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2 (일)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군, 가자 내 전진기지 건설 박차…장기주둔 포석인 듯"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WP "가자지구 남북 가로지르는 '넷자림 회랑' 따라 기지 3개 지어져"

연합뉴스

美 상업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넷자림 회랑과 지중해 해안에 건설된 임시부두
[AP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 정부가 국내외 압박에도 '전쟁 이후'의 청사진을 내놓지 않는 가운데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군이 전진기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갈라놓는 이른바 '넷자림 회랑'(Netzarim Corridor)을 따라 건설된 이 기지들은 전후에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계속 주둔하는 상황을 대비한 포석으로 보인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상업위성 업체 플래닛랩스가 가자지구를 촬영한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군이 넷자림 회랑 주변에서 지난 3월 이후 3개 전진기지를 건설한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받고 전쟁에 돌입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최대도시 가자시티 남쪽 가장자리를 따라 이스라엘 본토와 가자지구 서쪽 지중해 해안을 잇는 길이 6.4㎞의 도로를 건설했다.

2005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하기 전까지 이곳에 있던 이스라엘 정착촌의 이름을 따 넷자림 회랑으로 명명된 이 도로 주변에 있던 건물은 모두 철거됐다.

히브리대 소속 지리자료 전문가 아디 벤눈은 하마스의 접근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를 확보한다며 철거한 넷자림 회랑 주변 건물이 최소 750채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가자 AF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해안에 미군이 설치한 국제사회 구호물자 반입을 위한 임시 부두의 사진. 2024.5.18



넷자림 회랑의 지중해 해안 쪽 끝단에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위한 국제사회의 구호물자 하역을 위해 최근 미군이 설치한 임시부두 등과 함께 이스라엘군 전진기지가 구축됐다.

이 기지 외곽의 콘크리트 방호벽에는 '넷자림 기지에 온 걸 환영합니다'란 낙서가 남겨져 있고, 밤이면 사방 1마일(약 1.6㎞)에 걸쳐 조명이 비춰진다고 WP는 보도했다.

이스라엘군 라디오 방송국 소속 리포터 도론 카도시는 지난달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주요 도로인 살라흐앗딘로(路)와 넷자림 회랑이 교차하는 지점에 들어선 또 다른 기지를 둘러보고 레이더와 관측 시설이 갖춰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기지 주변에 사는 한 29세 여성 주민은 "여기는 가자지구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곳"이라면서 보통 잠시 왔다가 철수하던 이스라엘군이 넷자림에선 계속 머물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측은 가자지구를 영구적으로 재점령할 의사는 없다고 주장한다.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진을 든 채 반전 시위를 벌이는 인도네시아 활동가
[로이터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개전 후 8개월째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가자지구 통치 주체 등과 관련한 '전후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장기간 군사적으로 점령하게 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006년 총선에서 하마스에 패해 요르단강 서안으로 밀려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를 전후 계획의 중심으로 삼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했고, 주변 아랍권 국가들로 평화유지군을 구성하자는 제안도 호응이 크지 않은 실정이다.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이스라엘군의 점령이 장기화한다면 국내외적 비판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넷자림 회랑의 이스라엘군을 겨냥해 최근 한 주 사이에만 6차례나 로켓과 박격포탄이 날아드는 등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공격도 잇따를 전망이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가자지구 북부에서 하마스가 다시 준동하면서 이스라엘 내에선 한때 논외로 치부됐던 방안들이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에서 팔레스타인 문제 담당 국장을 지낸 마이클 밀슈타인은 이와 관련해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hwangc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