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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굿바이 팬텀③]"공군 역사 써내려간 팬텀,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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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조종사 조영화 소령 "적 두렵게 한 팬텀은 '몬스터'"

팬텀과 함께 군 떠나는 정비사 강태호 준위 "55년 동안 고생한 팬텀에 경의"

뉴스1

퇴역을 보름여 앞둔 공군 F-4E 팬텀 전투기가 20일 경기 수원시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이륙을 하고 있다. 2024.5.20/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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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대한민국 공군의 수많은 역사를 써 내려간 팬텀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계속 남아있을 것입니다. 팬텀 포에버!"

지난 20일 수원기지에서 만난 우리 공군의 마지막 팬텀 조종사인 공군 제10전투비행단 153대대 조영화 소령은 "나의 20~30대를 함께했던 팬텀이 이제 퇴역하는 게 많이 아쉽고, 평생의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6월 7일 퇴역식이 예정된 F-4 팬텀은 1969년 최초의 F-4D 비행대대가 창설된 이후 55년간 조국 영공을 수호해 왔다. 현역 F-4E 최고의 조종사 중 한명으로 꼽히는 조 소령은 2010년 임관해 2013년부터 계속 해서 팬텀 조종사 임무를 맡고 있다.

팬텀 비행시간이 1200시간이 넘는 조 소령은 이날 비행에 앞서 뉴스1과 만나 팬텀 조종사로서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복좌 항공기를 타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을 가진 팬텀을 조종한다는 생각에 정말 설렜다"라며 팬텀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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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F-4E 팬텀 전투기가 퇴역을 보름여 앞둔 가운데 조종사 조영화 소령이 20일 경기 수원시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5.20/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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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은 도입 당시 우리나라의 공군력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최신 기종이었으나 지금 시점에서 평가하면 컴퓨터를 이용한 첨단 제어 시스템이 없어 조종이 어려운 기종이라고 한다. 조 소령은 "속도 영역에 따라 조종 특성이 크게 달라진다"라며 "조종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웃풋이 많이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조 소령은 팬텀 조종사로서 기억에 남는 작전을 묻자 "전투초계임무 중 평소에는 근접 비행하지 못하는 서울 북쪽 상공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횡단하며 서울의 야경을 봤던 게 생생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술무기교관과정(FWIC)에서 자신이 계산한 제원을 이용해 폭탄 12발을 정확히 목표물에 명중시키는 실력을 발휘한 적도 있다.

팬텀에는 '하늘의 도깨비', '게임 체인저' 등 많은 별명이 있다. 팬텀을 10년 이상 조종한 조 소령은 팬텀에 '몬스터'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다고 했다. 그는 "팬텀의 근육질 라인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고, 팬텀은 많은 무장 장착이 가능하고 적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했기 때문에 괴물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라고 설명했다.

조 소령이 비행을 준비하는 동안 격납고에서는 정비감독관 강태호 준위가 바쁘게 움직였다. 국내 최고의 팬텀 정비사로 손꼽히는 그는 팬텀 퇴역 이후 전역한다. 강 준위는 "팬텀과 함께 34년 군 생활을 마무리하는데, 팬텀의 마지막 정비감독관이라는 타이틀이 영광스럽고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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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F-4E 팬텀 전투기가 퇴역을 보름여 앞둔 가운데 정비사 강태호 준위가 20일 경기 수원시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5.20/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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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준위는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오랜 기간 팬텀을 운용한 게 아니냐는 질문엔 "생산 연도가 오래된 것이지 부품이 오래된 건 아니다"라며 "55년 동안 팬텀을 운용하면서 정비 노하우가 많이 축적됐고, 정비 방법 및 지원 장비 창안 활동을 하면서 항공기 수명을 늘린 것 같다"라고 답했다.

강 준위는 "55년 동안 국가의 영공방위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희생하고 고생한 팬텀에 경의를 표한다"라며 "국민들께서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인 공군을 믿고 행복한 삶을 누리시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비행 준비가 끝나자 격납고에서 팬텀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결연한 표정의 조 소령은 조종간을 잡고 있었고, 강 준위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바라봤다. 잠시 후 활주로에서 팬텀 2대가 힘찬 엔진음을 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제 떠나는 전투기이지만 그 어떤 전투기보다 강하고 믿음직스러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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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을 보름여 앞둔 공군 F-4E 팬텀 전투기가 20일 경기 수원시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이륙하기 전 점검을 하고 있다. 2024.5.20/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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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팬텀 조종사인 조영화 소령, 정비감독관인 강태호 준위와의 일문일답.

-과거 팬텀맨으로 처음 발탁됐을 때 기분이 어땠나.
▶조영화 소령 : 어렸을 적 영화 '탑건'을 보고 전투 조종사로서의 꿈을 키워가면서부터 주기종을 선택할 때 복좌항공기를 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자연스레 주기종으로 팬텀을 선택했고,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을 가진 팬텀을 조종한다는 생각에 정말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팬텀의 어떤 특징을 가진 항공기인가, 팬텀의 조종 난이도는 다른 기종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가.
▶조영화 소령 : 팬텀은 크고 무거운 기체를 가지고 있지만 과거에 설계된 기종이다 보니 컴퓨터로 제어되는 '플라이 바이 와이어' 시스템이 장착되지 않아 속도영역에 따라 조종특성이 크게 달라진다. 자동차로 예를 들면 내가 핸들을 꺾은 것에 대해 전자적으로 제어를 해주는 게 아니고 조종사가 모두 컨트롤해야 하기 때문에 계기를 보고 몸으로 느끼면서 좀 더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다른 전투기보다는 조금 더 조종이 어려운 편으로 알고 있다. 사실 다른 항공기는 학생 조종사 시절에만 타봤기 때문에 차이점을 느낄 기회는 많이 없었다. 팬텀은 조종사가 어떻게 기동을 하느냐에 따라 아웃풋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저는 과거보다 고등급 조종사가 된 지금 제가 하고 싶은 만큼 더 기동이 잘 되는 느낌을 받는다.

-팬텀에 탑승해 수행한 작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조영화 소령 : 2010년 방공 비상대기 근무 중 새벽 2시에 비상출격했던 적이 있다. 상황 정리가 된 후 전투초계임무를 수행했는데 평소에는 근접비행하지 못하는 서울 북쪽 상공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횡단하며 팬텀기에서 서울의 야경을 봤던 것이 지금까지도 기억이 많이 난다.
또한 '전술무기교관과정'(FWIC)에 참여했는데, 내가 직접 사격 제원을 구해 폭탄을 12발 장착해 투하하는 임무를 했다. '이게 정말 제대로 떨어질까'라며 긴장했는데 정확하게 목표에 투하되는 것을 보고 짜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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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F-4E 팬텀 전투기가 퇴역을 보름여 앞둔 가운데 조종사 조영화 소령이 20일 경기 수원시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5.20/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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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에게 팬텀이란 어떤 존재인가.
▶조영화 소령 : 우리나라가 과거엔 북한에 비해 공군력이 약했으나, 팬텀이 들어옴으로써 우리나라가 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는 공군력을 갖게 됐다. 그만큼 우리 공군의 역사에 팬텀은 의미가 있다.

-팬텀에게는 '하늘의 도깨비, '게임 체인저' 등의 별칭이 붙었는데 개인적으로 붙이고 싶은 별칭이 무엇인가.
▶조영화 소령 : 많은 별명이 있지만 내가 붙이고 싶은 별명은 '몬스터'이다. 팬텀의 동체 라인은 곡선이 많아 꼭 근육질의 몸매를 가진 것처럼 보여 실제로 보게 되면 크기와 모습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기체가 크고 연료 소모량이 많지만 그만큼 많은 무장장착이 가능하고 적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했기 때문에 '몬스터'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것 같다.

-국내 마지막 팬텀맨으로서 퇴역기에 송별메시지를 보낸다면.
▶조영화 소령 : 나의 20~30대를 함께했던 팬텀이 이제 퇴역하는 게 많이 아쉽고 평생의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대한민국 공군의 수많은 역사를 써 내려간 팬텀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PHANTOM FOREVER!!

-최근 'BOMB 양갱' 등 공군의 유튜브 영상들이 국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데 어떤 생각이 드나.
▶조영화 소령 : 조종사 입장에선 실사격 임무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촬영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 하지만 유튜브 등을 통해 임무하는 것이 알려져 국민들이 우리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것을 보면 신기하면서도 감사하다. 우리끼리도 '이번에 우리가 한 게 올라왔더라'하며 영상을 많이 공유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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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F-4E 팬텀 전투기가 퇴역을 보름여 앞둔 가운데 정비사 강태호 준위가 20일 경기 수원시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5.20/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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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과 작별하는 기분이 어떠한가.
▶강태호 준위 : 팬텀 퇴역 이후 곧 전역할 예정이다. 팬텀의 마지막 정비감독관이라는 타이틀이 영광스럽고 자랑스럽다. 팬텀과 함께 34년 군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팬텀을 정비하는 데에 있어서 다른 전투기와 비교해 어려운 점 또는 특징이 있나.
▶강태호 준위 : 타 전투기보다 크기가 크고 높이도 높아 애로사항이 많았다. 특징으로는 공군용 전투기이지만 노즈기어(앞바퀴) 타이어가 2개고, 날개도 접을 수 있다.

-우리 공군은 팬텀을 오랜 기간 운용했는데, 관련 노하우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을 것 같다.
▶강태호 준위 : 기본과 원칙을 준수하면서 기술도서에 의한 점검과 정비를 수행하고 있고, 55년 동안 팬텀을 운용하면서 정비 노하우가 많이 축적되고 정비 방법 및 지원 장비 창안 활동을 하면서 항공기 수명을 늘린 것 같다.

-항공기를 지나치게 오래 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강태호 준위 : 생산년도가 오래된 것이지 부품이 오래된 것이 아니다. 부품이나 기골은 시간제 및 주기 검사를 통하여 기골 균열 또는 부품의 결함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운용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

-팬텀, 혹은 팬텀 정비와 관련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건, 일화가 있는가.
▶강태호 준위 : 전 국민이 열광했었던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초계비행을 실시한 적이 있는데, 몸은 정비현장에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국가대표의 승리를 열렬히 응원하며 정비 임무를 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떠나는 팬텀을 향해, 혹은 국민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강태호 준위 : 55년 동안 국가의 영공방위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희생하고 고생한 팬텀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국민들께서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인 공군을 믿고 행복한 삶을 누리시길 기원한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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