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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정청래 "당원께 사과"에 우원식 "갈라치기 말라"…강성 당원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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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우원식 당선, 민주당 살아있다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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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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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우원식 의원을 선출한 후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추미애 당선인이 '명심'(明心·이재명 대표의 의중)을 업고 승리할 것이란 관측이 엇나가자 당원들의 반발이 잇따르면서다. 강성 당원을 앞세운 친명계 정청래 수석최고위원과 우 의원이 공개적으로 설전을 주고받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강성 당원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 의원은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원들이) 추미애 당선인을 (국회의장으로) 더 바랐던 심정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정 최고위원이 상당히 책임 있는 국회의원인데 그렇게 얘기하는 건 저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우리 당선인들의 판단과 당원들을 분리시키고 갈라치기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점에서 수석최고위원으로 아주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우 의원은 이태원참사 유가족을 만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런 식의 표현은 당심과 민심을 분리해 내고 국회의장 후보와 당심을 분리해 내려고 하는 아주 잘못된 말"이라며 "저는 그걸 취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 후보자와 당원들 사이를 가를 것이 아니라 당선인들이 뽑은 의장 후보가 얼마나 개혁적이고, 얼마나 국회를 잘 이끌어 갈 건지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 당의 지도자 중 한 분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 최고위원은 16일 우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뒤 페이스북에 "당원이 주인인 정당,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면서 당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상처받은 당원과 지지자들께 미안하다"며 "당원과 지지자분들을 위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진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정권교체의 길로 가자"고 당부했다.

정 최고위원은 강성 당원들과 활발한 소통을 이어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우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뒤 민주당에는 강성 당원들을 중심으로 항의와 탈당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게시판을 살펴보면 일부 강성 당원들은 "(우 의원을 지지한) 89명을 찾아내야 한다", "앞으로 모든 투표는 기명투표로 바꿔야 한다"고 하거나 우 의원의 당선을 "'수박(비명계에 대한 멸칭)'의 쿠데타"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 친명계 인사는 통화에서 "우 의원이 국회의장이 되는 게 이 대표에게도, 당에도 잘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추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각을 세웠다는 상징성이 있다"면서도 "당의 뜻을 따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거스른 전적이 있지 않나. 다선 의원들과 오래된 당원들은 기억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고 원내대표로서 여야 합의를 이끈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회 개혁, 강한 국회에 대한 의지는 우 의원과 추 당선인 모두 마찬가지"라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추 당선인보다는 예측가능한 우 의원이 안정적인 국회 운영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 최고위원을 향해 "강성당원 뒤에 숨을 게 아니라 수석최고위원으로서 당선인들의 결정에 대해 책임지고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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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고 김문기·백현동 허위 발언'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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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강성 당원들을 중시하는 이른바 '팬덤 정치'의 모순이 드러났다고 분석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간한 보고서 <만들어진 당원>에서는 팬덤 당원에 대해 대의제를 근간으로 한 정당의 오래된 지역 기반이나 하층 기반을 허문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팬덤 당원이 "대의원이 중심이 된 당의 대의체계를 없애고 당 대표와 당원의 직접 소통, 직접 결정을 원하고 그에 따라 당이 하향식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길 바란다"며 "경쟁하는 정당에 대해 최대로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의견이 다르면 당직자나 의원, 동료 당원 누구라도 관용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 양극화를 빠르게 심화하는 요소"라고 했다.

이어 보고서는 팬덤 정치의 문제로 "정당 내부보다 당 밖 여론을 주도하는 아웃사이더가 지배하는 정치, 정당 조직과 구성원들로부터의 신망보다 사나운 팬덤에 휘둘리는 정치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현상"이라며 "권력에 야심이 있다면 혐오로든 아첨으로든 여론을 자극하고 정당보다 자신을 추종하는 팬덤을 동원하는 형태"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대권을 노리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성 당원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당원 중심주의, 직접 참여가 되레 일부 강성 당원의 영향력을 키워 극단화에 빠지게 한다는 지적이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대의민주주의를 택한 정당"이라며 "직접 참여를 강조하는 것이 중우정치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최 평론가는 우 의원 당선을 두고도 "선거를 통해 뽑힌 의원들이 대의 투표로 뽑은 사람"이라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우 의원이 됨으로써 민주당은 상당 부분 리스크를 덜었다. 이재명 대표도 연임의 명분을 얻게 됐다. 민주당으로서 신의 한 수 같은 결정"이라며 "그런데 이를 강성 당원들의 의사에 반한다고 낙인찍고 마녀사냥하듯 가는 건 극단화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봤다.

그는 "민주당의 재집권, 대선으로 가는 이재명 대표의 전략에 있어서 민주당의 합리성과 중도 확장성을 고려해야 할 때"라며 강성 당원에 휘둘리는 듯한 모습이 해가 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이재명의 민주당'이었다면 이제는 '국민의 민주당'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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