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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수조원 전기료에 짓눌린 반도체社 … 송전망 비용까지 떠안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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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반도체 전력대란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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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의 사활이 걸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쟁력은 전기 확보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막대한 규모의 전기를 사용하는 반도체 생산시설의 특성상 전기 공급과 관련한 비용은 반도체 기업들의 제품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종합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등 정부의 지원책 마련이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는 전력 확보와 관련한 딜레마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1킬로와트시(kwh)당 산업용 전기 판매단가는 153.7원이었다. 2020년(107.9원) 이후 연평균 상승률은 12.5%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의 전력사용량은 2022년 2만8316기가와트시(GWh)였다. 이 가운데 대부분을 반도체 생산시설이 사용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전력사용량은 2020년 2만2916GWh, 2021년 2만5767GWh였다. 연평균 사용량 증가율은 11.2%가량이다.

삼성전자의 전력사용량을 산업용 전기 판매단가로 단순 계산하면 삼성전자가 지불하는 연간 전기료 지출액은 2020년 2조4730억원, 2021년 2조7180억원, 2022년 3조3610억원에 달한다. 한국전력의 2020~2023년 연평균 산업용 전기 판매단가 증가율과 삼성전자의 2020~2022년 연평균 전력사용량 증가율을 적용해 계산하면 삼성전자의 전기료 지출액은 2024년 6조500억원, 2025년 7조5670억원, 2026년 9조4640억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전기료는 계절과 사용량 등에 따라 다르게 적용돼 정확한 시뮬레이션이 어렵지만, 현재까지의 증가세를 그대로 적용해 추산한다면 수년 내 전기료 지출액이 10조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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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앞으로 전기요금이 더 빠르게 오를 수 있고, 삼성전자의 전력사용량도 과거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 등을 이유로 고객들의 신재생에너지 이용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전력 공급 자체가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전기료 부담이 불어나는 가운데 전력 인프라스트럭처 구축까지 기업 몫으로 돌아온다면 가혹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전은 전용 송전망 구축에 있어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송전망을 자비로 구축하고, 이를 통해 쓰는 전기에 대한 이용료까지 지불해야 하는 이중 부담의 문제가 발생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기를 공급하려면 피크 전력 여유가 남는 서남해권 재생에너지를 충남 태안으로 모은 뒤 이를 용인까지 끌고 오는 방안이 거론된다. 태안에서 용인까지의 거리는 약 115㎞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첨단산업단지를 운영하려면 전력 확보를 위해 345㎸급 변전소인 고덕#3 변전소 신설이 필요하다고 계산했던 바 있다. 이를 연결하기 위한 송전선로 설치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6월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서 언급했다.

1차로 고덕#3과 평택시 팽성까지의 9.7㎞ 구간을 연결하고, 2차로 신평택과 고덕#3을 연결하는 송전선로(15㎞)를 2028년 6월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3차로 청양#2 개폐소와 고덕#3을 연결하는 2차 선로는 2032년 이후 건설을 예정하고 있다. 구간 길이는 83.2㎞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가동 과정에서 고덕에서 서안성까지 23㎞ 거리의 송전망을 구축했던 바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가 부담한 금액은 4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안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송전망을 구축하는 비용은 2조원대에 달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송전선로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 비용'도 개별 기업이 해결하기에는 벅찬 문제다. 과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주민들이 송전망 건설을 반대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5년이 소요됐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단지 구축 과정에서 발생했던 '용수' 문제도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 대표적 사례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당초 2022년부터 건설하려 했지만 용수 공급 인허가를 비롯해 지역 민원, 토지 보상 등에 여러 차례 발목을 잡히면서 차일피일 미뤄졌다. 내년에 착공한다 해도 당초 계획보다 3년 가까이 늦춰진 셈이다.

반도체 업계는 정부가 용인 반도체단지 전력 문제 해소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삼성전자와 머리를 맞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윤 대통령은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를 열고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종합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투자를 뒷받침할 전기·용수·도로 등 인프라를 정부가 책임지고 빠른 속도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정부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세제·금융·재정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용수·전력·도로 등 기반시설 소요 일부를 국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산단 개발은 개발계획 수립, 토지 보상 등 착공까지 통상 7년이 걸리는데 계획 수립, 보상 등을 동시에 추진해 소요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최승진 기자 / 박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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