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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지도자' 후계자였는데…'실종' 이란 대통령, 공석 시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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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헬기 추락으로 실종된 가운데 차기 대통령과 최고지도자 후계자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부 전문가는 이란 헌법상 권력 서열 1위가 최고지도자이기 때문에 서열 2위인 대통령 교체에도 정치적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라이시 대통령이 그간 차기 최고지도자의 유력 후보로 거론된 만큼 그가 사망하면 최고지도자 후계자 자리를 둘러싼 정치적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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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헬기 추락으로 실종됐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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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이란 국영 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라이시 대통령과 정부 관리들이 헬기 추락으로 실종된 상태로 이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고가 국정 운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 국민을 안심시켰다.

라이시 대통령 등이 탑승한 헬기는 이날 이란 동아제르바이잔주 중부 바르즈건 인근의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 추락했다. 국영 TV는 사고 원인을 악천후라고 전하며 구조 작업도 짙은 안개 등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 대변인도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국가가 어렵고 복잡한 상황과 씨름하고 있다"며 라이시 대통령의 생사 확인 등 구조 작업이 어려운 상황임을 시사했다.

외신은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차기 대통령 선출 등 이란 정치계에 닥칠 변화에 주목했다. 이란 헌법 제131조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 유고 시 제1부통령이 일시적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50일 이내에 신임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란은 지난 2021년 6월 대선을 치렀고, 차기 선거는 2025년에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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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가 19일(현지시각) 이란 북서부 바르자간 인근 산악지대에 추락한 가운데 안개 자욱한 현장 인근에 구조대 차량이 모여 있다.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등이 탄 헬기가 아제르바이잔과 이란 국경 인근에서 추락 후 실종됐으나 악천후로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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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이란 정부가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을 공식화하지 않은 만큼 차기 대선 일정 및 후보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는 상태다. 다만 현지매체인 이란인텔은 지난 17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마즐리스) 의장의 주된 정치적 야망은 차기 대선에서 라이시 대통령을 물리치는 것이라고 전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앞선 대선에서 라이시 대통령 지지를 위해 출마를 포기한 바 있다.

아랍 매체 알자지라의 마르완 비샤라 수석 정치분석가는 "이란의 정치 체계는 강력한 엘리트 통치와 기능적 견제 그리고 균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라이시 대통령의 부재, 대통령 조기 교체 등으로 인한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블룸버그 등 일부 외신은 라이시 대통령이 그간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자리를 이어받을 인물로 꼽혀 그의 사망이 차기 최고지도자를 둘러싼 후계자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짚었다. 아일랜드 매체 아이리시타임스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유력 후계자로 부상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신문은 "재계부터 정계, 종교계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인맥이 최고지도자와 연결된다"며 하메네이 측근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변화가 생길 것을 우려해 모즈타바를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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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마즐리스) 의장(왼쪽)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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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의회를 장악한 강경 보수파가 서방과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가디언은 "이란 의회에서 러시아, 중국과 관계를 더 돈독히 하고 서방에 대한 강경 노선 강화를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며 이란의 새 지도자는 이스라엘과 갈등을 둘러싼 내부 갈등 이외 의회의 요구도 통제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보수' 라이시, 사법부 거쳐 이란 '2인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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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 정상회담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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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12월 이슬람 시아파의 최대 성지 중 하나인 마슈하드 인근에서 성직자의 아들로 태어난 라이시 대통령은 미국 등 서방,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강경보수로 평가받는다. 1981년 스무 살의 나이로 검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테헤란 검찰총장 등을 거쳐 2019년 사법부 수장 자리에 올랐고, 2021년 8월 제13대 이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검찰 재직 당시 반체제 인사 숙청 작업을 이끌며 수십 년에 걸친 인권 침해 혐의로 지난 2019년 미국 제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대통령 취임 이듬해인 2022년에는 경찰 체포 후 의문사한 마흐니 아미니 사건으로 발생한 '히잡 시위' 진압을 위해 살인, 처형 등을 강행해 논란이 됐다. 유엔 인권이사회에 따르면 당시 이란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시위대 551명이 목숨을 잃고, 15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집계됐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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