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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은하계 팔 끝에서 태어나는 푸른 아기별…이토록 선명한 우주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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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페가수스자리 방향으로 27억광년 거리에 있는 아벨2390 은하단. 이 사진 한 장에 5만개가 넘는 은하가 들어 있다.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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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유럽우주국(ESA) 유클리드우주망원경의 첫 관측 결과를 담은 10편의 분석 논문과 함께 새로운 사진 5장이 공개됐다.



지난해 유럽우주국이 우주론의 가장 큰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인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한 발사된 유클리드망원경은 지구에서 태양 반대쪽으로 150만km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관측 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것은 초기 관측 프로그램에 선정된 17개 천체 중 일부다.



유클리드망원경의 장점은 하늘의 넓은 영역을 세밀하게 살펴 희미한 것과 밝은 것, 먼 것과 가까운 것, 작은 행성과 거대한 은하단을 모두 한 장의 사진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은하의 모양을 관측하는 가시광선 카메라(VIS)와 은하의 밝기와 거리 등을 측정하는 근적외선 분광계·광도계(NISP) 두 가지 관측장비가 탑재돼 있다. 6억 화소의 가시광선 카메라는 지상의 천체망원경보다 4배 이상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시야각은 허블의 200배다. 한 번에 보름달 2배 크기의 하늘 영역을 관측할 수 있다.



유럽우주국은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단 하룻동안 관측한 결과를 담고 있지만 가시광선 카메라를 통해 1100만개 넘는 천체를, 적외선 장비를 통해 500만개 넘는 천체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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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 2390 은하단의 일부를 확대한 사진. 이 사진에도 수천개의 별과 은하가 있다.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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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 추적 단서를 쥔 아벨 2390 은하단





유럽우주국이 공개한 첫번째 사진은 북쪽 하늘 페가수스자리 방향으로 27억광년 거리에 있는 아벨 2390 은하단이다. 이 사진 한 장에 5만개가 넘는 은하가 들어 있다. 사진 중앙에는 활처럼 휘어진 모양(호)의 은하들이 곳곳에 보이는데, 이는 중력렌즈 효과 때문이다.



중력렌즈란 멀리 떨어진 천체에서 나온 빛이 거대한 천체들의 중력 영향을 받아 빛이 증폭되면서 굴절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암흑물질엔 질량이 있으므로 유클리드망원경이 포착한 중력렌즈를 분석하면 은하에 의한 것과 암흑물질에 의한 중력렌즈 효과를 구분할 수 있다.



유럽우주국은 중력렌즈 효과를 보여주는 호의 형태를 분석하면 암흑물질의 양과 분포를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벨 2390 은하단은 질량의 대부분이 암흑물질이어서 암흑물질을 추적하는 데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아벨 2390 은하단의 질량은 태양의 약 10조배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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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자리 방향으로 1350광년 거리에 있는 반사성운 메시에 78.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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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광년 거리에서 별보다 작은 천체도 관측





두번째는 오리온자리 방향으로 1350광년 거리에 있는 반사성운 메시에 78이다. 사진에서 가장 밝은 부분이 메시에 78이다. 역대 가장 넓고 깊숙하게 들여다본 사진이다. 반사성운은 주변 별빛을 산란시켜 빛을 내는 성운을 말한다. 밀도 높은 가스와 먼지로 이뤄진 성운은 새로운 별이 탄생하는 별 보육원이다.



유클리드의 가시광선 카메라는 이 영역에서 목성 질량의 몇배에 불과한 천체까지 발견했다. 메시에 78에서 별보다 작은 천체를 관측한 건 처음이다. 적외선 장비는 30만개가 넘는 새로운 천체를 발견했다. 유럽우주국은 대부분 갓 태어난 별이라고 밝혔다. 사진 상단에는 또 다른 성운 NGC 2071이, 하단에는 작은 별을 생성하는 암흑성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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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자리 방향으로 3100만광년 거리에 있는 나선은하 NGC 6744.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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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의 팔 안에서 태어난 푸른 아기별





세번째 사진은 남반구 하늘의 공작자리 방향으로 3100만광년 거리에 있는 나선은하 NGC 6744다.



나선은하는 가장 흔한 은하 유형이다. 나선은하에서 쭉 뻗어 있는 팔 부분은 회전하면서 가스와 먼지를 압축해 별 형성을 촉진한다. 대부분의 별은 이 팔을 따라 탄생한다. 사진에서 푸른 점이 아기별이다.



나머지 두 사진은 남반구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은하단이다. 하나는 봉황자리 방향으로 10억광년 거리에 있는 은하단 아벨 2764, 다른 하나는 황새치자리 방향으로 6200만광년 거리에 있는 황새치자리은하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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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자리 방향으로 10억광년 거리에 있는 은하단 아벨 2764. 사진에서 오른쪽 위 밝은 부분이다. 왼쪽 아래는 우리 은하에 있는 별(V*BP-Phoenicis/HD 1973)로 맨눈으로도 볼 수 있을 만큼 밝다.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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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치자리 방향으로 6200만광년 거리에 있는 남반구 하늘의 황새치자리은하군이다. 사진 속의 두 은하는 서로 스쳐 지나가다 결국 합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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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후 초기 은하 수천개 발견 기대





유럽우주국 과학자들은 이번 관측에서 우주의 첫 10억년을 들여다볼 수 있는 29개의 은하를 발견했다. 영국 맨체스터대 레베카 보울러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 몇년에 걸쳐 빅뱅 후 초기 은하 수천개를 발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룻동안 찍은 사진 17개 가운데 5개는 아직 완전히 분석되지 않았다. 유럽우주국 유클리드팀의 롤랜드 바브렉 박사는 뉴사이언티스트에 “유클리드가 작성할 하늘 지도는 역대 가장 상세한 하늘 사진이 될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이 하루에 찍은 것이라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나올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클리드는 6년 동안 하늘의 3분의 1 이상 영역에 있는 최대 100억광년 거리의 15억개 은하들을 관측하면서 우주의 시공간 지도를 작성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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