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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황보현우의 AI시대] 〈6〉GPT-4o가 가져올 미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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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황보현우 홍콩과기대(HKUST) 겸임교수·전 하나금융지주 그룹데이터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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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픈AI가 GPT-4o를 발표한 후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GPT-4o가 보여준 성능이 예상보다 훨씬 우수했기 때문이다.

시연 현장에서 발표자가 '사랑한다'는 문구를 종이에 써 카메라에 비추자 GPT-4o는 부끄러워하는 목소리로 '너는 참 다정하구나'라고 답변한다. 인공지능(AI)이 마치 감정을 가진 사람처럼 대답한 것이다. 이를 본 사람들은 영화 '그녀(Her)'(2013)에 등장하는 AI 여자친구인 사만다(Samantha)가 현실화되었다고 얘기한다.

GPT-4o에서 'o'는 모든 것을 의미하는 '옴니(omni)'를 지칭할 정도로 AI는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동영상 등 다양한 모드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사용자의 요구사항에 대응한다. 또 GPT-4o는 인간의 음성 질문과 카메라 영상에 실시간으로 반응한다. AI의 처리속도가 인간의 뇌가 신호에 반응하는 시간인 0.3초에 육박할 정로로 빨라졌다.

이제 AI는 상황이나 인간의 요청에 맞춰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구별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언어간 실시간 통역을 지원하고, 카메라에 비춰진 화면을 기반으로 길 안내도 해 준다.

멀티모달 AI는 확실히 대세가 되었다. 2022년 11월 챗GPT가 출시된 지 불과 1년 반 만에 생성형 AI의 흐름이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e Model:LLM)에서 대규모 멀티모달 모델(Large Multi-modal Model:LMM)로 전환됐다.

그렇다면 앞으로 AI는 어떻게, 얼마나 발전할 것인가? 많은 전문가들은 과거 인간이 상상력을 동원해 영화로 그려낸 많은 장면들이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1)에서 톰 크루즈가 살인 예측을 통해 범죄를 막았던 장면이나, 영화 '캡틴 아메리카:팔콘과 윈터 솔져'(2021)에 등장했던 AI가 운전하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우리 주변을 둘러쌀 현실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영화 'A.I.'(2001)에 등장한 감정을 가진 소년 로봇 '데이빗'이나 영화 '어벤져스'(2011)에서 토니 스타크의 조수이자 그의 모든 명령을 수행하는 AI 로봇 '자비스(JARVIS)'의 등장도 멀지 않았다.

그간 영화 감독들이 상상력으로 그려왔던 미래는 'AI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으로 현실이 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대규모 행동 모델(Large Behavior Model:LBM)에 기반해 '자비스'처럼 시각, 청각, 촉각을 통해 스스로 학습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향후 AI의 중심이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고,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엔비디아(Nvidia)는 대규모 행동 모델 '그루트'(GROOT)로 학습시킨 휴머노이드 로봇 '오렌지'와 '그레이'를 발표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GPU를 통해 확보한 AI 지배력을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캐나다 AI 로봇 기업인 생추어리 AI와의 제휴를 통해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인 '피닉스'를 출시했다. 오픈AI 투자를 통해 생성형 AI에서 이뤄낸 경쟁력을 다음 단계에서도 지속하고자 하는 의도다.

아마존, 테슬라, 애플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 전쟁에 적극 참전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은 범용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AGI) 시대를 앞당기는 주요 동인이다. 전문가마다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2~5년 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AI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력한 AI의 등장이 인류에게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영화 '터미네이터'(1984)에 등장하는 '스카이넷'이나 영화 '매트릭스'(1999)에 등장하는 '스미스 요원'처럼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을 꿈꾸며, 인간과 대결하는 AI가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은 '킬러 로봇'으로 유효하게 작동했고, 여러 국가에서 AI를 장착한 '킬러 로봇'이 특수부대 전투요원으로 육성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화염방사기를 장착한 4족 보행 로봇이 상용화되어 AI 살상무기의 등장이 본격화됐다.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언급했듯이 인류는 '슈퍼 인텔리전스'를 확보한 AI의 위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을 개발했던 로버트 오펜하이머 박사가 이후 핵무기의 위험성을 인식하며, 반전 운동에 앞장섰던 것처럼, 인류에게 다시 한 번 '오펜하이머의 순간'(Oppenhemier's Moment)이 다가왔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황보현우 홍콩과기대(HKUST) 겸임교수·전 하나금융지주 그룹데이터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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