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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연합시론] 반도체 '쩐의 전쟁' 뒤늦은 가세…핵심은 실행력·속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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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minfo@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23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경제이슈점검회의를 열어 26조원 규모의 반도체산업 종합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최근 밝힌 '10조원+α' 지원 계획보다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산업은행 출자로 17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해 공장 신축, 라인 증설 등 설비 투자 자금을 저리 대출해주기로 했다. 반도체 팹리스(설계) 및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위해 1조1천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펀드도 조성한다. 경기 남부 반도체 클러스터의 도로·용수·전력 등 인프라 지원에 2조5천억원이 투입된다. 또 반도체 등 첨단산업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도 연말 일몰 예정이지만, 국회 협의를 거쳐 연장할 방침이다.

세계 각국은 반도체 산업 패권을 장악하려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은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으로 390억달러(약 53조원), 대출 보증으로 750억달러(약 102조원)를 지원하고 최대 25% 세액공제 혜택도 준다. 일본은 구마모토현 TSMC 공장에 1조2천억엔(약 10조5천억원), 자국 기업들이 협력해 만든 라피더스에 9천200억엔(약 8조1천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 20일 취임한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5대 첨단 산업 육성 계획을 천명하고 TSMC의 협력업체 대표를 경제장관으로 앉혔다. 경제 안보와 자국 기업 보호,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무역전쟁도 마다하지 않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핵심은 속도전이고 실행력이다. 초격차 경쟁에서 한 번 밀려나면 따라잡기 어려운 산업 특성 때문이다. 윤 대통령도 이날 "반도체는 민생이고 시간이 보조금"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세제·금융 지원, 규제 개혁 등이 차질 없이, 무엇보다 신속히 이뤄지도록 진력해야 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손색없는 인센티브라고 생색낼 게 아니라 실행력이 문제다. SK하이닉스 용인 공장은 민원과 부처 간 엇박자 등에 발목이 잡혀 5년이 지나도록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내 삼성전자 1호 공장은 2030년 가동, 전체 클러스터는 2047년 완성을 목표로 잡고 있다. 너무 늦다. 불과 20개월 만에 완공한 일본의 TSMC 공장 사례를 배워서라도 속도를 내길 바란다.

국회도 할 일이 태산이다. 반도체 등 전략기술 투자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K칩스법)은 연말이 일몰 기한이다. 그나마 유일한 반도체 투자 유인책이다. 이를 연장하는 법안은 오는 29일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하면 자동 폐기된다. 여야 가리지 않고 총선 공약으로 '반도체 강국' 운운했지만, 총선이 끝나자 뒷전으로 밀린 탓이다. 고품질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필요하고, 산업은행이 총력전 지원에 나서게 하려면 관련 법을 손질해 자본금 한도부터 늘려줘야 한다. 10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의 한국 생산 점유율이 2022년 31%에서 2032년 9%로 급락할 것이라는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보고서에 정치권은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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