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2 (일)

정부 정책 바로 때렸다, 민심 대응 빨라진 與 빅샷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해외 직구 KC인증’ 일제히 비판

조선일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당선자./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19일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제품의 해외 직구 금지’ 철회 방침을 발표하기에 앞서 여권 유력 정치인들이 먼저 직구 금지 방침을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정부가 지난 16일 KC 미인증 제품 직구 금지 방침을 발표하자, 해외 상품 직구에 익숙한 MZ 세대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졌기 때문이다. MZ 세대 등 소비자 반발로 사흘 만에 정부가 정책을 수정하며 후퇴한 것도 보기 드문 일이지만, 여권 정치인들이 정부에 공개적으로 정책 수정을 요구한 것도 이례적이다. 정치권에선 “4·10 총선 참패를 경험하고 여론 민감도가 높아진 여당 인사들 사이에서 정부를 향해 ‘할 말을 하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걸 보여준다”란 말이 나왔다.

정부의 KC 미인증 제품 직구 금지 방침에 대한 반대 기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8일 밤 페이스북에 재고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한 전 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개인 해외 직구 시 KC 인증 의무화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국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제품의 안전을 꼼꼼히 챙기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지만, 개인의 해외 직구 시 KC 인증을 의무화할 경우, 적용 범위와 방식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넓어져 과도한 규제가 될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는,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공정한 경쟁과 선택권을 보장하는 정부”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이튿날인 지난달 11일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 문제나 정책 현안에 대한 공개 발언을 자제해왔다. 그런 한 전 위원장이 침묵을 깨고 해외 직구 금지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재고를 요구하면서, 온라인 등에서 이 사안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한 전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현 정부·여당에 대한 MZ 세대의 민심과 직결된 정책 현안이라 한 전 위원장이 침묵을 깨고 공개 발언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보다 앞서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과 나경원 당선자도 소셜미디어에서 직구 금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유 전 의원은 “KC 인증이 없는 80개 제품에 대해 해외 직구를 금지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안전을 내세워 포괄적·일방적으로 해외 직구를 금지하는 것은 무식한 정책”이라고 했다. 이어 나 당선자도 “(정부 조치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차근히 준비해서 국민의 안전을 제고하면서 소비 선택의 자유도 보장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에 정부의 해외 직구 관련 방침을 비판하며 결과적으로 정책 수정을 이끌어낸 여권 인사들은 모두 차기 당대표 후보군으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수직적 당정 관계가 지속되면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도 여당이 침묵했던 결과가 22대 총선 참패라는 것을 차기 당대표 도전자들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며 “정부가 민심과 동떨어지거나 이를 거스르는 정책을 펼칠 때 여당이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일종의 공감대가 생긴 셈”이라고 했다.

이날 정부가 해외 직구 전면 금지 방침을 철회하자,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은 “중국 초저가 제품이 밀려드는 ‘차이나 침공’을 막을 수 있는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한동훈·유승민 두 사람의 ‘과도한 규제’ ‘무식한 규제’라는 정부 비판도 일리가 있지만, 이 문제를 ‘소비자 선택권 제한’으로만 비판하는 것은 우리가 직면한 거대한 도전을 너무나 협소하게 만들어버린다”며 “우리 제품과 유통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구시대적인 규제 틀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번 직구 규제 논란이 커지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22대 총선 당선자들의 목소리를 좀처럼 듣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직 의원은 “초·재선 당선자들이 원내에서 수도권·청년·중도층 민심을 수렴해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고 했다.

[김승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