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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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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속옷 거래하는 척"... '서울대 N번방' 어떻게 잡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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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단 불꽃' 활동가, 제보 받아 위장 접근
2022년 텔레그램 통해 장기간 신뢰 쌓아
서울대 출신 미모의 아내 있다는 말에 반응
주범 박씨, 아내에 집착… 속옷 사진 요구도
한국일보

서울 관악구 서울대 정문 앞에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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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동문 여성 수십여 명의 사진을 이용해 음란 합성물을 만들어 퍼뜨린 이른바 '서울대 N번방' 가해자들이 붙잡히게 된 배경이 알려졌다.

수사에 결정적 기여를 한 활동가 단체 '추적단 불꽃' 소속 원은지 활동가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사건의 주범인 서울대 학부 졸업생 박모(40)씨에게 접근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서울대 출신 미모의 아내 있는 30대 남성으로 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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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N번방 범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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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로부터 제보 메일을 받은 원씨는 2022년 7월부터 올해 4월 검거 직전까지 박씨와 접촉했다. 원씨는 "마치 제가 '지인 능욕 범죄'에 동참하려는 남성인 것처럼 연기해 2022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계속 (텔레그램 1 대 1 대화방에서) 대화를 하면서 신뢰 관계를 쌓았다"고 했다.

그는 "(당시엔) 박씨를 30대로 추정하고 있었고, (가해자가) 서울대 출신 아내가 있다는 단어에 반응해 저는 30대에 미모의 아내가 있는 가장의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의심받는 순간도 종종 있었다. 그는 "(박씨가) '나는 이렇게 많은 불법 합성물을 너한테 보냈는데 너는 어떻게 한 장도 안 보내냐'고 일종의 서운함에 가까운 의심을 했다"며 "저는 대신 '나는 너랑 대화를 더 많이 해줄게'라는 식으로 회유했다"고 했다.

원씨는 박씨의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멀티 프로필 기능을 활용했다. 그는 "경찰이 피해자 분들에게 한 명을 특정해오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몇 가지 아이디어를 줬다"며 "멀티 프로필 기능을 이용해서 (가해자로) 의심 가는 사람만 보일 수 있는 사진을 올리고, 그 사진이 제가 박씨와 대화하는 채팅방에 사진이 올라오는지 보자고 했다. 경찰서 컴퓨터에서 (계정을) 연결해 저는 그 사람과 대화하고 경찰이 지켜보면서 어떤 식으로 대화를 하면 좋을지 같이 궁리도 했다"고 말했다.

박씨, 아내 속옷에 집착… 거래 현장서 체포


2022년 7월 경찰이 한 차례 수사에 나섰지만 실패했고, 2023년 12월 국가수사본부 지시로 서울경찰청에서 다시 수사를 하면서 추적단 불꽃과 공조했다. 다행히 박씨가 원씨가 내세운 가상의 인물에 관심을 보이면서 검거 작업에 돌입할 수 있었다.

원씨는 "이 사람이 제 일거수일투족 특히 부부관계, 아내 취미, 아내와의 궁합 등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고 만약 자신이 제 아내를 성폭행한다면 제 기분이 어떨 것 같은지 묻는 등 점점 집착했다"며 "아내에 대해 이렇게 집착하는 걸 보니 만날 때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의) 속옷 사진을 계속 요구하다가 나아가서는 (속옷을) 갖고 싶다는 의향을 드러내 수사관에게 (제가) 오프라인으로 불러내보면 어떨까 한다고 했더니 오프라인에 나오면 무조건 잡는다고 해서 더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눴다"며 "속옷을 특정 장소에 두고 그 사람이 가지러 가는 식으로 오프라인 거래를 했다"고 덧붙였다.

세 차례 거래 끝에 주범 체포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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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3월 15일 오후 11시쯤 피의자 강모씨를 서울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으로 유인해 특정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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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차례의 거래 끝에 박씨 체포에 성공했다. 원씨는 "속옷을 가지러 온 사람이 제가 대화를 나누던 그 주범이 맞는지 확인이 필요했고, 체포영장이 나오는 데까지 1~2주가 걸렸다"며 "마지막 거래 현장에서 박씨를 체포했는데, 수사관이 저한테 전화해 '주범을 잡았는데, 같은 사람인지 확인하기 위해 메신저를 한번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원씨가 박씨에게 어디냐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박씨는 대답이 없었다. 마침 경찰에 붙잡힌 인물의 휴대폰에서 메신저 알림이 떠 동일인임을 확신했다.

박씨는 피해자들과 일면식이 있던 인물이었다. 원씨는 "피해자들과 가해자가 잘 알고 있었던 사이는 아니지만 오며 가며 봤던 사이였다. 가해자가 검거되고 나서 주범 이름을 보니 피해자분들이 이 사람? 하고 다들 놀랐다고 한다"며 "가해자가 학교에 오래 다녀 학교에서 자주 보이던 사람이긴 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경찰은 박씨와 서울대 로스쿨 졸업생 강모(31)씨를 각각 지난달 11일과 5월 16일 성폭력처벌법상 허위 영상물 편집·반포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서울대 동문 여성 12명을 비롯한 61명의 지인 여성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해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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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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