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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의례, 인간 사회를 묶는 초강력 접착제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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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인간은 의례를 갈망한다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리추얼의 모든 것
디미트리스 지갈라타스 지음, 김미선 옮김 l 민음사 l 2만원



튀르키예 남동부의 괴베클리 테페는 선사시대 인류가 남긴 가장 오래된 유적이다. 수렵채집인들이 대규모 집단 의례(ritual)를 위해 지었을 이 유적은 의례에 대한 인간의 충동이 식량에 대한 갈망(농경)보다 더 원초적이었다는 사실을 드러내어 준다. 동료의 장례를 치러주는 코끼리, 다양한 형태로 유형화된 사교 행위를 하는 영장류 등에서 보듯 많은 동물들이 의례 행위를 한다. 그중 인간은 가장 ‘의례적인 종’이다.



인류학자·인지과학자인 디미트리스 지갈라타스(미국 코네티컷대 교수)는 ‘인간은 의례를 갈망한다’에서 20여년 동안 전세계 각지를 다니며 연구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의례가 인간의 핵심 본능이란 사실을 밝힌다. 돌계단을 오르고, 뜨거운 불을 건너고, 무언가를 바치며 정해진 행위를 하는 등 인간은 다양한 의례 행위들을 하며 살아가지만, 이런 행위들이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정해진 것을 반복하는 행위는 무질서한 세상에 패턴과 통계적 규칙을 부여함으로써 “스트레스를 극복하도록 돕는 인지 장치”로 기능한다. 또 의례는 참여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일정한 소속감을 부여함으로써 강력한 “인간 사회의 접착제” 구실을 한다.



따라서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면서까지 의례에 시간과 비용을 쏟는 것을 ‘쓸데없는’ 일로 치부할 순 없다. 지은이는 의례가 인간이 사회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핵심 구실을 할 뿐 아니라 개개인에게도 스트레스와 고통을 줄여 안정된 정서를 만드는 데 힘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기후 위기, 정치의 실패 등 오늘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인간이 점점 잊어가고 있는 의례의 힘을 어떻게 새롭게 되살릴 것인지도 묻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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