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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건 보고받은 대통령실, 문제 없을까…‘울산시장 사건’ 판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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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오른쪽).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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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해병대 수사단이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 결과를 공식화하기 전부터 수사단에 직접 연락해 필요한 자료를 요구하는 등 개입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실은 어떠한 위법도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개입이 수사단에 ‘외압’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연루됐던 이른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서 경찰이 청와대에 수사상황 보고를 수차례 전달한 것이 문제가 됐던 사례가 다시 거론된다.

3일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을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되기 전부터 해병대 수사단에 여러 차례 직접 연락해 수사 관련 자료 요구 등을 했다. 국가안보실 소속 김형래 대령은 채 상병이 사망 이틀 뒤인 지난해 7월21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에 수사계획서를 요구해 받았다. 이후 김 대령은 7월30일 해병대 수사단에 수사 참고 자료를 전송해달라고 요구했고, 다음날 언론브리핑 자료도 받아갔다.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결과를 공식화하기 전부터 수사 내용 관련 자료를 잇따라 요구한 것이다.

앞서 수사 계획이나 수사 진행 상황을 담은 보고서가 ‘윗선’에 보고 및 공유돼 법적으로 문제가 된 사례가 있다. 문재인 정부 인사가 다수 연루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서 수사상황보고서가 경찰청으로부터 청와대로 전달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을 낙선시키고자 경찰에 수사 첩보를 주고 관련 내용을 챙겼다는 의혹이 주요 내용이다.

이 사건의 1심 판결문에는 2018년 울산경찰청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등의 수사 상황을 경찰청에 여러 차례 보고했고, 경찰청이 이 내용을 대통령비서실에 전달 및 보고한 정황이 담겼다. 경찰청은 2018년 2월부터 5월까지 대통령비서실에 약 20차례 관련 문건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에서 피고인들은 “사건이 보고되는 것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1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은 첩보서를 이첩한 이후 수사진행상황을 계속 확인하고 보고받아 민정비서관실과 공유했음이 인정된다”며 “반부패비서관실의 수사진행상황 확인과 이에 대한 보고 절차는 수사를 진행하는 경찰에게 사건처리 속도나 처리 방향에 대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대통령비서실의 비서관이라는 직무와 관련해, 또는 그 지위를 이용해 이 사건 첩보서를 경찰청으로 이첩하고 수사진행상황을 확인한 것은 경찰 수사의 진행 경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인다”고 했다. 현재 이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같은 맥락에서 대통령실이 해병대 수사단에 수사 관련 자료들을 요구해 받아보거나 수차례 연락한 것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원장은 3일 “사안이 다르다 보니 세부적인 쟁점에서는 당연히 차이가 있지만 적어도 수사 관련 내용을 사전에 보고했다는 부분 만큼은 두 사건의 구조가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안보실 관계자가 구체적으로 해병대 수사단에 무엇을 물었는지,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윗선의 지시는 없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보실 관계자가 공식적인 보고 체계를 따르지도 않고 해병대 수사단에 직접 수사와 관련한 자료를 요구한 것도 문제라는 비판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실이 국정 전반, 혹은 주요 사안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보고는 받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비공식적으로, 혹은 보고체계를 벗어나 수사 담당자에게 직접 연락해서 자료를 받는 것은 외압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 경우 수사 일선에서는 대통령실을 비롯한 외부의 반응에 영향을 받을 여지가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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