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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슈플러스]우주강국 꿈 넘어 현실로…우주항공청 경쟁 선두 기반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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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우주항공청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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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대 우주강국' 진입을 위한 새로운 여정의 막이 올랐다. 우주개발 및 산업 컨트롤타워 우주항공청 개청을 시작으로 도전적 우주개발과 이를 통해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민간 주도 우주산업 경쟁력을 확대한다. 이를 위해 우주항공청은 전문 인력 및 예산 추가 확보부터 민간 주도 우주산업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한 역할 확립 등이 과제로 남아있다.

◇뒤처진 우주개발 추격 고삐 죈다

전 세계적으로 우주개발 초창기 주목적은 국방력 향상이었다. 국제 분쟁 간 군사 목적의 정찰·통신·항법 위성 등의 성공적 활용으로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의 우주기술 활용성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이어 미국을 시작으로 과학기술 및 실용적 목적의 우주개발이 본격화, 기술 장벽이 점차 낮아지면서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말 우주 관련 연구소 첫 신설로 비교적 늦게 우주개발 출발점에 섰지만, 위성과 발사체 개발 중심의 연구개발(R&D) 영역에 집중해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성공시키며 세계 7번째 자력 발사체 보유 국가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우리나라 우주개발 기술 수준은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12대 국가전략기술 중심 기술수준평가(2022년 기준)에 따르면 국가전략기술 가운데 우주항공·해양 분야 기술 수준은 미국 대비 55%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2년 '제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 발표를 통해 우주탐사 영역 확대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정과제로 이를 실행하기 위한 우주항공청 신설 추진에 나섰다.

신설된 우주항공청은 발사체 및 위성 개발, 우주탐사, 우주 기초연구 등 우주 관련 R&D 종합 수행 역할은 물론 우주산업의 경제성 확보를 위해 우주기술 산업화 전략의 주축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아, 앞으로 우주개발 및 산업 육성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게 된다.

◇관건은 '조기 안정화'

우주항공청은 개청 초 110여명의 인력으로 우선 출발한다. 연구인력을 비롯해 산업 분야 및 정부 행정 분야 최소한의 인력으로 개청 초기 조직 안정화를 이룬 이후 당초 목표했던 총 정원 293명 확보를 위한 추가 인력 채용이 진행될 예정이다.

전문 인재 확보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던 것과는 달리 개청 초 인력은 물론 향후 추가 인력 확보까지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전과 파격'이라는 우주항공청의 슬로건에 걸맞게 높은 수준의 연봉과 안정적 정주여건이 제시된 덕이다. 우주항공청 개청 초기를 이끌 청장과 차장, 임무본부장 인선 또한 긍정적 평가가 따르면서 조직의 조기 안정화에 힘을 보탤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초기 조직 안정화 이후 본격적인 임무 수행에 있어 예산은 걸림돌로 지적된다. 우주항공청 개청 초 총예산 규모는 7000억원으로, 향후 우주개발 관련 대형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선 예산 확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그간의 우주개발 대형 프로젝트 간 작용했던 정부의 보수적 관점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를 내놓는다.

실제 2022년 우주개발 분야 대형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던 소행성 '아포피스' 근접 탐사선 개발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선정 과정에서 탈락했다.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당시 우주산업계와 과학계는 실패 가능성만을 먼저 고려한 정부 기조에 큰 아쉬움을 표했다.

이 같은 전례에 비춰 우주항공청 또한 도전적 R&D에 대해 여전히 보수적인 국내 상황에서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우주항공청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선 앞으로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재정 기조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미 우주 협력 세미나에서 샌드라 코넬리 미 항공우주국(NASA) 과학임무 담당 부청장보 등 관계자들 또한 “우주 미션에선 종종 실수를 저지르는 시행착오가 있다. 임무의 모든 과정을 배우는 과정으로 만들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결국은 국제협력…'파트너' 찾아야

이처럼 순탄치 않은 상황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국제협력이다. 실제 윤영빈 우주항공청장 또한 내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처럼 우리나라도 국제 컨소시엄을 통해 글로벌 자금을 확보하고, 선진국과 협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우주항공청의 국제협력 활성화 역할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지난해 7월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우주항공청 설립·운영 기본 방향에는 국제협력부문이 청장 직속 조직으로 편성됐으나, 현재는 국장급인 기획조정관 산하로 조정됐다. 국제협력 업무 수행을 과 단위 조직이 맡게 되는 것으로 상당한 위상 약화가 예상된다는 의견이다.

복수의 우주과학분야 관계자들은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와 같이 우주개발 대형 프로젝트 추진에 있어 국제협력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개청 초 조직 안정화 이후 국제협력 부문의 국 단위 승격 재추진과 동시에 관련 전문가 확보 노력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은다.

◇최종 과제는 뉴스페이스

“민간 주도로 가는 세계의 우주 개발 흐름을 우리나라는 아직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뉴스페이스에 대한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이 내놓은 분석이다. 윤 청장은 우리나라가 여전히 관 주도의 올드스페이스 기조가 지배적이라는 점을 근거로 우주항공청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민간이 우주개발을 담당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을 꼽았다.

실제 한국연구재단의 '2023 우주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22년 기준 국내 우주기업의 매출 규모는 전 세계 우주시장 규모의 채 1%가 되지 않는 2조9518억원으로 조사됐다. 또 우주산업 참여 국내 기업은 총 442개로 이들 기업 가운데 상위 5개 기업의 매출 규모가 국내 우주기업 전체 매출 규모 절반 이상에 달한다.

우주분야 민간 시장의 활성화는 국가 경쟁력 확보 외 우주개발 비용 축소라는 상당한 이점을 갖는다. 미국은 2021년 '우주분야 우선순위 프레임워크' 발표를 통해 9개 과제 가운데 하나로 경쟁적이고 성장하는 상업적 우주부문을 가능케 하는 정책 및 규제환경 조성을 우선 제시하는 등 상업적 우주활동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우주항공청이 위치한 경남 사천시를 비롯해 대전과 고흥을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로 지정, 2031년까지 6000억원을 투입해 국내 민간 우주기업의 신화 사례를 만들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윤 청장 또한 우주항공청의 초기 비전과 역할로 뉴스페이스 진입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는 “기존 정부 주도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과 역할 분담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전 세계 우주개발 트렌드를 단시간 내 쫓아갈 수 있느냐가 초기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이를 수행할 민간기업이 있다면 우주항공청의 가장 큰 관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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