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연체도 '카드대란' 이후 최대
당국 TF 꾸려 취업지원에 '채무탕감' 검토
이달 9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에 붙어 있는 대출상품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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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와 고물가 장기화로 서민과 자영업자의 '급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설상가상 금융사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을 조이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서민·자영업자의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서민금융 정책 전반을 점검하기로 했다.
2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국내 9개 신용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비씨·NH농협카드) 카드론 잔액은 전월보다 4,823억 원(1.2%) 증가한 39조9,644억 원에 달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7.3%가 증가한 것으로, 4개월 연속 역대 최대치 경신이다. 카드론은 별도의 대출 심사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카드 발급만 가능하다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대출로, 대표적인 '급전 대출' 중 하나로 꼽힌다. 평균 대출금리가 연 14~15% 수준으로 부실 가능성이 높다.
실제 만기 내 카드론을 갚지 못한 고객이 다시 빌린 대환대출 잔액은 1조8,353억 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45.6%나 증가한 액수다. 카드론을 갚지 못해 '돌려막기' 한 금액이 크게 늘어났다는 뜻인데, 그만큼 중저신용자의 상환능력이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카드 연체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NH농협카드를 제외한 전업카드사 8곳의 1개월 이상 연체 총액은 2조92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나 늘었다. 카드대란이 한창이었던 2003~2004년 이후 역대 3번째로 큰 규모다. 6개월 이상 연체액은 1,879억 원으로 1년 만에 65.5%나 폭증했다.
그래픽=박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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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위축마저 길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고통도 심해지고 있다. IBK기업은행 분석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카드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4월 이후 12월까지 쭉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업황이 계속 부진했다는 뜻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폐업률은 9.5%로 전년 대비 0.8%포인트나 높았고, 폐업자 수는 91만1,000명에 달해 전년 대비 11만1,000명(13.9%)이나 늘었다. 자영업 업황이 회복되지 않음에 따라 '불황형 대출'이 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돈을 빌릴 곳도 마땅찮다는 데 있다. 몰릴 데까지 몰린 자영업자들은 1금융권은커녕 2금융권에서도 외면받는 상황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높은 조달금리 문제로 사실상 대출 문을 걸어 잠근 저축은행은 물론, 보험사도 최근 보험약관대출을 크게 줄이는 방식으로 건전성 관리에 돌입했다. 대부업마저 저신용자를 꺼리는 상황이어서 서민들이 카드론·리볼빙 등에 매달리다 마지막에는 불법 대부로 흘러들어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원 방안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는 28일 서민·자영업자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등 서민금융 관련 유관기관 및 전문가들로 구성된 TF는 앞으로 3, 4차례 회의를 통해 단순히 이들에게 대출을 더 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 전반을 점검해볼 예정이다.
고용 지원을 통해 상환능력 자체를 높이는 정책이 대표적인데, 취약계층이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빚 부담을 일부 줄여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자영업자의 사업 단계별로 채무를 조정해주거나, 청년·취약층 등 채무자 특성을 반영한 지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서민금융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맞다"면서 "최근의 어려움은 단순한 개인의 역량부족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요인에 기인한 만큼, 금융기관뿐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와 협업해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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