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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사설] 규정 어긴 ‘얼차려’에 훈련병 사망, 엄정히 책임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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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육군 한 부대에서 신병교육 수료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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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훈련병이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입대한 지 열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당시 간부는 훈련병의 건강이상 징후를 알면서도 군기훈련을 강행했고, 관련 규정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던 청년들이 어이없이 숨지는 현실을 납득하기 어렵다.



군인권센터와 육군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3일 오후 강원도 인제의 한 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으나 25일 숨졌다. 당시 훈련병들은 전날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이튿날 오후 약 20㎏에 이르는 완전군장을 차고 연병장을 구보(달리기)로 도는 군기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통상 ‘얼차려’로 불리는 군기훈련은 지휘관 지적 사항이 있을 때 군기 확립을 위해 장병들에게 지시하는 일종의 벌칙으로, ‘공개된 장소에서 훈련 대상자의 신체 상태를 고려해 체력을 증진시키거나 정신을 수양하는 등의 방법으로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 기준은 육군 내부 규정에 상세히 정해져 있다. 군기훈련 규정상, 완전군장 상태에선 구보는 허용되지 않고 걷기만 가능하다. 또 걷더라도 1회 1㎞ 이내, 최대 4회까지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지휘관은 이런 규정을 어긴 채 완전군장 상태에서 보행과 구보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훈련병은 완전군장 팔굽혀펴기도 지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기훈련 규정은 팔굽혀펴기는 맨몸인 상태로만 하도록 정하고 있다. 게다가 이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징후를 다른 훈련병이 보고했는데도, 지휘관이 이를 묵살한 채 군기훈련을 강행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런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지휘관은 훈련병의 이상징후를 알고서도, 규정에 어긋난 무리한 군기훈련을 강행한 것이 된다. 군은 “군기훈련이 규정에 부합되지 않은 정황이 있다”며 민간 경찰과 함께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에게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군에서 병사들의 죽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21일엔 훈련병이 수류탄 투척 훈련 중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지난해 7월엔 수해 복구 작업 중 실종자 수색에 투입된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어떻게 군에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나. 장병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또다른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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