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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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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국민의힘 총선백서 TF가 세월호 직후를 들여다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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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총선에서 108석이라는 참패 결과를 받아든 지도 어느새 1달이 넘었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진 것인지 치열한 논쟁이 아직도 한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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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총선 당일 개표상황실에서 개표 예측 결과를 본 뒤 발언하고 있는 한 전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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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은 지난달 26일, 왜 선거에 졌는지 제대로 살펴보겠다면서 소위 '반성문' 격인 '총선 백서 TF'를 꾸렸습니다. 서울 마포갑 당선인이자 현역 의원인 조정훈 위원장이 이끌고, 지역구 선거 낙선자와 여론조사·빅데이터 분야 전문가들도 합류했습니다.

TF는 앞으로 총선을 지휘했던 전직 당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는 물론,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만나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종합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의견도 들을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총 3번의 전체 회의가 있었고, 지난 17일엔 공천 과정만 집중해서 들여다보는 평가회의도 열렸습니다. TF는 이렇게 회의 때 다뤄진 내용 등을 종합해 오는 6월 중순 즈음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입니다.

2014년 세월호 사고 직후 지방선거는 어떻게 선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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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열린 국민의힘 총선 백서 TF 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조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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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위원장은 백서에 담길 주요 내용 중 하나로 2014년 지방선거와의 비교를 꼽았습니다. 그해 6월 있었던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세월호 사고 이후 2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치러졌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셀 수밖에 없었던 시기.

하지만 광역단체장(시·도지사) 기준으로 당시 보수당이었던 새누리당은 전체 17곳 중 8곳에서 승리했습니다. 물론 새정치민주연합이 서울을 포함해 총 9곳에서 이겼지만, 악화한 여론에 비해 여당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다수였습니다. TF는 당시 대통령과 당 지지율, 그리고 당정관계 등이 이번 총선과 어떤 점이 달랐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패배 원인 묻는 설문 조사에 '논문'처럼 답변해와" 열띤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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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발언하는 한 전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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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의 또 다른 한 축은 설문조사 결과 분석이 될 예정입니다. 앞서 TF는 총선 출마자와 당직자, 보좌관, 당 출입기자 등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총선 원인에 대한 각종 질문과 함께 주관식 답변도 적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조 위원장은 "논문을 쓰듯 자세한 분석을 보내온 사람들이 많다"면서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해 이들의 의견을 다각도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또 이번 총선 기간 중 윤석열 대통령과 한 전 비대위원장의 공식 발언도 모아 그 방향성을 비교, 분석해, 당정관계가 어땠는지 살펴보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자연어 분석 기법도 활용…한동훈 위원장 가장 많이 쓴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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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가 분석한 취임 직후 일주일 간 한 전 위원장 단어 사용 (국민의힘 공식 홈페이지 발언 기준, 글씨가 클 수록 자주 사용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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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는 TF와 유사한 방식으로 한 전 위원장의 취임 직후 및 총선 직전 발언을 비교해봤습니다. '저는', '여러분', '제가' '안녕' 등 불용어를 제외하고, 어떤 단어가 가장 많이 쓰였는지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취임 직후 1주일 동안엔 '국민', '동료', '시민'과 같은 단어와 함께 '특권', '미래' 등의 단어가 고르게 언급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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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가 분석한 총선 직전 일주일 간 한 전 위원장 단어 사용 (국민의힘 공식 홈페이지 발언 기준, 글씨가 클 수록 자주 사용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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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직전 1주일 동안에는 발언 자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대한민국이' 전체 1만 8천여 개의 단어들 중 총 377번으로 가장 많이 등장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이재명' 200번, '범죄자' 183번, '조국' 178번으로 야당 관련 단어들이 많이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한때 총선 TF의 백서 작업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참패를 한 위원장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현재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당 안팎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중진 의원은 "용산이 바뀌지 않는 이상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정작 문제는 '고집불통'이라는 대통령실의 이미지 때문이라는 겁니다. 반면 재선이 확정된 또 다른 초선 의원은 "(한 위원장이) 대통령에게 할 말을 제대로 못 했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고 평가했습니다.

"다시는 지고 싶지 않다" 각오…모두가 납득할 결론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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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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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위원장은 '다시는 지고 싶지 않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 총선 이후 국민의힘의 이른바 '패인 분석'은 벌써 토론회나 세미나의 형식으로 벌써 수차례 진행됐습니다. 특히 지난 14일엔 쇄신을 요구하는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밤샘 토론을 거쳐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세웠던 시대정신 '공정과 상식'이 무너졌다"면서 "당은 무력했고 우리는 침묵했다"는 반성의 메시지도 내놨습니다. 진단은 이미 당 안팎에서 충분히 나온 셈입니다.

그렇다면 통렬한 반성과 정확한 진단, 과연 백서에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까요? 모두는 아니더라도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만한 합리적인 결론을 당이 스스로 낼 수 있을지 앞으로 지켜봐야겠습니다.



하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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