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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김호중, 거짓말 또 거짓말… 소속사와 조직적 은폐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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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뺑소니’ 열흘 만에 시인

사고 이튿날 매니저 ‘허위자수’

운전 밝혀지자 “술은 안 마셔”

공연장에선 “진실 밝혀질 것”

강제수사 조여오자 ‘음주’ 자백

경찰, 金·소속사 대표 출국금지

음주량 추정 ‘위드마크’ 적용 방침

대검, 의도적 추가음주 처벌 건의

논란에도 23일 서울공연 진행될듯

“거짓말이 거짓말을 부른다는 걸 알았다.”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이 뺑소니 사고 열흘 만에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그가 한 말 그대로, 그간 혐의를 피하고자 이어져 온 거짓말이 공분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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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호중. 김호중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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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9일 사고 당시 음주를 했다는 여러 정황에도 줄곧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김씨가 당일 여러 차례에 걸쳐 지인들과 술을 마셨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경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하며 구속영장까지 검토하자, 그는 사고가 발생한 지 열흘 만에 입장을 바꿨다. 경찰은 사고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이 있는 김씨와 소속사 관계자를 출국금지하고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음주운전 혐의를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20일 자신의 변호를 맡은 조남관 변호사를 통해 “너무 힘들고 괴롭다”며 “수일 내로 경찰에 자진 출석해 음주운전을 포함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팬들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씨 측은 사고와 관련한 언론 보도가 나온 뒤 제기된 의혹에 석연찮은 해명을 잇달아 내놨다. 김씨 매니저가 사고 당시 김씨가 입었던 옷을 입고 10일 경찰에 자수한 것에 대해 ‘매니저가 자발적으로 한 일’이라고 해명했는데, 이후 16일에는 ‘소속사 대표가 시킨 일’이라고 주장하는 등 일관되지 않은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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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혐의에 음주운전 의혹도 더해진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의 콘서트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가 18일, 19일 이틀간 경남 창원 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에서 논란 속에 진행되는 가운데 19일 콘서트장 인근 상인들이 김호중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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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의혹에 관해선 김씨가 ‘술잔에 입은 댔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고 당일 거리에서 휘청이는 김씨의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기는 등 거짓말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경찰은 당시 김씨와 술자리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진 연예인 등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까지 벌였는데, 복수의 동석자가 “김씨가 술을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김씨는 자택이 아닌 경기 소재 호텔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자택에 방문 조사할 것을 염려해 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더해진 대목이다. 더구나 김씨는 호텔 인근 편의점에서 술을 구매해 ‘사고 후 음주’로 위장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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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검찰총장 직무대행 출신의 조남관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하는 한편,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지난 18일 공연에서 그는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모호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김씨가 사고 당시 여러 차례 술을 마시고 운전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수사에는 속도가 붙고 있다. 경찰은 김씨의 음주 뺑소니 사고 혐의에 더해 소속사 관계자들과 운전자를 바꿔치기하는 등 사고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의혹에 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날 김씨의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씨가 유흥주점에 가기 전 탔던 차의 블랙박스 에스디(SD) 카드가 사라진 사실을 추가로 발견했다”며 “김씨 측이 증거인멸 차원에 없앴는지 여러 가능성을 두고 수사 중”이라고 했다. 해당 차의 SD카드는 김씨가 언제부터 술을 마셨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김씨와 소속사인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 등 관계자 3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도 했다. 다만 김씨의 신병 처리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대중의 사랑을 받아 온 김씨가 공적 의무에 기반해서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며 “수사 협조 여부와 증거인멸 우려가 (신병 확보에)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사고 발생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출석한 만큼 실제 음주량을 추정하기 위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할 방침이다. 위드마크 공식은 마신 술의 종류와 체중 등을 계산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김씨의 소변 감정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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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씨가 지난 9일 사고 직후 현장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골목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오른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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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은 김씨 사고를 계기로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 사례를 처벌할 수 있는 형사처벌 규정 신설을 이날 법무부에 건의했다. 입법 건의안은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적발을 면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술을 더 마시면 1∼5년의 징역 또는 500만∼2000만원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다. 음주측정거부죄와 형량이 동일하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 같은 추가 음주를 비롯해 이른바 ‘운전자 바꿔치기’, 계획적 허위 진술과 진상 은폐, 증거인멸 등 사법 방해 행위에 엄정 대응하라고 이날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이 총장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경찰과 협력해 관련 처벌 규정을 적극 적용하고 형사소송법상 증거인멸·도주 우려 등 구속 사유 판단에 (사법 방해 정황을) 적극 반영하라”고 주문했다.

한편 김씨는 음주운전 인정에도 예정됐던 공연에 출연할 것으로 보인다. 공연계에 따르면 오는 23∼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올림픽 체조경기장)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김호중 & 프리마돈나’에 김씨가 출연할 예정이다.

이예림·장혜진·이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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