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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양육비 이행·감치명령에도 버티는 비양육자들…양육비 선지급제, 21대 국회 문턱 못 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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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 한부모가족 및 양육비 이행지원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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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연씨(40대)는 2019년 5월 전 남편 A씨와 이혼하고 대학교, 고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 4명을 홀로 키운다. 이혼 당시 법원은 A씨가 매월 양육비 200만원을 신씨에게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A씨는 2년 정도만 양육비를 보냈을 뿐 현재까지 2년6개월가량 약 6400만원에 이르는 금액을 지급하지 않았다.

신씨는 2022년 양육비이행관리원(이행원)을 찾아 양육비이행확보지원을 신청했다. 이행원은 재산조회,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등을 진행했지만 A씨로부터 양육비를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A씨가 재산을 가족 명의로 돌려 서류상 A씨 명의로 된 재산이 없기 때문이다.

신씨는 지난 22일 서울 중구 이행원에서 기자단과 만나 “전 남편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벤츠 구입하고 해외여행 간 사진들, 낚시용품 산 사진들이 보란듯이 올라온다”며 “캡처해서 제출해도 (양육비 미지급의) 증거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피하면 피할 수 있는 것이 양육비이행법(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인가”라고 말했다.

신씨는 생활고로 지난해 5월부터 이행원에서 ‘한시적 양육비 긴급 지원’을 받고 있다. 중위소득 75% 이하 가구 중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해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 최장 12개월 동안 월 20만원의 양육비를 받는다. 이마저도 신씨는 이번 달이면 1년이 다 돼 지원이 끊긴다.

지난 3월 여성가족부는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양육비 선지급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미지급된 양육비를 한부모가구에게 먼저 주고 비양육자로부터 회수하는 것이다. 중위소득 100% 이하 한부모가구에게 자녀 1인당 월 20만원을 만 18세까지 지원한다. 한시적 양육비 긴급 지원 제도와 지급액수는 같지만 지원 대상과 기간이 확대됐다.

다만 여가부가 추진하는 양육비 선지급제는 회수율에 방점이 찍혀 있어 액수가 적다는 비판도 나온다. 독일은 선지급된 양육비를 비양육자로부터 회수하지 못한다고 전제하고 자녀 연령 구간을 나눠 지난해 기준 5세까지 187유로(약 28만원), 6~11세 252유로(약 37만원), 12~18세 338유로(약 50만원)로 차등 지급하고 있다.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간담회에서 “선지급액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공감한다”면서도 “절대적인 양육비 총액보다는 매달 국가에서 일정한 돈을 지급한다는 것이 학부모에게는 양육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차관은 “프랑스는 연령 구분 없이 월 27만원을 선지급하는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신 차관은 월 20만원 산정 근거에 대해 “한부모가족 평균 소득 구간은 월 200만~299만원, 평균 양육비용은 월 41만원”이라며 “저소득층 아동양육비 지원이 약 21만원이기 때문에 20만원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올해 전국 한부모가구 33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실태조사에서 자녀 연령별로 드는 양육비용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행원은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추심하기 전까지 정부가 최소한 지원하는 개념이라며 소송을 지원해 양육비 차액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월29일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오는 9월부터 양육비를 지급해야 하는 비양육자가 양육비 지급 이행명령을 받고도 주지 않은 경우 감치명령 없이도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요청, 명단공개 등 제재 처분이 가능하다.

양육비 선지급제를 시행하려면 근거 규정인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 1일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선지급제 내용이 들어간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양육비 선지급이 된 경우 정부가 비양육자의 동의 없이도 소득·재산, 신용·보험·금융에 관한 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현재는 비양육자의 동의가 없으면 금융정보를 조회할 수 없어 비양육자가 사용하는 은행조차 알 수 없다.

21대 국회는 오는 28일이면 종료된다.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여가위 법안소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아 사실상 이번 회기 내 국회를 통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신 차관은 “22대 국회 첫 본회의를 목표로 조속한 입법을 추진하겠다”며 “내년 하반기에는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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