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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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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향기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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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책 ‘진짜 나를 찾아라’ 출간한 샘터 김성구 대표 인터뷰

동아일보

김성구 샘터 대표는 “스님 가신 지 10여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스님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을 지 미처 몰랐다”라며 “엄하지만 자애로운, 진짜 어른의 목소리를 듣고 싶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엄하지만 사랑이 담긴 진짜 어른다운 어른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지난달 말 출간된 법정 스님(1932~2010)의 미공개 강연 모음집 ‘진짜 나를 찾아라(샘터)’가 20여 일 만에 3쇄에 들어갔다. 나오자마자 초판 1쇄 1만 5000부가 동이 났고, 추가로 찍은 2쇄 1만 부도 얼마 안 남았기 때문. 김성구 샘터 대표는 28일 “중장년층을 넘어 법정 스님을 잘 모를 것 같은 30대 젊은 층에서도 의외로 인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진짜 나를 찾아라’는 법정 스님이 1979년~2003년 대학, 절, 성당, 문화강좌 등에서 한 강연 16편을 모아 정리한 것이다. 가신 지 10여 년이 넘었지만 녹음된 스님의 말을 글로 푼 덕에 읽다 보면 살아있는 스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김 대표는 “스님은 청중이 더 쉽게 이해하도록 종종 한 문장을 반복하시곤 했다. 글로 옮겨야 하기에 그런 부분만 빼면 최대한 육성 그대로를 살리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법정 스님이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달라”는 유언을 남긴 것은 유명한 이야기. 미공개 강연집을 낸 것이 유언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법정 스님이 정말 당신의 어떤 말과 글도 더 이상 세상에 알리지 말라는 뜻으로 하신 말씀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생전에 샘터 등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돌아가실 즈음 주변에서 인세 등 돈과 관련해 속된 말로 누가 물려받느냐는 문제로 잡음이 나자 이를 경계하고 사후에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 유언을 하신 것 같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법정 스님의 꿈은 나눌 줄 알고, 자제할 줄 알고, 서로 손잡을 줄 아는 심성이 회복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사후에도 그 뜻을 널리 알리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순수 시민단체인 ‘맑고 향기롭게’까지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그 뜻을 펼치기 위해 시민단체까지 만드셨는데, 이런 당신의 말과 글을 알리지 않는 게 진짜 스님의 뜻을 받드는 것이겠느냐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인세와 관련한 법정 스님과의 일화도 소개했다.

“언젠가부터 매년 2월 말, 3월 초가 되면 왜 인세를 안 보내느냐는 독촉 전화가 왔어요. 스님을 잘 모를 때라 처음에는 ‘생각보다 돈을 좋아하시나?’ 하는 생각도 했지요. 나중에 한 지인이 자기가 아는 대학생이 스님에게 장학금을 받고 있다고 해 비로서 알게 됐어요. 그때가 딱 학비 내야 할 때였거든요. 돌아가신 뒤에 보니 스님에게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전국에서 엄청나게 많더라고요.” 법정 스님은 인세를 독촉하면서도 단 한 번도 이유를 말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책의 한 구절을 가리키며 “스님은 매년 봄 길상사 법회에서 ‘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니 나머지 이야기는 저 찬란하게 피어나는 꽃들에게 들으시라’라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라고 말했다. 생과 사에 연연해하지 않고 그때그때의 자기 생에 최선을 다하는 꽃들처럼 진짜 나의 삶을 찾으라는 뜻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법정 스님은 늘 ‘도착지와 시간을 생각하면 가는 길을 즐길 수 없는 것처럼 삶도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살 줄 알아야 한다’라고 하셨다”라며 “책을 통해 사람들이 그리운 스님의 향기와 함께 무엇이 진짜 나를 찾는 것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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