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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난민촌 공습’ 이틀 만에 또 피란민 텐트 때린 이스라엘···라파 공격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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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스라엘군이 ‘안전지대’로 지정한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난민촌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28일(현지시간) 폐허로 변해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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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을 중단하라는 국제법원의 명령도, ‘학살’을 멈추라는 국제사회의 들끓는 여론도 소용 없었다. 이스라엘의 라파 난민촌 공습으로 최소 45명의 민간인이 숨진 지 불과 이틀 만에 이스라엘군이 또 다시 라파 인근 난민촌을 공격해 사상자가 속출했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면서도 피란민들이 생활하는 텐트촌을 연이어 공격하는 한편 라파 중심부까지 탱크를 몰고 진격하는 등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일대에선 이스라엘군의 포격과 공습으로 최소 37명이 숨졌다.

가자지구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이른바 ‘인도주의 구역’으로 지정한 라파 북서쪽 알마와시의 피란민 텐트촌이 이날 네 차례 포격을 받아 최소 21명이 사망하고 64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은 지난 6일 라파 동부에 지상군을 투입하며 이곳 민간인들에게 알마와시로 대피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이후 3주간 100만명에 이르는 피란민이 알마와시와 인근 칸유니스로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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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알(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의 한 난민촌에서 유엔 차량이 공격 여파로 파손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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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스라엘군은 공격이 ‘인도주의 구역’ 안쪽에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공격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포격이 ‘인도주의 구역’ 안쪽은 아니지만, 그 인근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격 지점을 비롯해 이스라엘군이 알마와시 인도주의 구역의 경계를 최소 5차례 이상 임의로 변경했다고 보도했다.

불과 이틀 전인 지난 26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4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라파 북서쪽 탈 알술탄 난민촌도 재차 공격을 받아 최소 16명이 숨졌다. 사망자 가운데 7명은 이틀 전 공습 지점과 불과 200m 떨어진 유엔시설 옆 텐트에서 변을 당했다. 이 일대 역시 이스라엘군이 ‘인도주의 구역’으로 지정해 피란민들에게 대피를 명령했던 곳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국제사회의 규탄에 민간인 사망은 “비극적 실수”라고 항변한 바 있다. 그런데도 불과 하루 만에 같은 지역을 재차 공격한 것이다. 이곳 텐트촌에 피란을 온 팔레스타인 언론인 압델라흐만 이스마일은 “공포의 밤이었다”며 “밤새도록 전투기와 드론이 날아다녔고, 폭발음이 계속 들렸다”고 AP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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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안전지대’로 지정한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의 난민촌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뒤 피란민 여성이 오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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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간 계속된 공습은 이스라엘군이 민간인 대피 명령을 내리지 않았던 라파 서부지역에 집중됐다. 지상군과 탱크는 라파 동부와 중심부, 가자지구·이집트 국경지대 등 크게 3곳에 투입돼 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가 일찌감치 경고했던 민간인 피해가 지상전 개시로 점차 현실화되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군사 작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 탱크는 알아우다 모스크가 있는 라파 중심부까지 진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은 이미 라파에 투입된 5개 여단에 더해 병력을 추가했으며, 라파에서 무장세력과 ‘근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군 대변인은 “군이 ‘표적화 된 방식’으로 라파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파 내 전면전 가능성이 커지자 알제리는 이날 즉각적인 휴전과 조건 없는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제출했다. 안보리에서 아랍권을 대표하는 알제리는 지난 26일 이스라엘군의 난민촌 공습 후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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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사진에서 병사들이 가자지구 모처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제공/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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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 CNN은 지난 26일 탈 알술탄 난민촌 공습 영상을 분석한 결과, 이날 공격에 미군이 지원한 GBU-39 폭탄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 보잉사가 제조한 GBU-39는 250파운드급 소형 유도 폭탄으로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지하터널을 파괴할 때 자주 사용해온 무기다.

무기 전문가들은 이 폭탄이 중요 지점을 ‘표적 공격’할 때 주로 사용되지만,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선 살상 위력이 커질 수 있다고 CNN에 말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최대 무기 지원국이다. 최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전면전을 벌일 경우 폭탄 등 공격용 무기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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