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VIP 격노설’ 진실공방…들은 사람은 있는데 말한 사람은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오른쪽).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시발점인 이른바 ‘VIP(윤석열 대통령) 격노설’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VIP 격노설을 들었다는 인물이 추가로 나타났지만, 전달자·발언자로 지목된 이들은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채 상병 사건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측은 지난 24일 “VIP 격노설은 억지 프레임이고, 이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를 접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휴대전화에서 ‘VIP 격노설’을 언급한 녹취 파일과 관련 증언을 추가로 확보했다는 보도가 잇달아 나오자 재차 부인하는 입장을 낸 것이다.

VIP 격노설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을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30일 오후 4시30분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으로부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해 간부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조사결과를 보고하고 결재했다. 이 전 장관은 다음날 조사결과 언론 브리핑 직전 이를 번복하고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당일 대통령 주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건을 보고받고 격노한 데 따른 지시란 게 VIP 격노설의 주요 얼개다.

이 전 장관 측은 “대통령의 격노를 접한 사실이 없고, 대통령을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사단장을 빼라’는 말을 듣거나 지시한 사실도 없다”고 부인해 왔다. 아울러 사건 이첩 보류 지시는 국방부 장관의 정당한 권한으로서 범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한다.

반면 박 대령은 사건 이첩 보류 배경에 윤 대통령이 있다고 본다. 박 대령은 언론 브리핑 취소 및 사건 경찰 이첩 지시를 받은 지난해 7월31일 오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오전 VIP 주재 회의에서 VIP가 격노하면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 발언의 당사자로 지목된 김 사령관은 박 대령이 항명죄를 벗어나려고 지어낸 이야기라면서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해병대 간부 A씨는 최근 공수처 조사에서 지난해 8월1일 해병대 내부 회의에서 김 사령관으로부터 VIP 격노설에 관한 발언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령 외에 추가 증인이 나타난 것이다.

윤 대통령의 격노를 접한 적 없다는 이 전 장관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김 사령관이 ‘VIP 격노설’을 다른 경로로 전달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 전 장관은 수사 이첩 보류를 지시하기 약 2시간 전인 7월31일 오전 9시53분에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과 통화했다. 김 사령관은 오후 5시쯤 임 비서관과 통화한 사실이 있다. 임 전 비서관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당일 김 사령관과 통화한 적 없다고 밝혔지만 이는 통화기록 조회를 통해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첩 보류 지시 전후로 대통령실·국방부·해병대 간 소통이 있었던만큼 김 사령관이 대통령실 인사로부터 직접 VIP 격노설을 전달받았을 수 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윤 대통령의 마음 속 키워드는? 퀴즈로 맞혀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