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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손병채의 센스메이킹] 〈49〉인공지능은 '다른' 지능 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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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이라는 용어의 한계를 지적하며, '다른 지능(different intelligence)'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인간의 지능과 동일하지 않으며, AI가 가진 지능은 우리가 가진 것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AI를 의인화함으로써 발생하는 오해와 그로 인한 기대의 과장과 연결된다.

이러한 오해는 우리가 세상을 카메라처럼 볼 수 있다고 믿는 것과 같다. 우리는 흔히 세상을 카메라처럼 기록한다고 생각한다. 카메라는 렌즈에 비친 것을 데이터로 등록하며, 정확한 주파수를 기록하듯 색상, 모양, 크기, 거리를 재현한다. 이런 식으로 인간도 세상을 인식한다고 여기는 것은 직관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인간이 보는 것은 단순한 감각 데이터의 수동적 흡수가 아니다. 카메라는 의미가 가득한 세상을 보지 않으며, 우리처럼 세상과 관여하며 그것을 능동적으로 묘사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걸으며 보고 듣는 것을 단순히 감각 기관에 전달되는 원시 데이터라고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색상, 소리, 움직임, 거리는 우리가 의미 있는 인간 세계에서 경험하는 방식과 다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자신의 경험이 개인적이고 독립적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듣고, 느끼고, 볼 때 그것은 사적인 방식으로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존 현상학과 메를로 퐁티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모든 생각, 말, 경험은 공유된 사회적 배경 위에서 이뤄진다. 다시 말해, 우리는 공유된 인간 세계의 일부로서만 생각할 수 있다. 모든 생각과 개념은 우리가 친숙한 배경에 뿌리내리고 있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이를 'Woraufhin'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그 배경 속에서'로 번역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우리의 모든 생각과 경험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세상과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이미 의미 있는 세계 안에 존재하며, 우리가 보는 것은 단순한 기계적 기록이 아니라 이 세계의 일부로서 의미를 가지고 있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인식할 수 있지만, 그것이 인간처럼 세상을 경험하거나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예를 들어, AI는 이미지 인식 기술을 통해 사진 속의 사물을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지만, 그 사물이 우리에게 주는 감정적 의미나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AI는 사회적 배경이나 인간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인간처럼 감정이나 의식을 가지지 않는다. 우리가 AI를 마치 인간처럼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경험과 인식의 본질을 오해하는 것과 같기에 이에 대한 강조는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러한 오해는 윤리적, 사회적 함의를 지닌다. 예를 들어 스마트 스피커와 같은 장치를 '듣는다'거나 '이해한다'는 식으로 표현할 때, 사용자들이 그 기능을 과대평가하거나 실제 능력을 오해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AI가 특정 작업을 수행할 때 인간과 같은 이해나 의도를 가진다고 생각하면, 시스템의 한계를 인지하지 못하고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될 위험이 있다. 로봇이 사과를 집어 올리는 작업에서 단순히 '사과를 본다'는 설명이 실제로는 '빨간색 픽셀을 감지한다'는 의미로 구현될 수 있으며 이런 경우, 로봇이 사과 대신 빨간색 셔츠의 이미지를 사과로 잘못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AI 기술의 유용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것의 한계와 인간 인식과의 차이를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AI는 우리의 일상과 업무에서 많은 이점을 제공할 수 있지만, 그것을 인간과 동일하게 인식하고 판단한다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AI 시스템은 엄밀히 말하면 '다른 지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AI 기술이 제공하는 편리함과 효율성을 누리면서도, 동시에 그것의 한계와 오해의 소지를 경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AI 기술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AI가 인간을 지배하거나 대체하려 한다면 그것은 기술의 본래 목적을 벗어난 것이다.

AI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이를 상업적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MS의 CEO 사티아 나델라가 '인공'이 아닌 '다른' 지능이 더 적합하다고 지적한 만큼, 그의 말은 신뢰해볼 만하지 않을까?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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