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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내달 우크라 평화협상 앞두고…푸틴 '종전카드'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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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5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있는 대형 상점을 공격해 수십 명이 다쳤다. 당국의 경고방송을 들은 시민들과 군인들이 거리에 엎드려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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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대공세를 펼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종전'을 언급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크라이나와 전투에서 주도권을 잡은 가운데 군사력을 과시하는 한편, 3년 차를 맞은 전쟁 피로감을 노려 향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이 현재 전선을 국경으로 인정하는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중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지도부와 가까운 익명의 소식통은 러시아가 현재보다 점령지를 확대하려면 추가적인 국민 동원이 필요한데, 푸틴 대통령은 이를 피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같은 날 푸틴 대통령도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 협상이 재개돼야 하지만 오늘날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 중 20%가량을 손에 넣은 상태다.

이번 푸틴 대통령 발언은 다음달 스위스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진영은 러시아가 불참한 가운데 평화회의에서 평화회담 조건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엑스(X)를 통해 "푸틴 대통령의 평화회담 언급은 스위스 평화회의를 방해하려는 목적"이라며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략을 끝내려는 욕구가 없다. 이것이 그가 스위스 정상회의를 그토록 두려워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의회가 최근 가까스로 610억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통과시켰지만, 미국 등 서방 국가에서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됐다. 전쟁이 그저 사라지기를 바라거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가하는 실존적 위협을 덜 신경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이번 제안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지닐 수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서방 진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병합지를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 국무부는 뉴스위크에 "크렘린궁은 아직 전쟁을 끝내는 데 어떤 의미 있는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평화를 위한 모든 계획은 우크라이나의 독립성, 주권, 영토 통합성에 대한 완전한 존중에 기초해야 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또 전쟁 중 무기 생산량 급증을 자랑하면서 자국 군사력을 과시했다. 25일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인근 코롤레프에 있는 전술미사일회사(KTRV)에서 방산업체 대표들과 만나 "오늘날 군대의 효과적인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군사작전' 기간 미사일·포병 무기 생산량은 22배 이상 증가했고, 전자전 장비와 정찰 시스템 15배, 탄약과 타격 무기 14배, 차량 7배, 항공·드론 4배, 장갑전투차량 무기는 3.5배 각각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종전카드를 꺼낸 이날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공격은 계속됐다. 러시아가 25일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의 한 대형 상점을 공격해 최소 6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께 러시아 벨고로드 지역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도탄 2발이 주택가 상점을 덮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약 200명이 상점 안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분명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은 테러"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엑스를 통해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인 러시아 남부 국경도시 벨고로드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로켓 공격으로 민간인 4명이 숨졌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뱌체슬라프 글랏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는 "민가가 우크라이나 로켓 공격을 받아 4명이 숨지고, 어린이 1명을 포함해 1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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