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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사설] 0%대로 떨어진 기업 생산성 증가, 혁신 동력 꺼지면 미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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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이 2001~2010년에는 6.1%에 달했는데 2011~2020년에는 0.5%로 크게 낮아졌다. 생산성 증가율이 0%대라는 것은 2010년 이후 기업의 생산성이 거의 제자리걸음이라는 뜻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R&D(연구개발) 지출 규모는 GDP의 4.1%로 세계 2위를 차지한다. 미국 내 특허출원 건수도 세계 4위나 된다. 혁신과 관련된 양적 지표가 이렇게 개선됐는데도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이 거의 늘어나지 못한 이유는 혁신의 질이 낮기 때문이다. 혁신 실적의 질을 보여주는 특허출원 피인용 건수(출원 후 5년 이내)의 경우, 2011∼2015년에 우리나라 특허 건당 피인용 건수는 1.4건으로 미국(5.0건), 네덜란드(3.7건), 스위스(2.8건)에 비해 현저히 낮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출원한 특허 건수 가운데 대기업 비중이 95% 내외를 차지한다. 혁신을 주도하는 대기업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품 상용화를 위한 응용 연구에 집중하고 기초연구 비중을 줄인 결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혁신 잠재력을 갖춘 신생 중소기업은 거의 출현하지 못하고 있다. 신생 중소기업 가운데 설립 후 8년 내에 미국 특허를 출원한 비중이 2010년대 들어 급감해 10%도 안 된다. 혁신 중소기업이 많이 배출되려면 벤처캐피털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는 OECD 회원국 중 5위에 달할 정도로 상위권이면서 제 기능을 못 한다. 혁신적이지만 위험성 높은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벤처캐피털 투자를 얼마나 용이하게 받을 수 있는지를 조사한 지표에서 미국(7점 만점에 5.2점)이 가장 높고 독일(4.8), 영국(4.5), 스위스(4.4), 일본(4.3), 프랑스(4.2)가 그다음 그룹인 반면 우리나라(3.4)는 멕시코(3.3)와 함께 하위권이다.

우리는 세계 최악의 저출산 고령화를 겪고 있다. 출산율을 빠르게 높이기 힘든 만큼 생산성을 큰 폭으로 개선해야 경제가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경제가 쪼그라드는 마이너스 성장을 피할 수 없다. 혁신 성장이 이처럼 정체된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겠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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