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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프란치스코와 시진핑의 밀착? 교황청 中대표부 설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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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프란치스코 교황(왼쪽), 시진핑 주석.


로마 교황청이 중국에 대표부 설치를 원한다고 밝히며 양측이 밀착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8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국에 사실상 ‘주교 임명권’을 넘겨주며 굴복한 이후 양측 관계가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교황이 국가원수인 바티칸은 대만의 유럽 유일 수교국이라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대만을 고립시키기 위해 적극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황청의 이인자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은 지난 21일 바티칸에서 열린 중국 가톨릭 교회 관련 국제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중국에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기를 원했다”면서 중국에 대표부 설치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중국 상하이 교구장인 선빈(Joseph Shen Bin) 주교가 중국 본토 주교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교황청 공개 행사의 기조연설을 했다. 22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중국·교황청 관계의 지속적인 개선을 위해 교황청과 기꺼이 협력할 것”이라며 “양측은 양국 관계와 국제 주요 이슈에 대해 깊은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교황이 이끄는 바티칸은 1951년 공산 정권이 들어선 중국과 외교를 단절하고 대만의 수교국이 됐다. 중국은 자국에서 교황의 ‘주교 임명권’을 인정하지 않고, 중국공산당이 자체적으로 주교를 정하도록 했다. 가톨릭에서 ‘주교’는 예수를 따르던 열두 제자를 상징하는 교구 담당 성직자고, 교황만이 전 세계 주교를 임명할 수 있는데 이를 거부한 것이다. ‘중국화’ 된 가톨릭을 거부하는 중국의 교인들은 ‘지하 교회’에 숨어서 종교 생활을 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지하 교회 교인들과 교황이 임명한 주교들은 극심한 탄압을 받았다.

그러나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하면서 중국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교황은 2014년 방한 당시 중국 영공을 지나면서 인사를 전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개인적인 서한을 주고받았다. 특히 2018년에는 주교 임명권을 사실상 중국에 넘겨주는 것을 골자로 한 협정을 맺었다. 교황을 정점으로 한 엄격한 계급 질서의 바티칸이 ‘중국 주교’에 한해선 예외적으로 임명권을 중국공산당에 양보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11월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본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중국을 사랑하며 베이징 방문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소셜미디어에 남겼다.

교황청이 중국 대표부 설치를 추진하자 대만은 수교국인 바티칸을 잃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대만의 수교국은 2016년 반중 성향 차이잉원 대만 총통 취임 당시 21국에서 12국으로 줄어든 상태다. 특히 교황청이 속한 바티칸은 대만에게는 유럽 유일 수교국이란 중요성이 있다. 대만 외교부는 “중국은 1924년 이후 100년 동안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고, 2018년 주교 임명과 관련한 잠정 협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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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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