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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기후플레이션'에 먹거리 물가 또 '들썩'…재료 수입처 다변화도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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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커피 가격인상에 제과 제빵 기업도 인상 고심

올리브유 오르자·치킨 가격까지 도미노 인상

식품 물가 전방위적으로 오를 가능성 ↑

글로벌 문제로 대두된 기후위기가 밥상물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농산물과 가공식품의 원재료 가격이 뛰면서 전 세계적으로 먹거리 물가가 급등 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기후플레이션'은 시작 단계이며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메트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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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플레이션은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나 폭우, 폭설, 태풍 등 기후 변화로 식료품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해 영국 BBC 방송에서 해당 용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알려졌다. 롯데웰푸드는 다음 달 1일부터 자사 제품 17개의 가격을 평균 12% 올린다. 가나초콜릿 권장소비자가격은 1200원에서 1400원으로, 빼빼로는 1700원에서 1800원으로 오른다. 애초 이달 1일부터 가격을 올릴 예정이었지만 물가 안정에 협조해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맞춰 인상 시기를 늦췄다.

가격 인상 원인은 이상기후 때문이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는 세계 생산량의 60%가 서아프리카의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 생산되는데, 지난 2월 해당 지역에 최고기온이 40도를 넘기는 등 극심한 폭염이 강타하면서 수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여름에는 수확기를 앞두고 폭우가 쏟아져 '검은 꼬투리 병'이 돌아 생산량이 급격히 줄었다.

계속되는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줄면서 코코아 가격은 크게 뛰었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지난 2월29일 생산전망 자료를 내고 지난해와 올해 세계 코코아 생산량이 전년보다 10.9% 줄어든 449만9000t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망대로라면 코코아 공급 부족분은 7만4000t에서 37만4000t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3배 이상 올랐던 코코아 가격이 올해 들어서만 2배 넘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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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제과업체의 고심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내달 소폭의 인상을 앞두고 있지만 과거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오리온과 해태제과 역시 가격 인상에 대해 고심중이다. 빙그레, 서울우유 등 유업계과 제빵 기업들도 코코아 가격 인상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유와 아이스크림, 빵에도 코코아가 원료로 쓰이기 때문이다. 다른 먹거리도 예외는 없다. CJ제일제당과 샘표, 사조해표는 이달부터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올리브유 제품 가격을 30%이상 인상했다.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1년 새 40% 넘게 올랐다. 전세계 올리브유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스페인이 지난 2년간 가뭄에 시달렸고,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주요 올리브 생산국에서도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올리브유를 사용해 닭을 튀기는 제너시스BBQ는 지난해 올리브유 가격 부담에 스페인산 올리브유에 다른 오일을 블렌딩한 오일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가격 부담이 지속되자 이달 31일부터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110개 품목 가운데 치킨 제품 23개 가격을 올린다. 대표 제품인 황금올리브치킨 후라이드 가격은 2만원에서 2만3000원으로, 자메이카 통다리구이는 2만15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변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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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소비량이 많은 커피도 기후플레이션을 비켜가지 못했다. 커피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일교차가 커야 해 열대지방 고산지대에서 재배하는 게 보통인데,

지난달 베트남의 가장 더운 달이 5월에서 4월로 바뀌었을 정도로 기록적인 고온 현상이 발생했고, 그에 따라 커피 재배 면적이 줄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로부스타 커피의 경우 런던 선물가격이 지난달 t당 4338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전 최고가 2608달러와 비교하면 약 두 배다. 이미 저가 커피로 브랜드인 더리터와 더벤티는 비용 상승을 이유로 음료 가격을 400~500원 올렸다.

할라피뇨 고추를 베이스로 하는 스리라차 소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고 부족 위기에 처했다. 업계에 따르면 유명 스리라차 소스 제조업체인 '후이퐁 식품'이 9월까지 모든 상품의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유통업체들에 통보했다. 할라피뇨 품종 중 겨울에만 생산되는 품종이 있는데, 멕시코의 건조한 날씨와 뜨거운 기온으로 인해 할라피뇨가 붉게 익지 않아 스리라차 소스 생산에 타격을 입힌 것이다.

기후플레이션은 과일이나 식자재와 같은 날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품목만 오르는 게 아니다. 과자와 같은 가공품도 동반 가격 상승을 유도해 가계 물가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기온과 강수량 등의 날씨 충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 기온과 강수량 충격은 1~2개월 정도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평균 기온이 과거 추세 대비 10℃가량 오르거나 내리면, 단기적으로 신선식품의 가격이 최대 0.42%p(포인트), 전체 소비자 물가는 0.04%p 올랐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고 이로 인한 집중호우, 가뭄 등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면 변화의 강도가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후위기로 인한 물가 부담을 줄이려면 원재료 수입처를 확대해야 하는데 전세계적으로 이상 기후가 발생하다보니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며 "식품회사들이 주요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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