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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K라면 '지각변동' 본격화…승부는 해외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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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라면 수출 1억달러 돌파…"또 역대 최대"

국내 시장은 이미 고착화…해외 입맛 잡기에 총력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고착화됐던 라면업계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K라면'이 어엿한 수출 효자상품으로 급부상하며, 주요 전장(戰場)이 국내에서 해외로 넘어가 생긴 변화다. 국내 대표 라면 3사는 올해 글로벌 입맛 잡기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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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볶음면 제품 라인업. [사진=삼양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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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수출액은 1억859만 달러(약 147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6.8% 증가했다. 라면 수출액이 월간 기준 1억 달러를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4월 라면 수출 실적은 종전 최고 기록인 지난 2월(9291만 달러)와 비교해도 16.9% 높다.

라면 수출액은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9억5240만 달러. 업계에서는 올해 추세를 이어간다면 10억 달러를 넘어 11억 달러를 웃돌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라면의 글로벌 인기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라면 수출액 증가율은 2022년 5월(49.3% 증가) 이후 1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라면이 수출 효자상품으로 급부상하며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그간 라면시장은 이미 고착화된지 오래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부동의 1위 농심이 수십년간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그 뒤를 오뚜기와 삼양식품이 따르는 구도가 계속됐다. 오뚜기와 삼양식품이 2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정도였으나, 그마저도 2013년 오뚜기가 2위 자리에 오른 뒤 교착 상태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주요 기업들의 해외 실적이 우상향하며 판세가 급변하는 분위기다. 시장을 흔든 대표적 '게임 체인저'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다. 신라면, 짜파게티, 진라면 등 경쟁사 제품들도 해외서 적잖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궤를 달리하는 성장세를 자랑한다. 해외에서 품귀 현상까지 빚어질 정도의 폭발적 인기를 자랑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5.1% 급등한 801억원으로, 증권가가 전망하던 400억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경쟁사인 농심(614억)과 오뚜기(732억원)의 영업이익도 한참 웃돌았다.

같은 기간 매출은 57.1% 성장한 3857억원으로 농심(8275억원), 오뚜기(8836억원)에 한참 못 미치지만 성장세는 눈에 띄게 가파르다. 삼양식품은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연 매출이 5000억원에도 못 미쳤지만 지난해엔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다.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반영된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지난 10일부터 부동의 1위였던 농심을 제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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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버스정류장에서 광고 중인 신라면. [사진=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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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지키고, 뺏기 위한 라면 3사의 경쟁은 올해 여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특히 핵심인 글로벌 입맛 잡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리를 잡아 변수가 없는 국내 시장과 달리, 해외 시장에선 이제 막 메인스트림 유통 채널에 입점하고 있는 초기 단계라 시장을 키울 동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내년 상반기 밀양 2공장 가동 전까지 추가 생산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증가하는 해외 물량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여름철에만 생산하던 열무비빔면 등 내수용 계절면 생산도 중단하고 불닭볶음면 생산에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1643억원을 투자한 밀양2공장이 완공되면 삼양식품의 연간 최대 라면 생산량은 기존 18억개에서 24억개로 30% 이상 늘어난다.

농심 역시 1위 사수를 위해 해외 역량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할 방침이다. 오는 6월부터는 프랑스 유통업체 양강 '르끌레르'와 '까르푸'에 기존 신라면 외에 너구리, 채식라면인 순라면 등 주요 라면 제품 공급 물량을 대폭 늘린다. 프랑스를 거점으로 EU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것이 농심의 청사진이다.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확대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공급 능력 강화도 병행한다. 유럽 및 아시아 지역 공급 확대를 위한 국내 수출전용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미국 제2공장은 오는 10월 용기면 고속라인을 추가해 현지 용기면 수요에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오뚜기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오뚜기는 주요 라면 3사 중 수출 비중이 가장 적다. 지난해 기준 10%도 안 된다. 올해 2위 자리를 사수하려면 대대적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란 것이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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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라면 제품 이미지. [사진=오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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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역시 해외 사업 약점 극복을 위한 돌파구 찾기에 여념 없다. 지난해 말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사돈인 김경호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의 신규 영업 역시 그 일환이다. 김 부사장은 식품업계 경험이 전무하지만 LG전자에서 CIO 정보전략팀장(전무), BS유럽사업담당(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해외 사업 전문성을 키워왔다. 김 부사장 영입과 함께 기존 글로벌사업부를 글로벌사업본부로 격상하기도 했다. 현재 오뚜기 내 제조와 영업, 품질보증 등 소수의 핵심 조직들만 '본부'로 편제돼 있다. 해외 사업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에 생산 공장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공장 부지 매입까지 완료된 상태이며 착공에 앞서 현지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판매 순위를 보면 수년째 똑같은 라면들이 엇비슷한 점유율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선 큰 판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결국 해외 시장에서 향후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주요 라면 기업들의 해외 사업 비중을 보면 이미 수출 전문기업이라고 칭할 정도"라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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