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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美 보란듯 '반도체 자립' 올인 … 중국판 TSMC·퀄컴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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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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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역대 최대 규모의 '빅펀드'(국가집적회로 산업 투자펀드·일명 반도체 펀드)를 설립하면서 미·중 간 '반도체 패권 전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중국이 빅펀드를 처음 선보인 2014년 이후 이번까지 자국 반도체 산업에 투입하는 자금 규모는 총 6870억위안(약 130조원)에 달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810억달러(약 111조원)를 투자하며 이에 맞서고 있다.

중국은 10년 전부터 자국 반도체 산업을 키워 자립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 아래 빅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이른바 '반도체 굴기'다. 중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YMTC(양쯔메모리)와 CXMT(창신메모리)를 비롯해 '중국판 TSMC'인 SMIC, '중국판 퀄컴'인 시스템온칩 설계사 UNISOC 등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중국 인허증권은 "빅펀드 1차 때는 반도체 생산에 집중했다면 2차 때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며 "중국 반도체 산업의 약한 고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이를 감안하면 3차 빅펀드는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 전반을 육성하는 데 집중적으로 쓰일 전망이다. 2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차 빅펀드는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 가운데서도 특히 반도체 제조용 장비에 초점을 두고 있다. 과거 빅펀드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비리 문제가 불거진 운용사 화신투자관리(시노IC캐피털) 대신 펀드 운용을 위해 최소 2곳 이상의 운용사를 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중국은 반도체 설비 구축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CXMT와 YMTC 등 중국 대표 메모리반도체 업체는 올해 1분기 총 64억5900만달러(약 8조8100억원)를 설비 투자에 투입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90% 이상 많은 규모다. 반면 미국은 EU와 함께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반도체 생산공장과 연구시설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과 EU가 관련 기업에 제공한 보조금 규모는 810억달러에 이른다. 첨단 미세공정 기반 시스템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대부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미국 및 주요 동맹국과 중국 사이에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은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평가했다. 컨설팅 업체 이스트웨스트퓨처스는 "이러한 추세는 미국 대선 결과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간 반도체 전쟁은 2015년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당시 중국은 '제조 2025'를 통해 본격적인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을 펼쳤다. 그해 7월 중국 칭화유니는 메모리반도체 사업 확장을 위해 미국 마이크론을 인수·합병하려 했다. 하지만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이를 불허했다.

2019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에 미국 반도체 공급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2020년에는 미국 상무부가 SMIC 등을 블랙리스트로 지정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이 같은 갈등이 더 깊어지고 있다. 미국은 2022년 대중(對中) 투자를 제한하는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발표했다. 또 중국 반도체 기업에 미국산 장비 판매 금지, 인공지능(AI)에 쓰이는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 등의 조치도 내놨다. 이에 중국은 지난해 주요 인프라스트럭처 시설의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은 당분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중국은 초대형 보조금을 수년간 지속적으로 집행하면서 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키워왔다"며 "가장 취약했던 파운드리마저 최근 글로벌 3위로 올라서는 등 뚜렷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글로벌 반도체 지원은 '속도전'이 됐다"며 "한국 정부도 최근에 발표한 반도체 전략을 시작으로 지원을 빠르게 확대해야만 수성이 가능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 서울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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