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朝鮮칼럼] 전공의 선생님들, 이젠 돌아오십시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의사 한명도 늘릴 수 없다며

협상 거부하고 고집 내세우면

국민 지지 얻을 수 없어

과로·박봉 전공의들

처우 개선·의과학자 양성 등

의료산업 발전 정책 받아내고

생명의료 현장 복귀하길

조선일보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이 이어지고 있는 3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의사 가운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공의들이 내년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 진료 현장을 이탈한 지 100일이 넘었다. 처음에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에 집착할 때 많은 국민은 전망이란 틀릴 수밖에 없는 것인데 무슨 근거로 저러는가 하고 정부를 비판했다. 2000명이라는 숫자를 고집하는 경직성이 국민의 빈축을 산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대학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하여 정원 증가를 1500명 선으로 줄이고 모든 쟁점을 계속 함께 협의하자고 하는 유연성을 보이고 있고 내년 입시 요강까지 발표된 지금은 단 한 명의 증원도 용납할 수 없다면서 촛불 시위까지 벌이고 있는 의사 쪽이 너무 심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국민은 융통성 없이 자기 고집만 내세우는 쪽을 지지하지 않는다. 내용과 상관없이 오만한 태도를 싫어한다. 과거에도 진료 거부를 한 사례가 많이 있었지만 협상을 진행하면서 협상력을 높이려고 며칠씩 휴진하는 정도였지 협상 자체를 거부하면서 정부의 무조건 항복만을 요구한 적은 없었다.

과거 경험에 따르면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노환규 전 의협회장)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이번에는 왜 의사들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을까? 작년 말 보건의료노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9.3%, 의료 기관 종사자의 88.1%가 의사 수가 부족하고 의대 정원은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왔다. 병원들은 늘 의사 부족과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하는 일에는 매사 반대하기 일쑤인 야당까지 의대 정원 확대를 지지하고 있고, 법원도 정부 정책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의사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정부의 판단은 맞는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개업의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사협회가 의사 증가를 반대하는 것은 그러려니 치자.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대형 수련 병원에서 의사 부족으로 인한 과로와 박봉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이 증원 반대와 진료 거부에 선봉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참 납득하기가 어렵다. 개업하게 될지, 대형 병원의 봉직의로 남을지, 바이오 메디컬 산업의 벤처 창업자가 될지 모르는 젊은 의사들은 우리 의료 산업의 도약을 위한 정부의 정책을 이끌어 내는 데 앞장서야 할 터인데 말이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복귀를 애타게 호소하고 있는 이때 의료 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정책들을 다 얻어내고 못 이기는 듯이 복귀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듯싶다.

무엇보다 먼저 2016년 전공의법에서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주당 80시간, 쉬지 않고 연속 36시간 근무를 시킬 수도 있게 돼 있는 전공의들의 근무 조건을 개선하고 과감한 처우 개선책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기피 과목의 경우 전공의 감소로 남아 있는 전공의의 업무 부담이 과중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게 월 100만원 수당을 더 주는 현재의 미봉책으로 만족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생명 의료 분야에서 피할 수 없는 의료사고에 대한 의사의 책임 경감 방안, 불량 환자들에게서 의사들을 보호할 대책 등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자원을 의료 분야에 할애하게 만들면 앞으로 의사 수요가 확실히 늘어나게 할 수 있다. 우선 전국에 외국인 환자 유치가 가능한 수준의 대형 병원 몇 개를 신설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 의료 재건의 절대 관건인 지방 환자의 서울 유출을 막으려면 외국인 환자 유치가 가능한 수준의 병원을 지방에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 같은 팬데믹 사태가 발생하면 그에 대처하는 용도로 쓸 수도 있는 여유 의료 자원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는 백신과 치료약 개발 전선에서 우리가 얼마나 무력한가를 절감한 바 있다. 미국은 해마다 의대 졸업생의 약 3%, 600명의 의사과학자를 배출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축적된 의과학자가 미국의 저력인 것이다. 우리가 언제까지 외국에서 개발된 의료 기기와 의약품을 가지고 치료나 하고 있을 것인가? 의과학자 양성과 바이오 메디컬 산업에 대한 투자를 반도체 산업 수준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다짐받아야 할 것이다.

정부도 의료계의 정상화와 발전을 위한 이런 조치들을 서둘러 전공의들이 업무에 복귀할 명분을 만들어 줘야 한다. 전원 복귀를 고집하지 않고 돌아올 생각이 없는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를 검토하겠다고 하는 정부의 유연한 자세는 복귀해서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의 부담을 덜어줄 좋은 방안으로 보인다. 대형 병원에 남아서 생명 의료를 해보려고 의사가 된 사람들은 하루빨리 의료 현장에 복귀해서 지금까지 투쟁의 열매를 거두는 일에 적극 참여해 주기를 바랄 따름이다.

조선일보

박병원 한국비영리조직평가원 이사장·한국고간찰연구회 이사장


[박병원 한국비영리조직평가원 이사장·한국고간찰연구회 이사장]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