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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김정숙의 타지마할, 김건희의 명품백…영부인 논란은 왜 반복되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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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배우자 놓고 여야 서로 특검 공방

영부인 활동·관련 예산 논란 끊임없어

제2부속실 폐지 이어 대통령배우자법 등장

영부인 법적 지위 부여, 해외서도 논란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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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최근 공식활동을 재개하자 야권에서는 그동안 공백에 대해 ‘명품백 수수 논란’ 등 수사를 회피하기 위함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고려한듯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과거 인도 방문과 관련해 불거진 예산 남용 논란을 언급하며 “김정숙 여사 먼저 특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배우자의 활동과 관련 예산 집행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잡음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대통령 배우자의 공적활동을 지원하는 제2부속실을 폐지했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의혹이 이어지다 오히려 대통령 배우자 활동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논란 이어지자 ‘대통령 배우자법’ 등장

제2부속실 폐지에서 더 나아가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대통령 배우자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및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호 및 예우 대상으로 규정된다. 그러나 그 밖에 대통령 배우자를 규정하는 법률은 없다.

개혁신당은 지난 1월 대통령 배우자의 법적 지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명 ‘대통령 배우자 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당시 “법적 지위 없이 대통령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권력을 행사해 오던 관행과 이를 견제할 근거가 없는 부실한 법체계가 문제의 핵심”이라며 “이 법은 배우자와 가족의 과도한 국정 개입을 견제하는 법이기도 하지만 대통령 배우자의 공적 활동을 양성화하는 계기도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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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2018년 11월 7일 인도 우타르프라데시 주 아그라의 타지마할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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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도 영부인이나 지방단체장 부인들에게 ‘준공무원 지위’를 부여해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하는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월 페이스북에 “퍼스트레이디도 광역단체장 부인도 활동은 왕성하지만 법적 지위가 모호해서 아무런 지원체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이들에게) 법적지위를 부여해서 준공무원 지위도 주고 아울러 그에 합당한 지원도 하고 그에 따른 법적 책임도 묻는 법 제정이 시급하다”면서 “이번 가방스캔들을 계기로 여야가 합심해 재발 방지를 위해 음성적으로 용인되던 퍼스트레이디, 광역단체장 부인들에 대해 새로운 법을 제정해서 더는 그런 스캔들로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부인에 법적 지위…해외 사례는

영부인에 대한 법적 지위 부여 논란은 해외에서도 제기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9일 ‘프랑스 대통령 배우자의 법적 지위’ 보고서를 통해 프랑스에서 발생한 논쟁을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우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취임 후 세실리아 사르코지가 대통령실 카드를 사용하고 특사 자격으로 외교활동을 한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등 대통령 배우자의 활동에 대한 지원을 지적하는 여론이 있었다. 영부인에 대한 보좌 인력, 비서실 규모, 지원 예산 등에 일관성이 없는 점, 지출 규모도 명확하지 않은 점도 비판 대상이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배우자 브리지트 마크롱의 공식적인 역할을 명확히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3개월만에 ‘투명성 헌장’을 발표했다. 투명성 헌장은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을 △국제회의 동행 △국민과의 소통 △엘리제궁 행사 감독 등으로 한정했다. 대통령 배우자 비서실 설치와 경호 지원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한편 대통령 배우자의 활동에 대한 보수나 사례금 지급은 금지됐으며, 대통령 배우자 관련 지출에 대한 감사원의 정기적인 감독을 약속했다. 다만 법령이 아닌 헌장 형태로 발표해 법규로서의 효력은 없었다.

그러나 대통령 배우자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 역시 거셌다. 고위공직자의 경우 가족 고용을 법률로 엄격하게 금지하면서 대통령 배우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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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매체 백은종 대표(왼쪽)와 사업가 정대택 씨가 2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추가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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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야당은 2017년 7월 ‘공직자 윤리법안’ 수정안을 발의했다. 수정안은 대통령 배우자가 관저 사용과 경호 이외에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도록 규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선출되지 않은 자가 국민을 대표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대통령의 배우자는 대통령과 사적 관계에 있을 뿐이기에 공적 임무를 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한편 여당 측에서는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을 대통령의 공무에서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짚었다. 또한 대통령 배우자의 상징적 역할을 인정할 필요가 있고 투명성 보장의 맥락에서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지원을 다룰 필요가 있다고 봤다.

보고서를 작성한 오창룡 입법조사관은 영부인 지위를 법제화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대통령비서실 제2부속실을 다시 설치한다고 해서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와 관련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면서도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를 법규로 규정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나 선출되지 않은 대통령 배우자에게 공직자의 책임과 의무를 부여해야 하는 딜레마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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