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오른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이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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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원 특검법 재의결 투표를 위한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28일 열린다. 여야는 27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28일 본회의에 올릴 안건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국민의힘 반대에도 김 의장은 본회의에 해병대원 특검법은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경우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참석해 해병대원 특검법을 부결시킨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이라 국민의힘이 불참하면 그대로 확정되기 때문이다.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결에는 ‘재적 과반 출석, 출석 3분의 2 이상’이 필요하다. 범여권(국민의힘 113석, 자유통일당 1석, 무소속 1석)에서 17명 이상 이탈하지 않으면 가결을 막을 수 있다.
이처럼 여야가 해병대원 특검법 등을 놓고 대치 국면을 이어 가면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 특별법(고준위법),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등 민생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사장(死藏)될 위기에 처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회동 후 취재진에게 “무리한 법안 처리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내일(28일) 본회의 의사일정 자체를 합의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박찬대 원내대표는 “반드시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서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 처리,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 처리와 130여 건의 민생 법안 처리를 합의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진표 의장은 특검법과 국민연금 개혁안은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되 여야 이견이 큰 법안은 추가 논의를 하자고 했으나 양당이 받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은 28일 본회의에 특검법 외에 양곡관리법, 전세 사기 특별법, 민주유공자법 등 쟁점 법안도 올려서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여당이 반대해 온 법안들이다. 만약 민주당이 28일 이 법안들을 강행 처리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이미 거부권을 행사했던 특검법과 달리 이 쟁점 법안들은 ‘재적 과반 출석에 출석 과반 찬성’으로 가결될 수 있다.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이 21대 국회 막판에 쟁점 법안을 처리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횟수를 늘리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은 막대한 정부 재정 투입이 수반되거나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많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특검법과 쟁점 법안으로 충돌하면서, 양측이 어느 정도 합의했던 민생 법안들은 뒷전에 놓였다. 고준위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원전 가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지하 500m에 영구적으로 보관·처리할 수 있는 방폐장을 만드는 근거를 담은 법안이다. 여야가 원내 지도부나 상임위 차원에서 절충안에 합의했지만 아직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에 계류돼 있다. 민주당이 해병대원 특검법을 본회의에서 재의결하겠다고 하면서 국민의힘이 모든 상임위 회의를 보이콧한 탓이다. 자녀 부양 의무를 제대로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구하라법, 육아휴직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 담긴 모성보호 3법,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근거가 담긴 AI기본법, 올해 말 일몰 기한이 도래하는 K칩스법,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변호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 로톡법 등도 발목이 잡혀 있다. 상임위와 법제사법위를 거쳐야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어 여야 간 극적 타결이 없는 한 21대 국회에선 폐기될 공산이 크다.
이 민생 법안들을 처리하려면 소관 상임위와 법제사법위가 열려야 하는데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해병대원 특검법 일방 처리’를 이유로 상임위 개최를 거부하고 있다. 민주당과 대치 중인 국민의힘은 이날까지 상임위 보이콧을 풀 생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민생 법안 폐기’ 비판을 의식한 듯 여론전에 나섰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특검법은 여야 합의로 추진하고 상정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라며 “대통령에 대한 미진한 수사가 있거나 오류가 있을 때는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특검에 대비하겠다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젊은 군인의 억울한 죽음과 권력의 부당한 은폐 의혹을 밝히는 일은 여야 진영 문제가 아니다”라며 “용산(대통령실)이 아닌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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