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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슈 국방과 무기

“백악관, 미국 무기로 러시아 영토 공격 허용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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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러시아군 장병들이 21일(현지시각) 러시아 남부지역에서 군사 훈련 중 전술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 발사차량 위에서 작업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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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리한 전세로 고전 중인 우크라이나에 미국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걸 허용할지를 놓고 미국 백악관에서 논의가 한창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이 점점 더 우크라이나전의 수렁에 끌려들어가는 모양새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첨단 무기를 지원하면서도 그 무기로 국경 넘어 러시아 땅 안쪽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조건을 단 이유에 대해 “제3차 세계대전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직접 대결한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고, 러시아의 반발로 확전될 우려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악관 내 이런 공감대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 이런 기류 변화는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물량 공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는 전황과 맞물려 눈길을 끝다. 특히 러시아군은 최근 우크라이나 북동부 국경을 전격적으로 넘어 새로운 전선을 여는 등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변화에는 국무부가 앞장서고 있다. 지난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가 미국 무기로 러시아 영토 안 군사 표적을 공격하는 걸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신문이 전했다. 이런 제안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담당자들 사이에서 얼마나 호응을 받고 있는지, 또 바이든 대통령에게 공식 보고됐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동안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 영토 밖의 러시아 선박이나 군사 시설, 석유 등 에너지 기반시설 등을 공격할 때 종종 자국산 드론을 이용해 큰 전과를 올렸다. 그러나 갈수록 러시아의 방공망에 요격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요격을 피할 수 있는 미사일 등 서방의 첨단 무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영국은 미국처럼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서 달았던 ‘러시아 영토 내 표적 공격 금지’ 조건을 최근 슬그머니 철회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는 영국이 지원한 ‘스톰 섀도’ 미사일을 좀 더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은 이달 초 키이우를 방문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 안을 타격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도 영국의 전례를 따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점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의 폭을 넓혀왔다. 예컨대 개전 초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지대지 전술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나 F-16 전투기 같은 첨단 무기의 지원을 꺼려왔다. 확전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특히 전세가 우크라이나군에 불리해지는 상황이 전개되자 결국 이들 무기를 지원 금지 목록에서 삭제했다. 특히 F-16의 경우 유럽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이 먼저 지원의 물꼬를 트자, 이를 뒤따르는 모양새를 취했다. 미국이 점점 더 깊이 전쟁에 끌려들어가는 흐름이다. 이런 점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가 요청하면 프랑스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파견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군불을 땐 것은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대목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며 달았던 ‘러시아 영토 안 공격 금지’ 조건을 실제 철회하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 내 공격이 좀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러시아의 반발이 불가피해,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갈등 구도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최근 이런 움직임에 대해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전술핵무기 훈련에 나서며 강력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이번 러시아의 전술핵무기 훈련을 엄포성 경고로 낮춰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미국이 지금처럼 한발 한발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 깊이 개입할 경우 과연 어디가 한계인지를 놓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 구도가 심화할 경우 사태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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