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활용 가치 커지자 입장 선회
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022년 7월 15일 사우디 제다의 알 살만 궁전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주먹을 맞대며 인사하고 있다. 제다=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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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살해에 쓰이는 꼴을 볼 수 없다며 사우디아라비아에 자국산 무기를 팔지 않던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유가 및 중동 정세 관리에 사우디의 협조가 긴요해진 데 따른 전략적 판단일 공산이 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미국이 사우디 대상 공격용 무기 판매 금지 조치를 몇 주 안에 해제할 예정”이라고 미국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원래 자국 무기를 많이 사들이던 ‘큰손’ 사우디에 판매를 재개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이미 보냈으며 무기 거래 회복은 양국 정부 간 관계 개선의 최신 징후가 될 것이라고 FT는 평가했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는 2014년 8월 시아파 맹주 이란이 돕는 후티 반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예멘 정부를 내쫓고 수도 사나 및 인구가 많은 북부를 장악하자 아랍 동맹군을 결성해 정부를 편들며 내전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참전은 민간인 희생을 초래했고, 미국은 사우디에 수출된 자국산 무기가 무차별 공습에 동원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2019년 민주당 대선 주자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유세에서 사우디가 어린이들까지 죽이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2018년 벌어진 사우디 반(反)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도 양국 관계에 악재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암살 배후로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고, 2021년 초 취임하며 인권 범죄 온상인 사우디를 ‘외톨이’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무기 판매 중단은 약속 이행의 일환이었다.
3월 25일 예멘 반군 후티의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홍해 인근 도시 제다의 '아람코' 석유저장시설에 불길이 치솟고 있다. 제다=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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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황은 명분이 거추장스러운 쪽으로 흘러갔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국제 유가가 들썩이자 미국 입장에서는 핵심 산유국인 사우디와의 협력이 절실해졌다. 그 와중에 이듬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중동에서마저 전쟁이 터졌고, 함께 이란을 견제할 역내 정책 파트너로서 사우디의 가치는 더 커졌다.
더욱이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국교 정상화가 성사된다면 대선에서 내세울 수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성과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2020년) 체결된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모로코 간 관계 정상화)에 사우디까지 포함돼야 이란과 맞서는 ‘이스라엘·아랍 연합’이 비로소 완성된다. 화룡점정인 셈이다. 미국 당국자로부터 최종 합의가 임박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양국 간 ‘상호방위조약’과 사우디의 초기 단계 핵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협력 등은 이를 위한 인센티브(유인책)로 볼 수 있다.
FT는 “유엔이 2022년 휴전을 중개하면서부터 사우디가 예멘에서 발을 빼려 애쓰는 모습을 보여 온 것도 미국 측 무기 판매 재개 결정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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