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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SF 소설가 테드 창 “AI가 진짜 지능이 있다고?…난 그렇게 생각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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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계적 SF작가 테드 창은 오는 6월12일 제3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테드 창은 2023년 ‘타임’지가 뽑은 ‘AI 100대 인물’로 선정됐다. 테드 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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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12일 “사람 넘보는 인공지능(AI), 인간 가치도 담아낼 수 있을까?”를 주제로 열릴 제3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 포럼’의 기조연사 테드 창을 인터뷰했다. 포럼에서 테드 창과 대담을 진행할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물리학)가 전자우편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테드 창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 시대 최고의 과학소설(SF) 작가다. 에스에프 문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네뷸러상과 휴고상을 여러 차례 받았다. 단편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는 2016년 드니 빌뇌브가 감독한 영화 ‘어라이벌’(국내 제목 ‘컨택트’)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테드 창은 최근엔 인공지능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글들을 발표해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2월 ‘챗지피티는 웹의 흐릿한 복제본이다’라는 ‘뉴요커’ 칼럼은 인공지능 논쟁의 차원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겨레 독자를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과학소설 작가 테드 창이다. 단편소설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와 ‘숨’을 펴냈다.”



―당신은 대학에서 자연과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다. 과학소설 작가뿐 아니라 누구나 과학에 익숙해져야 하는 이유는?



“우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바로 과학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지식이다. 우주는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늘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선호가 우주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자신이 태어날 때의 천체 위치가 자신의 성격을 결정한다고 믿고, 한국에서도 혈액형이 성격과 관계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사람들을 특정한 유형으로 구분하는 것은 심리적 안정감을 줄 뿐이다.”



―당신의 여러 작품은 ‘만약 ~라면’으로 시작하는 일종의 ‘사고실험’으로 보인다. 과학과 에스에프에서 사고실험을 비교한다면?



“에스에프의 사고실험은 과학 분야의 사고실험처럼 엄밀할 필요가 없다. 에스에프 소설을 읽는 독자는 ‘불신의 유예’(상식적으로는 맞지 않은 부분이 있어도 독자가 개의치 않고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는 현상)를 경험한다. 이런 불신의 유예는 소설에서는 타당하지만 과학에서는 그럴 수 없다. 과학자들의 사고실험은 과학을 실제로 발전시키기 위해 진행된다. 아인슈타인이 망원경으로 외부를 쳐다보지 않고도 혼자 방 안에서 사고실험을 통해 상대성이론을 만들어낸 것처럼 말이다. 에스에프 작가는 “아이를 낳는 것이 금지된 세상에서도 죽지 않는 삶이 바람직할까?”처럼, 철학적 질문을 문학 작품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사고실험을 이용한다.”



―당신은 요즘은 인공지능 비평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에스에프 작가로서 경험이 인공지능 이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관련이 있는가?



“과학소설 작가가 인공지능 기술자들에게 그들의 상상에 고삐를 죌 필요가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약간 묘한 상황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시나리오와 좋은 이야기를 위한 시나리오를 구분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 분야의 많은 이들이 컴퓨터가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되는 특이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이점’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에스에프 작가 버너 빈지가 제안한 용어다. 나는 특이점이 소설에서는 훌륭한 아이디어이며 이에 기반한 소설도 좋아하지만, 현실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는 아이디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겨레

김범준 교수가 한 방송에서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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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해상도가 낮아 흐릿한 웹의 이미지파일(jpeg)로 은유한 1년 전 ‘뉴요커’ 칼럼이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은유는 왜 중요할까? 은유가 가진 힘이 무엇인가?



“내가 다른 칼럼에서 인공지능을 ‘매킨지’에 비유한 적이 있는데, 이 은유는 사실 성공적이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 컨설팅기업 매킨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나는 인공지능이 자본주의의 칼날을 더 날카롭게 하는 ‘칼갈이’라고 자주 비유한다. 같은 생각이지만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은유이기 때문이다. 은유는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개념을 더 쉽게 이해하도록 이끌 수 있다는 면에서 중요하다. 영어에서 ‘움켜쥘 수 있는 핸들을 갖게 된다’(get a handle on something)는 표현은 ‘이해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뜻하는데, 은유의 유용성에 대한 비유라고 할 수 있다. 은유는 유용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유는 진실이 아니라는 것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은유는 우리가 이해를 시작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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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의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


―개인적 수준이 아닌 사회적 수준에서 재귀적인 발전이 기술 발전의 중요한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도 사람처럼 사회적 학습을 할 수 있을까? 사회를 이룬 인공지능이 자신들보다 더 나은 인공지능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까?



“인공지능 프로그램 사이의 상호작용은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 인공지능은 도구일 뿐이다. 도구일 뿐인 인공지능을 결합해서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단순히 그 도구를 이용하는 인간의 우수성을 보여줄 뿐이다. 먼 미래에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이 정말 사람과 같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이미 수십억명의 인간이 있는데 말이다. 우리가 사람들이 협력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커다란 이점을 원한다면 우리는 이미 어떻게 할지 잘 알고 있는 셈이다. 나는 인공지능 개발의 목표는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인공지능의 시대에 우리는 자본주의를 길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40년 정도의 기간 동안,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당신은 자본주의의 해악을 줄이기 위한 인공지능 파괴운동(러다이트)을 말하기도 했다.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한 해결책은 없다. 더 강한 노동조합, 그리고 노동자가 투자자를 대신해 회사의 소유자로 참여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대차대조표의 수치로만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진 대신 노동자가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할 수도 있다. 러다이트가 된다는 것이 기술에 반대하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다. 회사 주주의 이익보다는 노동자들의 경제적 정의에 더 관심을 두는 것이 내가 말한 러다이트이다. 우리가 경제적 정의를 선호하는 정책을 원하든, 주주의 이익을 선호하는 정책을 원하든, 기술은 둘 모두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달 12일 한겨레 사람과디지털 포럼에서 어떤 얘기를 할지 미리 소개한다면?



“나는 인공지능이 정말로 지능이 있는 것은 아니며 거대언어모델이 언어를 사용한다고도 할 수 없다고 주장할 예정이다. 또 생성형 인공지능이 예술 작품을 만드는 도구도 아니라는 얘기도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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