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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나치 옹호한 독일 극우 정당, 유럽 극우에게 따돌림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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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나치 옹호 발언으로 말썽을 빚고 있는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 소속의 막시밀리안 크라 유럽의회 의원. 드레스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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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옹호 발언으로 말썽을 빚고 있는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유럽 다른 나라 극우 정당들로부터도 따돌림을 당하는 처지가 됐다.



유럽연합(EU) 입법기구인 유럽의회의 극우 정치 집단(교섭단체) ‘정체성과 민주주의’가 23일(현지시각) ‘독일을 위한 대안’을 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제명 조처는 이 정치 집단을 이끄는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이 ‘독일을 위한 대안’과의 결별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정체성과 민주주의’는 이날 성명을 내어 “‘독일을 위한 대안’의 유럽의회 선거 1순위 후보인 막시밀리안 크라와 관련된 사건에 더는 얽히고 싶지 않다”고 제명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유럽의회 의원인 크라는 지난 18일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 인터뷰에서 “(나치의 준군사조직) ‘친위대’(SS) 제복을 입었던 사람 모두가 자동적으로 범죄자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말썽을 빚었다. 그는 파문이 확산되자 당직에서 물러나고 선거운동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독일을 위한 대안’은 크라 의원만 제명할 것을 요청했으나, ‘정체성과 민주주의’는 이를 거부하고 당 전체를 제명했다.



크라 의원은 러시아·중국과의 연루설에도 시달리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그의 보좌관 한 명이 중국을 위한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독일 경찰에 체포됐다. 그의 체포 직후 독일 검찰은 크라 의원이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에 대한 예비 조사에 나섰다.



이 당의 유럽의회 선거 2순위 후보인 페트르 비스트론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루된 인물로부터 2만유로(약 2960만원)의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러시아·중국 연루설에 나치 옹호까지 겹치면서, 이 정당의 지지율은 지난 1월 22%에서 최근 16%까지 떨어졌다.



‘독일을 위한 대안’이 제명되면서 ‘정체성과 민주주의’의 유럽의회 내 입지도 약화될 전망이다. 이 집단은 다음달 6~9일 실시되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85석 정도를 차지해 중도 성향 정치 집단 ‘리뉴 유럽’과 3위 자리를 다툴 것으로 예상됐었다. 이 가운데 16석은 ‘독일을 위한 대안’의 의석이어서, 이 정치 집단의 최종 의석수는 70석 안팎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선거 뒤 극우 정당들의 이합집산도 예상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적했다. 현재 유럽의회 내 극우 정당들은 ‘정체성과 민주주의’와 ‘유럽 보수와 개혁’으로 양분되어 있다. ‘유럽 보수와 개혁’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형제당’, 폴란드의 ‘법과 정의당’, 스페인의 복스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예상 득표 의석수는 70석 정도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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