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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삼성 봐라" 말 나오는 이유…수사에, 재판 지연까지 기업들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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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시간의 덫에 빠진 수사]④

[편집자주] 검찰의 함흥차사 수사가 늘고 있다. 6개월 넘도록 처리하지 못한 장기미제사건은 지난해 6500여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2021년 이후 2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장기미제가 늘어날수록 검찰의 민생범죄 대응 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머니투데이

사진=임한별(머니S)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머니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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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공격적인 사업 계획이나 투자 안건이 올라오면 '삼성 좀 봐라'라고 합니다."

최근 만난 재계 한 인사의 얘기다. 삼성물산 부당합병 혐의 사건 이후로 재계에서 웬만큼 파격적인 공격 투자는 자취를 감췄다는 뜻이다.

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 사건 재판은 2020년 10월 첫 공판부터 올 2월 무죄 선고까지 1심에만 3년 5개월이 걸렸다. 오는 27일부터는 다시 2심 재판이 시작된다. 이 인사는 "수사는 그렇다 치고 삼성만한 기업이 재판에만 이렇게 3년 넘게 시달리는데 어느 기업이 예전 같이 과감한 사업 계획을 짤 수 있겠냐"고 말했다.

삼성만이 아니다. '국정농단·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6년 6월 검찰수사를 시작으로 3년 4개월이 지나서야 사법 리스크가 해소됐다.

재계에서는 "요즘 재판은 기본이 3년"이라는 한숨이 나온다. "길어지는 재판이 최대 리스크"라는 말이 나온 지도 오래다.

재판이 늦어지면 기업 경영 차질은 피할 수 없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글로벌 경영 차질을 최근의 반도체 경쟁력 부침 원인으로 꼽는다. 재판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커지는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타격 등 무형의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

재판 지연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선고까지 고등법원은 11.1개월, 지방법원(항소부)은 10.8개월이 소요된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말 기준 고법 재판에 8.1개월, 지법은 7.8개월이 걸린 데 비해 처리 기간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길어진 수사 기간에 재판 지연까지 겹칠 경우 기업 총수는 수년간 사법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한다.

재판부의 고심 역시 깊다. 사건이 복잡해지고 상속 분쟁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민사부, 형사부 법관 모두 장기화한 재판에 시달린다. 특히 기업과 노동자가 다투는 노동 사건의 경우엔 3심까지 이어지는 게 부지기수라 재판이 최종심까지 끝나려면 10년 가까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서울 소재 법원에서 일하는 한 부장판사는 "사건이 조금만 복잡하면 원고, 피고, 증인이 많게는 몇 백명이 되기 때문에 재판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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