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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한국식 빵 먹으며 문제집 푸는 베트남 여학생들 [신짜오,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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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억, 중위연령 32세 무한 잠재력

베트남 허브로 동남아 K베이커리 대전

‘베트남 한류가 그렇게 대단하다던데? 한국 기업 모두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간다던데? 인구 1억명, 중위연령 32세, 성장잠재력이 엄청나다던데?…’

베트남에 대한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인생 처음 베트남에 간 기자가 호찌민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만났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K베이커리를 대표하는 CJ푸드빌 뚜레쥬르와 SPC 파리바게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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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레쥬르



- 강력한 ‘단짠’ 메뉴로 현지인 취향 저격

- 고급 K베이커리에 현지 개발 제품 더해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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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뚜레쥬르 호찌민 하이바쯩점의 매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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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의 중심 지역인 1군 하이바쯩 거리에 위치한 2층짜리 빵집. 2007년 베트남에 진출해 전국 40개 매장을 운영하는 뚜레쥬르의 1호 매장이다.

지난 8일 오전 이곳을 찾았다. 10시가 되어가는 시각, 1층 매대에선 중년 여성들이 주식으로 먹을 빵을 고르고 있었고, 카페 공간의 바 테이블에선 남녀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2층에 자리 잡은 어린 여학생들은 빵을 먹으며 문제집을 함께 풀고 있었고, 홀로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백발의 노인도 있었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즐겨 찾는 매장으로 보였다.

분위기는 한국 뚜레쥬르 직영점과 흡사하다. 밝고 쾌적한 공간은 한국식 베이커리 카페를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이다. 매장 내 ‘TLJ 카페’라는 이름을 붙인 음료 제조 공간이 따로 있다. 음료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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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케이크와 함께 베트남 사람들의 기호에 맞춘 케이크가 진열돼 있다. 케이크 가격은 2만5000∼3만2000원가량으로 한국과 비교해도 저렴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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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제품과 시즌 제품을 모아 놓은 진열대. 도라에몽 IP 상품과 특색있는 과일모양의 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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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되는 빵을 찬찬히 살펴보면 여기가 한국 뚜레쥬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단짠’을 매우 좋아한다. 한국인 입맛보다 더 달고, 더 짜다. 그래서 즐겨 먹는 것이 솔티드에그와 연유, 포크플로스(짭짤한 돼지고기 포를 잘게 찢은 것)인데 베트남 뚜레쥬르는 이를 반영해 지난해 새로운 제품들을 내놨다. 반응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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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뚜레쥬르의 최고 인기 품목 중 하나.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솔티드에그, 연유, 포크플로스를 모두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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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티드에그 크림과 연유, 포크플로스를 넣은 스폰지 케이크는 그중 최고 히트상품이다. 달달한 연유 맛 뒤로 장조림 같은 짭조름함이 이어져 한국인 입에는 신선한 충격이다. 네모난 조각케이크는 매출 1,2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이며, 파티용 홀케이크로도 판매된다. 매출 10위권 밖에 있던 미니 크루아상은 솔티드에그 크림을 포함했더니 단숨에 매출 3위권으로 뛰어올랐고, 파테를 넣은 파이도 있다. 모두 베트남 CJ푸드빌 R&D센터에서 개발한 작품이다.

CJ푸드빌 베트남 법인 관계자는 “한국에서 인기 있는 스콘, 크로플, 까눌레보다, 크루아상과 바게트, 현지인 입맛에 맞춘 빵이 많이 팔린다”면서 “한국 베이커리의 강점은 가져가면서, 현지인 기호를 적극 반영하는 것이 베트남 뚜레쥬르가 사랑받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뚜레쥬르에는 다른 빵집에선 볼 수 없는 것이 또 있다. 바로 IP(지식재산권) 제품이다. 한국 빵집에선 각종 캐릭터와 베이커리의 콜라보를 쉽게 볼 수 있지만, 베트남에선 어렵다. IP보유 업체들의 사용권 승인 기준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베트남 베이커리업계에서 그 기준을 맞춘 것은 뚜레쥬르가 최초”라며 “지난해 디즈니와 맺었으며, 올해는 도라에몽과도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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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뚜레쥬르에서 판매하는 미니 크루아상.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솔티트에그 맛으로 개발한 크림을 함께 제공하면서 인기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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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영향으로 빵을 주식으로 먹는 문화가 있다. 하지만 종류가 다양하지 않았고 로컬 베이커리 위주였다.

뚜레쥬르는 이런 점을 공략했다. 현지 베이커리보다 3∼4배 이상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며 선택의 폭을 넓혔다. 특히 공장에서 양산하지 않고 매장에서 갓 구워낸 신선한 빵은 확실한 차별점이었다. 뚜레쥬르가 고급 베이커리로 자리 잡으면서 베트남 젊은이들은 뚜레쥬르를 데이트 장소로 애용하고, SNS에 인증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베트남 뚜레쥬르는 현지 공장을 2020년 확장 이전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생지는 하노이 등 전국 매장에 공급되며 베트남 롯데마트 베이커리에도 납품된다. 소금빵은 심지어 한국에까지 수출한다.

CJ푸드빌 측은 “지금도 베트남의 ‘국민 빵집’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연간 최소 5개 매장씩 늘려가며 명실상부한 대표 베이커리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라며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공장 생산력을 바탕으로 한 B2B 영업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뚜레쥬르는 베트남을 발판 삼아 아시아 전역의 베이커리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11년 진출한 인도네시아에서는 주요 도시 63개 매장을 운영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국내 베이커리업계 최초로 2016년 몽골에 문을 열고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 재료, 맛, 분위기 모두 고급지게!

- K베이커리 ‘그대로’를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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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 크레센트몰에 입점한 파리바게뜨. 널찍한 공간에 화이트톤의 인테리어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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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선 국내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1위 파리바게뜨도 만날 수 있다. 9일 찾은 영업점은 부촌이 밀집한 호찌민 7군의 고급 쇼핑몰 크레센트몰점이었다. 넓고 쾌적한 매장 분위기는 한국의 동네 파리바게뜨보다 더 블링블링한 느낌이다. ‘고급 베이커리’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오전 10시, 쇼핑몰이 막 문을 연 시각이었지만 손님이 제법 있었다. SPC 현지 직원 비엣 응우엔씨는 “쇼핑몰은 10시에 열지만, 대로변 쪽에도 출입구가 있어 7시에 오픈할 수 있다”면서 “주변에서 일하거나 거주하는 고객들이 아침을 먹기 위해 찾는다”고 설명했다.

진열된 제품을 둘러보니 베트남 사람들이 많이 먹는 포크플로스 빵이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이 한국 파리바게뜨와 거의 비슷한 구성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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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파리바게뜨의 케이크와 거의 같은 베트남 케이크. 오른쪽 위에 진열된 푸딩도 인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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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파리바게뜨에서 판매하는 각종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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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메뉴가 별로 없는 것에 대해 응우엔 씨는 “베트남 파리바게뜨의 전략은 성공한 K베이커리를 그대로 가져와 심는 것”이라며 “메뉴, 레시피, 공간 인테리어 등을 모두 한국과같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뚜레쥬르와의 차별점은 델리에 있었다. 샌드위치, 쌀국수 샐러드, 파스타 등 한 끼 식사가 될 만한 메뉴가 큰 냉장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파리바게뜨는 호찌민에 7개, 하노이에 3개 총 1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공장은 없다. 치즈케이크 등 일부 품목은 한국에서 직수입하고, 델리 메뉴를 만드는 키친을 운영하며 나머지 베이커리류는 매장에서 직접 굽는다.

매장을 베이커리 카페로 운영하기 때문에 음료 메뉴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지난해 인기였던 ‘솔티드 커피’ 직원이 추천했다. 연유의 진한 단맛 뒤로 짠맛이 훅 치고 올라온다. 한국인 취향의 은은한 단짠과는 거리가 먼, 베트남식 단짠이다.

SPC는 CJ푸드빌보다 5년 늦은 2012년 베트남 호찌민에 첫 매장(까오탕점)을 열었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 이은 파리바게뜨의 세 번째 진출 국가로 동남아 지역 1호점이자, 글로벌 100호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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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의 강점인 델리 코너. 다양한 종류의 샐러드가 진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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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문화가 발달했으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많지 않다는 점이 파리바게뜨의 베트남 진출 배경이 됐다.

초기에는 한인 상권을 중심으로 파리바게뜨 매장을 냈다. 이후엔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 로컬 상권에 출점했다. 최근에는 고급 쇼핑몰에 입점하는 등 고급화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응우엔씨는 “그냥 먹는 빵은 베트남 현지 슈퍼마켓에도 다 판다. 우리의 전략은 재료와 맛, 매장 환경, 서비스 등에서 고객에게 ‘최고급’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경쟁사보다 비싸지만, 더 좋은 재료로 확실히 다른 퀄리티를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K베이커리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리바게뜨는 베트남을 동남아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고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에서 큰 성장을 이뤘다. 2030년까지 동남아 전체 600개 매장 조성을 목표로 최근엔 베트남 인접국인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며, 말레이시아에는 SPC 공장도 건립하고 있다.

호찌민=글·사진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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