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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사상 첫 여성 대통령 탄생…셰인바움 "평화 건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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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 중심 국가 멕시코에서 헌정사 200년 만에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좌파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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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집권여당인 국가재건당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후보가 29일 소치밀코 유세중 지지자들에게 사랑의 하트를 띄우고 있다. 2일 셰인바움 후보는 멕시코 헌정사 200년만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됐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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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AFP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 중간 신속표본집계를 공개하고 셰인바움 후보가 58.3~60.7%를 득표하고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우파 중심 야당 연합의 소치틀 갈베스 후보는 26.6~28.6%를 얻었다.

이에 따라 셰인바움은 1824년 멕시코가 연방정부를 수립한 헌법 제정 이후 첫 여성 대통령이 됐다. '남성 중심 문화'(Machismo·마치스모)가 강한 멕시코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AFP는 멕시코에서 매일 10명 상당의 여성·소녀가 살해된다며 "멕시코 여성들은 한 여성이 높은 정치적 유리 천장을 깨리라는 전망에 환호했다"고 전했다.

셰인바움은 당선이 확실시 된 뒤 "우리에게 투표해준 수많은 멕시코인들에게 감사하다"며 "폭력으로 찢긴 멕시코에서 평화건설을 위해 일하고, 다양하고 민주적인 멕시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을 향해서는 "우리나라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킨 독특한 인물"이라며 감사를 표했고 여성들을 향해서는 "우리 모두가 대통령이 됐다"고 말했다.

올해로 61세인 셰인바움 당선인은 멕시코 명문인 국립자립대(UNAM)에서 물리학과 에너지 공학을 공부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UC버클리에서 유학 후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현지 공무원과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영어도 유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멕시코시티 시장을 지내던 2000년 환경국장으로 함께하며 정계에 입문했으며, 대선 출마 전인 2018~2023년까지 수도 멕시코시티 시장을 지냈다.

셰인바움은 대선 기간 현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 인프라 재건, 정부 부채 축소 등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공약했다. 미국 정치 전문지 '더힐'은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달리 치안권을 군대에서 경찰로 넘긴다거나, 재생 에너지 투자 확대, 정부 내 첨단 기술 적극 수용 등 정책을 보다 내실 있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4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탈탄소화 경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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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대선 유세 마지막 날인 29일(현지시각) 수도 멕시코시티의 소칼로 광장에서 열린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선 후보의 유세 현장에 지지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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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대규모 재정적자, 높은 범죄율, 미국과의 관계 등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유지할지 수정할지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USMCA가 멕시코를 미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만들었다"면서 "멕시코는 그것을 지키고, 보호하고, 발전의 주요 기둥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셰인바움의 말을 인용했다. 앞서 2023년 멕시코는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떠올랐다.

다만 셰인바움 당선인이 USMCA의 후속 협정을 지지하면서도 일부 수정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일(현지시간) "셰인바움이 '우리는 NAFTA(USMCA의 이전 명칭) 체결 후 36년간의 끔찍한 빈곤과 불평등을 겪었다'고 말했다"며 "아직도 NAFTA를 체결한 카를로스 살리나스 전 멕시코 대통령의 개혁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우려도 차기 정부에겐 부담이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미·중 간 무역 관계가 변화하면서 멕시코 경제는 자연스럽게 경제적으로 활력을 얻었다"며 "멕시코의 미국 수출 중 가장 큰 부문은 자동차로, 특히 전기차에 대한 미국의 투자로 수혜를 입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멕시코가 중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에 강경한 태도로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멕시코에서 중국산 자동차에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기업들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자동차를 수출해 관세를 회피하려는 시도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어떤 시나리오에서든 당선자는 미국 백악관의 협조가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이날 치러진 멕시코 대선은 약 1억명에 달하는 유권자가 참여했으며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져 대통령을 비롯해, 상·하원 의원 628명 등 공직자 2만700명이 선출된다. 셰인바움은 오는 10월 1일 공식 취임하며 집권은 2030년까지다. 멕시코 대통령은 6년 임기로 한 번만 재임할 수 있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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