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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G마켓, 3조 베팅 毒 됐나…영업권 상각·금융비용만 수천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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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잘못된 만남? ‘신세계’는 없었다 [스페셜리포트]


매경이코노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G마켓(당시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그룹을 유동성 위기에 빠뜨린 주요인이 됐다는 의견도 있다. 인수 자금으로만 3조원을 베팅한 탓에 재무 곳간이 바닥나면서 SSG닷컴 역시 적기 투자 기회를 놓치는 악순환에 빠져들었단 지적이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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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닷컴 풋옵션 이슈를 차치하더라도 신세계그룹이 풀어야 할 숙제는 켜켜이 쌓여 있다. 풋옵션 이슈가 소송전으로 비화하지 않더라도 신세계그룹 입장에선 FI 지분을 서둘러 되사오는 편이 ‘차악’ 선택지다. PE업계 관계자는 “FI가 주요 의사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갖고 있어 신세계그룹 입장에선 달리 손쓸 방도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본업 부진은 물론 부동산 PF 이슈로 신세계그룹 곳간 사정이 빠듯하다는 데 있다.

당장 본업부터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는 이커머스와 계열사 신세계건설 부진 등으로 지난해 469억원 영업적자, 187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본업 현금흐름이 위축된 가운데 무리한 인수합병(M&A)과 설비 투자 등에 타인 자본을 활용하면서 빚만 잔뜩 늘었다. 2019년 6조원이었던 이마트 총 차입금(이자 발생 부채)은 지난해 11조5000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별도 기준 이마트 예상 영업이익은 700억원대에 불과하지만 해마다 금융비용으로만 수천억원을 내야 한다. 이대로는 당기순손실을 피할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유통업계와 시장에서는 G마켓(당시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그룹을 유동성 위기로 몰아넣은 패착이 됐단 시각이 존재한다. 인수 자금으로만 3조원을 베팅한 탓에 이마트 재무 곳간이 바닥났고 SSG닷컴 역시 적기 투자 기회를 놓치는 악순환에 빠져들었단 지적이다. 쿠팡을 견제할 목적으로 G마켓·옥션을 3조원 주고 인수했지만 FI 견제로 SSG닷컴과 물류 통합은 발도 못 뗐고 영업권 상각과 손상차손으로 회계 장부는 누더기가 됐단 지적이 비등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수 금액이 세간에 알려진 뒤 롯데를 비롯 경쟁 그룹에서는 다들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위기였다. 시너지는 고사하고 영업권 상각으로 골칫거리가 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G마켓 인수에 따른 영업권 상각이 뼈아픈 대목이다. 영업권은 매매 금액 가운데 피인수 회사의 장부상 순자산을 제외하고 추가로 낸 웃돈(프리미엄)을 회계 장부에 기록한 것이다. 기업을 인수할 땐 유형자산 외 영업 노하우, 브랜드 인지도 등 장부상 드러나지 않는 무형자산이 적지 않은데, 이를 회계 장부에 반영하자는 취지다.

문제는 인수한 기업가치가 급감할 때다. 영업권은 매년 감사인에게 재평가를 받는다. 영업권의 공정 가치(Fair Value)를 따져 장부 가치보다 밑돈다면 이를 상각한다. 즉, 영업권 재평가 때 과거 인수했던 기업가치가 감소했다면 그만큼 영업권에서 상각한다. 이를 회계용어로 PPA(purchase price allocation)라고 부른다. PPA에 따른 영업권 상각은 영업이익에서 차감된다.

영업권 상각으로 실제 현금 유출이 발생하진 않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신용 우려 부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 지난해 신용평가사는 이마트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영업권 상각 등에 따른 재무 구조 악화가 주된 요인이다. 신용등급 추락 땐 회사채 발행·신규 대출 등이 난항을 겪는다.

서정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쿠팡에 대항하고자 G마켓·옥션을 무리하게 인수했지만 물류 통합을 이뤄내지 못하는 바람에 영업권 상각과 손상차손으로 회계 장부를 얼룩지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세계건설, 미분양 ‘직격탄’

이마트로 신용위험 전이 우려↑

두 번째 리스크는 신세계건설이다. 신세계건설은 한때 ‘부도설’로 입길에 오를 만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당초 신세계건설은 그룹사 설비 투자를 맡는 내부 거래로 매출을 유지해오다 이마트, 스타필드 등이 주춤하자 독자 시장 개척을 위해 ‘빌리브(VILLIV)’ 브랜드로 아파트 시공에 뛰어들었다. 그룹사 매출 비중은 줄었으나 미분양 우려가 큰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시공을 늘린 게 독이 됐다는 지적이다.

신세계건설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위험 사업장은 대구다. 대구의 미분양 주택은 올 3월 기준 9814가구로 전국 1위다. 신세계건설은 대구에서 빌리브루센트, 빌리브라디체 등 주상복합 사업을 다수 벌여 대규모 미분양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건설사 주요 손익 지표인 미수금, 미청구 공사 가운데 어느 지표로 보든 신세계건설은 살얼음판이다. 미수금은 건설사가 도급받은 공사나 분양을 완료한 후 발주처에 공사비를 청구했음에도 받지 못한 금액을 뜻한다. 미청구 공사대금은 시공사가 공사는 진행하고도 아직 발주처에 청구 못한 금액을 말한다. 정상적으로 시공과 분양을 마쳤다면 문제 될 게 없지만 지금처럼 분양이 차질을 겪으면 현금흐름이 둔화하고 재무 구조 악화 요인으로 돌변할 수 있다.

미분양 직격탄을 맞은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영업손실 1878억원을 기록했다. 대구 ‘빌리브라디체(미수금 647억원)’ ‘빌리브스카이(276억원)’ ‘빌리브루센트(237억원)’ 등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해 부채비율은 1년 새 265%에서 954%로 수직 상승했다. 특히 만기 1년 안팎 단기 차입금은 2022년 말 515억원에서 지난해 말 1700억원으로 급증했다.

진짜 위기는 준공 후 미분양이다. 1~2년 뒤에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부동산 투자 심리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더 큰 리스크를 안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1만2194가구로 전월(1만1867)보다 약 3%(327가구) 늘었다. 지난해 8월부터 8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역별로는 대구의 준공 후 미분양이 2월 1085가구에서 3월 1306가구로 가장 크게 늘었다.

특히 책임준공이 부메랑으로 돌변할 수 있다. 책임준공은 100% 분양이 되지 않더라도 건설사가 책임지고 건물을 짓겠다고 약속하는 것. 즉, 분양이 안 되더라도 건설사가 차입을 해 공사를 완료해야 하므로, 준공 후 미분양은 건설사에 더 큰 리스크로 돌아온다. 지방은 대부분 사업장에서 대주단이 건설사에 책임준공과 조건부 채무 인수, 연대보증 약정 등 신용 보강을 줄줄이 걸어놨다. 과거 두산건설이 준공 후 미분양 최악의 케이스다. 두산건설은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일산의 한 아파트 시공을 맡았다가 준공 후 미분양을 대거 떠안았다. 두산건설은 PF 보증으로 조 단위 손실을 내 존폐 기로에 섰고 두산그룹은 유동성 위기로 휘청거렸다. 신세계건설이 자칫 그룹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단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세계건설이 신종자본증권 조달과 부동산 PF 펀드 조성 등으로 전방위 자금 조달에 나서는 과정에서도 결국 모기업 이마트와 얽히고설킬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현재 신세계건설은 부동산 PF 펀드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줄이고 주요 증권사와 사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부동산 PF 손실 흡수 능력 확대를 위해 신종자본증권 등을 통한 부채 회피 전략을 적극 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에서는 모회사 이마트 신용 보강 없이 신세계건설 자체 신용만으로는 자금 조달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본다.

신종자본증권은 통상 30년 이상으로 만기가 길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통상 2~5년 뒤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조건(콜옵션)이 부여된다.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높은 가산금리가 추가되는 ‘스텝업’ 조항이 달릴 때가 많아 콜옵션 기한이 임박할수록 부채 성격이 부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건설 현 재무 상황을 고려하면 사실상 모회사가 시장에서 돈을 빌려 자회사에 다시 꿔주는 것과 다르지 않은 구조”라며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하더라도 건설업 부진이 지속되고 조기 상환이 무산될 경우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9호 (2024.05.15~2024.05.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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