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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우크라 땅 20% 점령한 러…“지금 상태로 종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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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평화협상 앞두고 종전카드

푸틴 “미사일 생산 22배 증가
효과적인 군 경제 구축해야”

“러, 우크라 대형상점 공격
최소 6명 사망, 40여명 부상”


매일경제

25일(현지시간) 폭격으로 화재 발생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대형 건축자재 상점. [AP = 연합뉴스]


봄철 대공세를 펼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종전’을 언급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크라이나와 전투에서 주도권을 잡은 상황에서 군사력을 과시하는 한편, 3년차를 맞은 전쟁 피로감을 노려 향후 협상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이 현재의 전선을 국경으로 인정하는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중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지도부와 가까운 익명 소식통은 러시아가 현재보다 점령지를 확대하려면 추가적인 국민 동원이 필요한데, 푸틴 대통령은 이를 피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연합군연구소(RUSI)의 닐 멜빈 국제 안보 연구 책임자는 뉴스위크에 “(푸틴은) 동원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줄타기하고 있다”며 “대규모 동원은 러시아 전역의 가족들에게 전쟁 비용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푸틴 대통령도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 협상이 재개돼야 하지만 오늘날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20% 가량을 손에 넣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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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우크라이나 평화회의가 열리는 스위스 니드발덴주 뷔르겐슈톡 [AFP = 연합뉴스]


이번 푸틴의 발언은 내달 스위스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진영은 러시아가 불참한 가운데 평화회의에서 평화 회담 조건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엑스(X)를 통해 “푸틴 대통령의 평화 회담 언급은 스위스 평화회의를 방해하려는 목적”이라며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략을 끝내려는 욕구가 없다. 이것이 그가 스위스 정상회담을 그토록 두려워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의회가 최근 가까스로 610억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통과시켰지만, 미국 등 서방 국가에서는 전쟁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이 누적됐다. 전쟁이 그저 사라지기를 바라거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에 가하는 실존적 위협을 덜 신경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이번 제안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서방 진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병합지를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 국무부는 뉴스위크에 “크렘린궁은 아직 전쟁을 끝내는 데 어떤 의미 있는 관심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평화를 위한 모든 계획은 우크라이나의 독립성, 주권, 영토 통합성에 대한 완전한 존중에 기초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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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좌)과 푸틴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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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당성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그는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문서에 서명하기 위해 우리가 누구와 협상할 수 있을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가 지난 20일 끝났지만, 계엄령을 이유로 대선을 치르지 못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또 전쟁 중 무기 생산량 급증을 자랑하면서 자국 군사력을 과시했다. 25일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인근 코롤레프에 있는 전술미사일회사(KTRV)에서 방산업체 대표들과 만나 “오늘날 군대의 효과적인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군사작전’ 기간 미사일·포병 무기 생산량은 22배 이상 증가했고, 전자전 장비와 정찰 시스템 15배, 탄약과 타격 무기 14배, 차량 7배, 항공·드론 4배, 장갑전투차량 무기는 3.5배 각각 증가했다고 주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2일 세르게이 쇼이구 전 국방장관을 경제 전문가 출신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장관으로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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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있는 대형 상점을 공격해 수십 명이 다쳤다. 당국의 경고방송을 들은 시민들과 군인들이 거리에 엎드려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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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은 계속됐다.

러시아가 25일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의 한 대형 상점을 공격해 최소 6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께 러시아 벨고로드 지역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도탄 2발이 주택가 상점을 덮쳤다. AFP통신은 가정용품과 DIY(손수 제작) 제품을 파는 매장이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약 200명이 상점 안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분명 민간인을 표적 삼은 테러”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엑스를 통해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인 러시아 남부 국경도시 벨고로드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로켓 공격으로 민간인 4명이 숨졌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는 “민가가 우크라이나 로켓 공격을 받아 4명이 숨지고, 어린이 1명을 포함해 1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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