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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르포] 시멘트 공장에 AI 기술이?… “오류 예측해 생산성 높이고, 에너지 아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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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시멘트 선진국인 유럽은 온실가스(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산업으로 꼽히는 시멘트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다양한 산업에서 발생하는 순환자원을 시멘트 생산 재료로 재활용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설비 관리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도 한다. 온실가스 저감 이슈는 비단 유럽뿐 아니라 한국 시멘트산업의 당면 과제로 직면했다. 유럽의 시멘트 현장을 찾아 선진 기술을 살펴보고 국내 시멘트업계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본다.[편집자주]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중앙통제제어시스템에서 1분마다 3000개의 센서가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린 트리안타필리도(Irene Triantafyllidou) 타이탄(TITAN)의 그리스 에프카르피아(Efkarpia) 시멘트 공장 킬른 라인 매니저(Kiln Line Manager)


조선비즈

지난 21일(현지시간) 오후 1시 그리스 아테네로부터 동남쪽 2시간 거리인 테살로니키州(시)에 위치한 타이탄社의 에프카르피아 시멘트 공장의 중앙통제제어실에서 5명의 타이탄 직원이 약 20개의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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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현지시간) 오후 1시 그리스 아테네로부터 동남쪽 2시간 거리인 테살로니키州(시)에 있는 타이탄사(社)의 에프카르피아 시멘트 공장. 시멘트를 만들고 저장하는 데 필요한 온도와 압력, 유속 등을 관리하기 위해 중앙통제제어실에서 타이탄 직원 5명이 약 20개의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타이탄은 AI를 접목한 실시간 최적화(Real-Time Optimization) 기술을 활용해 시멘트 운영 공정을 관리하고 있다. 석회석, 점토 등을 갈아서 고온으로 가열해 만든 클링커를 다시 분쇄해 고운 가루 형태의 시멘트를 저장하는 전체 공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설비를 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공장은 그리스의 대표적인 시멘트기업 타이탄이 보유한 그리스의 3개 공장 중 하나다. 타이탄은 그리스를 포함해 유럽, 북남미, 중동 등지에 총 240여개 시멘트 생산 공장을 보유한 주요 시멘트업체다. 연간 시멘트 판매량은 1750만톤(t) 규모이며 순환자원 재활용량은 220만t에 달한다. 연간 매출액은 25억4700만유로(약 3조7261억원)로, 그리스 3개 공장의 매출액은 4억780만유로(약 5965억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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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현지시간) 오후 테살로니키州(시)에 위치한 타이탄社의 에프카르피아 시멘트 공장의 중앙통제제어실에서 타이탄 직원들이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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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카르피아 공장은 저탄소 시멘트 제품과 솔루션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타이탄은 2017년부터 실시간 최적화, 고장 예측, 품질 개선, 보건 및 안전 등 시멘트 생산 공정의 디지털화를 위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라는 AI 연구에 앞장섰다. 시멘트를 만들 때 필요 열에너지 전기에너지의 소비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해 학습하게 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특히 시멘트 밀 설비의 유지와 보수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고장 예측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타이탄은 디지털화를 통해 시멘트 생산 설비 평균 가동률을 97%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또 디지털화 이전 대비 생산률을 6~13% 향상시켰고, 약 5%의 에너지 저감도 이끌어냈다.

2020년에는 시멘트 제작과 공급망까지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디지털센터를 미국 마이애미에 있는 공장에 구축해 운영 중이다. 타이탄은 자체 연구도 추진하면서 스타트업 회사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시멘트뿐 아니라 레디믹스(레미콘) 등 다른 분야로 AI 기술을 확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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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현지시간) 오후 1시 그리스 아테네로부터 동남쪽 2시간 거리인 테살로니키州(시)에 위치한 타이탄社의 에프카르피아 시멘트 공장에서 칼로게라코스 안젤로스(Kalogerakos Angelos) TITAN그룹 그리스 공장 총괄책임자(사진 맨 오른쪽)가 AI 기술을 접목한 실시간 최적화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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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게라코스 앙겔로스(Kalogerakos Angelos) 타이탄그룹 그리스 공장 총괄책임자(Plant Manager)는 “미국과 유럽에서 데이터센터 직원들이 시멘트 설비의 데이터를 24시간 내내 분석하면서 오류가 발생하면 즉각 공장 사람들에게 연락해 기계가 멈추기 전에 해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 AI 기술을 직접 팔기도 하는데 미국에는 약 1년 6개월 전부터 이미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앙겔로스는 “이 서비스를 제공받은 고객들은 데이터센터의 문제 해결 시스템으로 많은 유지보수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3년 동안 데이터 플랫폼 계약을 체결해 문제와 해결 방법에 관한 데이터를 쌓고 분석 결과도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타이탄의 그리스 에프카르피아 공장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시멘트 원료에 폐콘크리트, 실리카흄, 포졸란, 플라이애시, 번트쉐일, 석회석미분말 등 혼합재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혼합재 즉 대체원료를 사용하는 양을 늘린 만큼 석회석 사용량을 줄이면서 이산화탄소(CO₂)를 저감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시멘트 1t을 제조할 때 약 700kg의 CO₂가 나오는데, 이 중 중간 단계인 석회석의 탈탄산 공정에서 나오는 CO₂가 약 60%(420kg)를 차지한다.

타이탄은 이 공장에서 2017년부터 테살로키니시에서 발생한 다양한 혼합재를 시멘트 원료로 활용하고 있다. 시멘트 원료에서 혼합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25% 이상이다. 에프카르피아 공장에서는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혼합재 사용량을 늘려 나갈 예정이다.

타이탄은 향후 2년간 2800만유로(한화 약 410억원)를 투자해 기존 일반시멘트 대비 탄소배출량이 15% 적은 저탄소 시멘트를 생산할 계획이다. 2030년에는 저탄소 시멘트 비중을 85%까지 확대하고 순환자원 재활용 비율도 6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공장운영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해 시멘트 생산 1t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130kg 미만으로 낮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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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현지시간) 오후 그리스 아테네로부터 동남쪽 2시간 거리인 테살로니키州(시)에 위치한 타이탄社의 에프카르피아 시멘트 공장에서 시멘트 원료에 고온의 열을 넣어 클링커를 만드는 소성로(킬른)가 작동하고 있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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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은 현재 그리스 아테네에 위치한 카마리공장에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험을 수행 중이다. 목표를 달성할 경우 연간 약 190만t의 온실가스 포집과 연간 300만t의 탄소 제로 시멘트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 오는 2030년까지 그리스의 모든 시멘트 공장에서 클링커를 생산할 때 소성단계에서 고온의 열을 내기 위해 사용하던 화석연료의 10%를 그린수소(H2CEM)로 대체할 계획이다. 현재 소성로(킬른)에서 화력을 높이는 데 첨가하는 활성제 역할을 담당하는 그린수소의 사용률은 0.3~0.5% 수준이다. 타이탄은 에프카르피아공장에서 온실가스 감축 전략으로 저탄소 시멘트 생산 외에 순환자원 재활용도 강화하고 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순환자원을 대체연료로 확대하면서 약 20만t 이상의 CO₂를 저감했다.

타이탄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에프카르피아 공장 시멘트 생산 공정에서 원료와 연료 대체를 통해 상당한 탄소 저감 효과를 거뒀다.

스트룽가리스 바실리스(Stroungaris Vasilis logerakos) 타이탄 그리스 에프카르피아 공장 총괄책임자(Plant Manager)는 “매립지에서 가연성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 18만5000t을 대체 연료로 전환해 사용했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자원을 보호하면서 약 12만t의 화석 연료를 절약했다”면서 “특히 식물, 유기물질 등에서 추출한 바이오매스를 대체 연료로 사용하면서 CO₂ 배출량이 17만5000t 감소했는데, 이는 테살로니키에서 6만대의 차량 운행을 줄인 것과 같다”라고 했다.

테살로니키(그리스)=박지윤 기자(jy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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