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시행된 노후계획도시특별법에 따라 1기 신도시에서 재건축 ‘첫 타자’가 될 선도지구의 구체적인 규모와 선정 기준을 22일 발표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
선도지구는 1기 신도시 5곳에서 재건축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일종의 시범단지다. 정부와 지자체가 모범사례로서 인허가 등 행정 지원을 최대한 돕기 때문에 사업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선도지구는 1기 신도시 각 지자체가 정부가 제시한 기준 물량 내외에서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지역 여건에 따라 1~2개 구역을 추가로 선정할 수 있게 했다. 단, 추가 물량은 기준 물량의 50%를 넘으면 안 된다.
이에 따라 분당은 1만2000가구(8000+4000가구), 일산 9000가구(6000+3000가구), 평촌·중동·산본은 각 6000가구(4000+2000가구) 등 최대 3만9000가구 규모의 선도지구 선정이 가능하다. 국토부는 올해 선정되는 선도지구 규모가 1기 신도시 정비 대상 주택 물량(5곳 총 30만 가구)의 10~15%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밝혔던 5~10% 수준에서 더 늘어났다.
재건축 설명회 여는 등 물밑경쟁 치열
국토부 관계자는 “1기 신도시에서 통합 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1개 구역만으로도 기준 물량을 초과할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1기 신도시에서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개별 단지 규모는 적게는 600가구에서 많게는 7000가구로 천차만별이다. 분당 서현동 시범단지만 해도 통합 재건축 추진 규모가 7769가구에 이른다. 이에 통합 재건축 규모에 따라 신도시별로 내년에 최소 2개, 많게는 4~5개 단지가 재건축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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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또 올해 선도지구 선정 이후에도 5개 1기 신도시에서 매년 일정 물량을 선정해 순차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할 예정이다. 분당의 경우 올해 8000가구(기준 물량), 내년 6000가구, 2025년 5000가구 식으로 2033년까지 10년간 총 8만4000가구를 정비한다.
관심을 모았던 선도지구 선정 기준은 주민동의율이 60점으로 배점 비중이 가장 높다. 이어 정비사업 추진 파급효과(통합 재건축 참여도·20점), 정주환경 개선 시급성(10점), 도시 기능 활성화 필요성(10점), 사업 실현 가능성(5점) 등이 평가항목으로 제시됐다. 예컨대 주민동의율은 주민 동의가 95% 이상일 때 60점 만점이고, 50% 동의율은 10점을 주는 식이다. 이 때문에 요즘 분당·일산 등에선 주말마다 재건축 설명회가 열리는 등 아파트 단지마다 선도지구로 선정되려는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2027년 착공, 2030년 첫 입주 목표
정부는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전 단계를 지원하지만, 선도지구 선정 권한은 각 지자체(성남·고양·안양·군포·부천시)에 있다. 지자체는 다음 달 25일 선도지구 공모를 시작해 9월에 제안서를 접수하고 11월 선도지구를 최종 선정한다. 선도지구로 선정된 지역은 내년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하고, 2026년 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을 거쳐 2027년 착공에 들어간다. 2030년 첫 입주 목표로 재건축이 추진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비사업은 사전 절차가 오래 걸려 통상 10년 정도가 걸린다”며 “1기 신도시는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을 통해 사전 절차를 대폭 단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정부가 정한 재건축 시간표가 일정대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재건축의 경우 일반분양 수익으로 사업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현재 아파트 시세가 뒷받침되는 곳은 분당과 안양 평촌 정도다. 직방에 따르면 분당과 평촌의 아파트 평균 평당 가격은 각각 3400만원, 2400만원대지만, 나머지 3곳 신도시는 1500만~1600만원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합원 추가 분담금이 발생할 때가 많아 사업 추진 속도가 부촌 중심으로 두드러질 여지가 크고, 신도시도 지역별로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시간표’를 내놓았지만, 이주대책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아직 퍼즐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성남·군포·평촌 등 지역별로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이주대책을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기보다는 생활권역 내 주택 수급 상황을 면밀하게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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