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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盧 사위' 곽상언 "노무현 대통령은 제 각성제···멈추지 않겠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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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소통관]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서울 종로 국회의원 당선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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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언 민주당 당선인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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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를 '연결된 산맥 없이 홀로 서 있는 봉화산 같은 존재'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제가 봉화산에 흐르는 물줄기가 돼 바다로, 강으로 나아가겠다. 노무현 정신을 온전히 기억하고 널리 뻗어나갈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

22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하게 된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본인이 생각하는 노무현 정신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노 전 대통령은 가치 지향적인 정치인이었고 지향하는 바를 현실로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 과정도 가감없이 표현했던 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노무현의 사위'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 곽 당선인은 옛부터 '정치 1번지'로 불려온 서울 종로구에서 당선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1998년 이 지역 보궐선거에서 당선된지 26년 만이다.

곽 당선인은 노 전 대통령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개인적인 관계보다 대통령으로서의 인식이 더 강하다"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노 전 대통령과 분리된, 개별 정치인으로 바라봐 주길 원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바람은 오만이라 생각한다"며 "본령에 맞는 정치를 해 나가면 그 뿐"이라고 말했다.

곽 당선인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듬해인 2002년 지인의 소개로 노정연씨를 만나 2003년 결혼했다. 노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약 2주 전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장인·사위 간 정을 쌓을 시간은 충분치 않았다. 곽 당선인은 자신의 저서 '곽상언의 시선'에서 '어르신(노 전 대통령)께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내 삶을 절제하며 살아왔다'고 적었다.

곽 당선인은 2004년 대형 로펌 화우에서 일한 것을 시작으로 20년간 변호사로 활동했다. 국내외 로펌에서 일한 것은 물론 재택 변호사로도 활동했고 개인 법무법인을 차리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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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종로구 후보가 11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마련된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환호하고 있다. 2024.04.11. yesphoto@newsis.com /사진=홍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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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당선인이 이끈 유명한 사건은 한국전력(한전)을 상대로 한 국내 주택용 전기요금 반환청구 소송이다.

곽 당선인은 2012년 여름 어느날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뒤 의문을 갖고 관련 기사와 전기공급 약관 등을 찾아봤다. 이후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세'를 적용하는 것은 절차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2014년부터 9년간 정식으로 전국 법원에서 10여개 집단소송을 이끌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주택용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누진제가 정당하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곽 당선인은 "전례가 없는 소송이었고 9년 만에야 판결이 나온 것은 사법부가 무책임한 것"이라며 "제 분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소송엔 졌지만 많은 분들이 문제점을 인식했고 변화도 나타났다. 소송 관련 남은 일들도 잘 마무리지을 것"이라고 했다.

곽 당선인에 따르면 한전은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했고 이후 누진 배율을 줄이는 등 전기요금을 개편했다.

곽 당선인은 2016년에는 국정농단 논란에 휩싸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진행해 한 번 더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 전 대통령의 불법행위로 국민들이 상처를 받았다는 주장이었다. 곽 당선인은 "당초에 변호사로서 문서 작성 업무만 수행하려 했지만 다른 변호사들이 내가 직접 선봉에 서서 이 사건을 수행하길 바랐다"며 "원래 앞장서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 저만 하는 것이라면 비겁하게 빠지지 않고 한다"고 했다.

곽 당선인은 "정치인은 대리하는 범위만 넓어졌을 뿐이지 변호사와 (하는 일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며 "그동안 변호사로서도 공익 사건을 주로 다뤄왔다"고 말했다.

변호사의 삶을 살다 정치인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계기에 대해 곽 당선인은 "한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할 순 없다"며 "신문 정치면에 오르내린 것이 20년이 넘었고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사찰도 받는 등 수모도 겪었다. 제 삶에서 겪은 여러 형태·강도의 것들이 저를 선거에 나오게 했다. 정치인으로서의 삶은 주어진 숙명이라 여겨왔고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곽 당선인은 자신의 저서에서 정치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변호사로 일하면서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내가 찾은 답은 정치였다. 정치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꿈을 현실로 만든다'고 적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자신에 대한 동향이 수시로 보고된 내용이 담긴 2011년 청와대 문건이 이재정 민주당 의원에 의해 공개된 장면도 책에 소개했다.

변호사로서의 삶, 대통령의 사위로서의 삶, 또 노 전 대통령의 죽음 이후 가족이 겪었던 일들과 그 과정에서 했던 모든 선택들이 자신을 정치의 길로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곽 당선인은 정치인이 되기로 결심하고 2020년 이미 충북 보은군·옥천군·영동군·괴산군 선거구에 출마했었지만 낙선했다. 곽 당선인은 "충북 영동군이 본적이긴 하지만 당시 이 지역은 보수세가 강해 (민주당이 이기기) 힘든 곳으로 여겨졌다"며 "준비한 기간도 한 달 반 밖에 안 돼 낙선이 어느정도 예상됐었다"고 했다.

이번에 금배지를 쥐어 준 종로에서는 달랐다. 곽 당선인은 "3년 전부터 종로 출마 준비를 했고 이 곳 의원을 지내신 이낙연 전 총리가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2022년 7월 종로구 지역위원장 자리가 비게 됐다"며 "그 때부터 종로 지역위원장을 맡아 출마를 차근차근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장인의 후광을 받지 않았겠느냐는 시선이 있을 법하지만 곽 당선인은 "선거 준비를 하며 종로 주민들께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우리는 대통령이 와도 눈 하나 깜빡 안한다'였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 곳 주민들의 정치적 자긍심이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곽 당선인은 "그 자긍심을 충족시킬 수 있으면서 정치적 미래가 있다는 후보에겐 표를 주고, 과거에 무엇을 했건 그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사람은 낙마한다는 뜻으로 해석했다"며 "주민들 한 분 한 분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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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언 민주당 당선인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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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당선인은 22대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으로 일하길 희망했다. 오랜 기간 한전과 소송을 벌인 경험과 무관치 않다. 그는 "감히 전기 산업, 에너지 산업과 관련해서 저만큼 많이 알고 있는 전문가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전기요금 근거 조항이 담긴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우선적으로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저질러진 불법은 소송을 통해 구제받는다면 현재 및 장래에 존재하는 위법 상황은 입법과 정책을 통해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곽 당선인은 앞으로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사람 사는 세상'을 저의 정치 철학으로 치환하면 '삶의 기본조건이 균등한 세상'"이라며 "부정의하고 불균등한 현실을 개선하고 전망있는 미래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는 마땅히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기본조건이 균등하도록 정책을 설계할 의무가 있다"며 "그렇게 단단한 토대가 마련된 사회라면 어떤 위기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23일은 노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이 있는 날이기도 하다. 21대 국회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곽 당선인을 포함한 22대 총선 민주당 당선인들이 모두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을 기린다.

곽 당선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신지 벌써 15년이 지났지만 그 분에 대한 그리움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뚜렷해지고 있다"며 "정치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정치의 기본에서 많이 벗어난 정부가 정치를 할 때 향수가 더 깊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신은 모든 사람들이 차별과 불평등에서 해소되는 것이다. 정치인이자 선배인 노무현 대통령은 제 마음속에 항상 지니고 다니는 각성제"라며 "제가 지치거나 헤맬 때도 그분을 생각하면 멈추거나 잘못된 길로 갈 수 없다. 그분이 남기고 가신 과제를 흠결없이 완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저를 다잡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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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언 민주당 당선인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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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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