로 다지며 적이 군사력에서 열세를 극복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도 밝혔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 부부장 담화에 관해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거래가 백일하에 드러났음에도 북한이 부인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 스스로도 (러시아와 무기 거래가) 불법적인 행위라는 것을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하고, 러시아와 불법적 무기 거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세계일보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안 관련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식 이슈 프레임 재설정 위한 여론전…남측에 책임 전가 목적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여정 담화, 조선중앙통신사 논평, 군사논평원 글이 정세 대응 측면에서 하나의 세트라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여기에 담긴 메시지를 정리하면 ①무기수출용이 아닌 한미 위협에 대한 억제용 ②한미의 최근 훈련과 군사 행보는 북한에 대한 핵타격을 목표로 함 ③한미의 최근 훈련과 군사 행보는 북한, 중국, 러시아에 대한 핵위협으로 지역의 군사적 기장을 증폭시키는 근원이라는 설명이다.

홍 연구원은 특정 이슈와 관련해 필요 시 신속하게 담화를 발표하는 김 부부장의 패턴으로 볼 때 “‘조러무기거래설’로 발끈해 나섰다는 것은 이 문제가 북한의 정세 관리에서 민감한 사안이거나 북한식으로 이슈 프레임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북 전 무기거래 프레임이 부각되는 것이 부담스러움에 따라 한·미 핵위협과 북한의 안전보장 이슈로 전환하려는 필요가 있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부부장의 담화를 여론전의 일환으로 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근 개발한 방사포와 미사일 등 전술무기들이 대남압방용이자 전쟁억제용임을 강조한 것”이라며 “개발시험한 것에 수출 운운하는 것이 비논리적임을 강변함과 동시에 현재 개발 중인 것을 바로 수출할 수는 없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재래식 무기 준비와 비축 없이 계획된 전면전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는 외부 분석을 부정한 것”이라며 “동시에 김여정이 종종 사용하는 ‘정비례’ 개념을 다시 꺼내 현재 긴장국면의 책임과 기원을 남측에 전가하는 담화”라고 설명했다.

남측 진보세력에까지 선을 그은 맥락으로 볼 때 자신들의 군사력 강화는 진보와 보수 할 것 없이 모두에 책임이 있고, 적대적 두 국가론이 말뿐이 아님을 강조하는 담화라는 해석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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